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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ug 02. 2023

노을의 <인연>

작사/작곡 박진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노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1yIqNA-N-D0


내가 한걸음 다가서면

너는 한걸음 물러나고

내가 기다리다 지쳐서 돌아서면

너는 그때야 나타나고

....

될 듯 될 듯 이뤄질 듯 이뤄질 듯

하다가도 꼭 마지막에는

우리들의 뜻과는 다르게 꼭 일이 꼬여

...

하늘이 날 조금만 도와주면 되는데

왜 이렇게 잔인한지

....

인연이란 게 있는 건지

이미 다 정해져 있는지

....

왜 이렇게 엇갈리는지

우린 결국 이뤄지지 않을는지

...

정말 우린 인연이 아닌 건지


- 노을의 <인연> 가사 중 -






우리 인연이 아닌 걸까요

왜 이렇게 엇갈리기만 할까요

언제나 내가 지쳐서 돌아서면

그대가 나타나잖나요


우린 이어질 수 없는 걸까요

정말 인연이 아닌 건가요


인연은 정해진 건가요

아무리 노력해도 인연이 아니면

이어질 수 없는 것 건가요.


정말 잔인해요

하늘도 가여워서 한 번은

허락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대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을 보는 건

너무나 싫어요.


그대도 같은 마음이잖아요

좀 일이 꼬이는 거뿐이잖아요

좀 운이 없는 것뿐이잖나요

난 드라마 속 비련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정말 우리 인연이 아닐 걸까요





노을은 4명의 남성 멤버로 구성된 그룹입니다. 이상곤, 전우성, 나성호, 강균성 이렇게 4명이요. 이 중 전우성 씨가 허스키한 보이스를 지니고 곡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주로 담당합니다. 이 노래는 2002년 12월에 발표된 곡인데 작사/작곡이 박진영 씨입니다. 누군지 아시죠. 노을은 이 노래 말고도 정말 주옥같은 노래가 많습니다. 다음에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해 보겠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로 가보시죠.

<인연>이라는 노래 제목만 봐서는 절절한 사랑 노래를 생각할 수 있는데 정반대입니다. 반전 매력이죠. 서로가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상황을 그리면서 노래의 화자는 우리가 인연이 맞는 거냐고 인연이 아니면 우린 이어질 수 없는 거냐고 항변하죠.

먼저 엇갈리는 상황에 대한 표현을 살펴볼까요. 재밌습니다. '내가 한 걸음 다가서면/ 넌 한 걸음 물러나고'가 가장 먼저 나옵니다. 사랑을 하려면 거리를 좁혀야 하는데 서로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으니 그 간격이 계속 같은 거리를 유지하게 됩니다.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경우는 사무적인 관계일 경우가 많죠. 그러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습니까. 아무튼 거리 조정 실패가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내가 기다리다 지쳐서 돌아서면/ 너는 그때야 나타나고'입니다. 이건 한 마디로 타이밍 실패입니다. 포기하고 돌아선 후에 나타나는 얄궂음이죠. 결론은 극적인 상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어긋나는 상황인 거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인연이면 한두 번쯤 잘 스쳐도 가도만 그것도 안 되는 상황이죠

다음 가사는 더 기가 막힙니다. '내가 남겨놓은 편지는 바람이 불어 날아가고/ 네가 녹음해 놓은 사랑한다는 말은 그만 실수로 지워지고' 두 사람이 좋아하는 사이는 맞는가 봅니다. 한 사람은 편지를 쓰고 한 사람은 사랑해라고 녹음을 하는 것을 보면요. 그런데 나만 억수로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상대로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니 이어지려야 이어지기가 어려운 거죠.

얼마나 답답하면 이렇게 말하죠. '인연이란 게 있는 건지/ 이미 다 정해져 있는지/ 서로를 아무리 원해도 사랑해도/ 인연이 아니면 아닌지'라고요. 하도 일이 되지 않으니 인연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며 항변을 하고 있는 거죠. 우리 사이가 인연이 아니라서 이런 거냐고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 너무 가혹하다가고 하늘도 이 사정을 알면 한 번쯤은 봐줄 만하지 않느냐고요. 운이 이리도 지지리도 없는 상황에 치가 떨려서 본인이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것만 같죠.

분명 두 사람은 마음이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녹음할 정도면 연인 사이라도 무방할 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 저주받은 상황이라면 마음만 있지 뭐 특별하게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치 썸과 흡사해 보일 정도네요. 아마도 작사가는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자꾸 어긋나는 상황이 속상한 나머지 도와주지 않는 주변 상황을 떠올리며 인연이라는 단어를 비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인연이 따로 존재하기보다는 만들어 가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인연이라는 것은 운명이라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말로 운명을 믿느냐로 물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인연의 뜻은 '사람과 사람 간의 맺어지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연이라 말을 좋은 의미에 주로 쓰죠. 그 반대를 악연이라고 말하고요. 하지만 세상에는 인연도 아니고 악연도 아닌 관계가 가장 많습니다. 너도 날 모르고 나도 널 모르는 관계 말이죠.

저는 그것조차 인연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연'을 어떻게 해석하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처음에 인연인 줄 알았다가 악연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저도 한 때는 이것이 있음으로 해서 저것이 있다는 세계관을 가졌지만 지금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로 변화 중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의 제목은 <인연>이지만 사실 내용은 나쁜 일만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에 가깝다고 보죠. 이 세상은 나의 바람과 다르게 무심히 흘러가는 것뿐이 아닐까요? 문제라면 감정을 지닌 우리가 우리 맘대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인과를 묻고 따지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하하. 좀 심오했네요. 날도 더운데.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듀오 가수 노래를 여기저기 뒤적거려 봤으나 오늘은 딱히 쓸만한 곡을 못 찾았네요. 자꾸 남자 듀오만 찾아져서 그만. 그래서 오늘은 그룹 편 맛보기를 한 번 해 봤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복날 전까지는 무더울 전망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저녁 시간 되시와요. 그럼 이만. Coming Soon-  (NO.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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