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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ug 09. 2023

포맨의 <못해>

작사 민연재 / 작곡 윤민수(바이브)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포맨'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AzQEOg9kp1Q

이제는 밥을 먹어도

눈물 없이는 삼키지 못해

...

노랠 들어도

흥얼대지도 못해


영화를 봐도

내가 뭘 본 건지 기억 못 해

...
밥도 잘 먹지 못해

...

버스도 타지 못해

...

너 없인 나 혼자 살지 못해

...

차마 죽지도 못해

...
아무것도 아무것도 못해

내겐 니 사랑이 필요해

...

오늘도 내일도 너만 원해


- 포맨의 <못해> 가사 중 -




니가 떠난 후론

삶의 모든 의미를 잃어버렸어요


오늘도 눈물로 밥을 먹고 술을 마셔요

아무리 먹고 마셔도

니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노래도 더 이상 신나지 않아요

영화를 봐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요


너 없인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버스라도 타면 우는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놀려 될 것만 같아요.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니가 내 곁에 없는데


차마 죽지도 못해요

니가 돌아올지도 모르잖아요


이런 날 누구보다도 더 잘 알잖아요

너없인 나 안 되는 사람이란 걸요


난 오늘도 내일도 너만 원해요




포맨은 R&B SOUL 그룹입니다. 팀명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 4명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 바이브의 윤민수도 멤버였죠. 하지만 그동안 팀이 우여곡절이 꽤나 많았습니다. 멤버도 여러 번 바뀌었고요. 그 결과 지금은 팀명과 다르게 멤버 수가 3명이 되었습니다.

포맨은 1998년 데뷔한 그룹입니다. 그동안 멤버 교체에 따라 총 4기로 나뉘는데, 이 중 3기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약 11년으로 활동 기간이 가장 깁니다. 이때 멤버가 신용재, 김원주, 김원재였죠. 이 노래는 2010년에 나온 곡으로 3기 멤버가 부른 노래입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시죠.

이처럼 이별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노래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바이브의 멤버인 윤민수 씨가 작곡가로 참석한 것이 가장 크게 영향을 줬지 않나 싶습니다. <못해>라는 제목이 말하듯 상대방이 없이는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 상대방이 떠난 상실감으로 인해 모든 일이 의미를 상실한 거죠.

하나하나 짚어볼까요. 일단 먹고사는 문제인 밥과 관련한 언급이 있습니다. 눈물 없이는 삼키지도 못하는 밥, 살려고 억지로 먹어도 늘 허전함을 느끼죠. 밥을 쉽사리 입에 넣지 못하는 이유가 상대방 생각에 밥이 체할 것은 느낌이라니.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눈물로 술을 마시고 술병을 아무리 비워도 상대방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죠. 이 정도 되면 중병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즐겨 듣던 노래도 흥얼거리지 못하고 영화를 봐도 정신이 딴 데 있어서 뭘 본 건지 기억이 안 난다고도 말하죠. 화면은 움직이지만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거죠.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놀림거리가 될까 봐 버스도 타지 못합니다. 버스는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를 대표하는 단어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들 나가 돌아다니기도 겁난다는 표현이죠.

웃는 거, 걷는 거, 숨 쉬는 거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죠. 어린아이도 아닌데 다 큰 성인이 왜 이런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네. 상대방이 떠남으로 해서 사랑의 상실, 일상의 상실, 희망의 상실이 된 상황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대사가 나옵니다. '혼자서 살아서 뭐 해/... 차마 죽지도 못해/ 네가 돌아올까 봐/ 언젠가 날 찾을까 봐' 네 사는 게 의미가 없는데 유일하게 죽지 못하는 이유가 상대방이 언젠가 돌아와 나를 찾을까 봐라고 말하죠. 이쯤 되면 정말 귀신이 돼서도 사랑할 기세입니다.

마지막 가사가 '오늘도 내일도 너만 원해'죠.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랑을 하는 한 사람의 마음을 한 문장으로 잘 표현한 듯합니다.  

가사를 쭉 보다 보니 <못해>가 아니라 <안 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하지 않으면 의미를 잃어버려 안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요. 해도 이전과는 다른 결괏값을 보일 테니까요. 그래서 왠지 못해에는 돌아와 달라는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노래 가사의 단골 소재입니다. 내 삶의 전체였던 누군가가 떠난 자리의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실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는 듯합니다. 든 자리는 물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내 몸 안에 들어올 때는 천천히, 부지불식간에 진행되지만 반대로 몸을 이탈할 때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아마도 그런 속도 차이도 한몫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네요.

그나마 언제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버티는 가사의 주인공이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이런 절절한 이별을 해 보신 적 있나요? 한편으로는 가사 속의 주인공이 전 부럽기도 합니다. 얼마나 사랑을 해야 이런 정도의 가사를 쓸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서요. 이별에 대한 접근법이 직설적이면서도 흔치 않은 작사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번 편을 마칠까 합니다.


PS. 그룹을 검색하다 보니 혼성그룹이 있네요. 허걱. 이것도 나중에 가능하면 10편 다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가사실종사건> 브런치는 최소 1년은 족히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쉴 기회를 안 주는 미묘한 프로젝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이네요. 태풍 대비는 잘하셨나요?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그럼. Coming Soon- (NO.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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