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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ug 20. 2023

V.O.S의 <큰일이다>

작사 강은경 / 작곡 조영수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V.O.S'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73mWXyt5QIk


정말 큰일이다.

자꾸만 보고 싶어서,

매일 니 생각만 나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데,


정말 큰일이다.

이러다 죽을 것 같은데,

너무 가슴이 아픈데,


난 어쩌라고,

넌 어쩌자고

이토록 사랑하게 해.


기적이라도 일어나,

나를 한 번만

사랑해 주면 안 되니.


그래 그렇게 넌 웃기만 해.

나만 혼자 아프면 돼.


- V.O.S의 <큰일이다> 가사 중 -




니가 여자로 안 보인다며

애써 관심 없는 척 말했지

너의 옆모습을 훔쳐보다

눈이 마주칠까 딴청을 부렸어


니가 부담을 느끼면

우리 사이 어색해질까 봐

슬픈 이별이 없도록

내 맘 절대로 들키지 않을 거야


정말 큰일이다.

너에게 한 없이 빠져버려서

가슴이 너무 아파져서

이러다 죽을지도 몰라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넌 어쩌자고 나의 마음을

이리도 흔들어 놓는 거야


기적이라도 일어나

너의 사랑을 한 번만이라도

오롯이 느끼고 싶어


정말 다행이다.

나 혼자만 힘들면 돼서

니가 울거나 아프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 그렇게 넌 웃기만 해. 




V.O.S는 박지헌, 최현준, 김경록으로 구성된 남자 보컬 그룹입니다. 2004년 데뷔했으니까 20년이 되는 장수그룹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데뷔 때 제2의 SG워너비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죠. 여가수들이 그렇듯이 소속사와의 갈등이 생기면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군복무 이후 2013년 다시 완전체가 되었죠. 꾸준하게 전국 공연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V.O.S 노래는 어디선가 들어 본 곡들인데, 노래에 비해 그룹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이번 곡을 비롯해 <눈을 보고 말해요><매일매일><울다> 등 히트곡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노래는 2009년에 발매한 미니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시죠.  <큰일이다>라는 제목이 한눈에 확 들어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을 그렇게 표현했네요. 좋아할 누군가가 생긴 것은 축복받아야 하는 일인데, 왜 큰일이라고 했을까요? 네. 상대방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고백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노래의 화자는 고백하고 나서 차일까 두려워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죠.

첫 가사가 '내 맘 들킬까 봐/ 훤히 보일까 봐/ 애써 관심도 없는 척 해'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거죠. 다음 가사가 '그저 장난처럼 던진 말/ 난 너 여자로 안 보여'인데요, 저도 남자지만 남자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관심 없다고 말하면 될 걸 여자가 여자로 안 보인다니 이게 말입니까 방귀입니까. 하하.

그런다고 좋아하는 마음이 감춰질까요? '한참을 멍하니 너의 옆모습을 바라보다'에서 알 수 있듯이 계속 훔쳐봅니다. 물론 상대방이 이런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죠. 그래서 '눈이 마주칠 때면 딴청 부리는 날 알까'라고 말하죠. 애써 좋아하는 내색을 안 하는 나를 알아줄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 자신이 답답한지 나름의 변명을 생각해 봅니다. 상대방이 부담을 가져서 둘 사이가 어색해지지 않기 위해, 슬픈 이별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 하는 사랑도 나쁘지 않다고요. 그런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일정한 수준까지만 조절이 되면 좋겠지만 어디 그런가요?

'자꾸 보고 싶어서/ 매일 니 생각만 나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데'에서 보듯 병명은 상사병이고 '이러다 죽을 것 같은데, 너무 가슴이 아픈데'라고 하는 것을 봐서는 병증도는 중증 되시겠습니다. 하하.

노래의 화자는 혼자만의 사랑을 하기엔 마음이 저만치 먼저 가버렸네요. 그래서 어찌할 바를 모르죠. 화살을 상대방에게로 돌려도 봅니다. '넌 어쩌자고 이토록 사랑하게 해'라고요. 상대방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말이죠. 진짜 자신의 마음은 마지막 부분에 나오네요. '기적이라도 일어나/ 나를 한 번만 사랑해 주면 안 되니'라고 하죠.

저는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정말 큰일이다'가 후반부에 '정말 다행이다'로 바뀐 점입니다. 운율도 맞고요. 작사가님의 가사 전개 방식을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죠. 한 번쯤 반전의 모습을 보여줄 만도 한데 찌질남의 길을 그대로 쭉 가버리는 용기가 느껴집니다.

혼자만의 사랑으로 간직하기엔 심장이 멋대로 나대서 정말 큰일인데 그 아픔을 그 고통을 상대방이 아니라 나만 느끼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죠. 이렇게 생각한다니 이 분 정말 큰일 아닙니까? 관계가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잖아요. 하하. 여러분들 주변에 이런 분 사귀는 친구 있음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말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언제 고백을 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너무 성급해도 안 되고 너무 조심스러워도 안 되는 그 중간 어딘가이겠죠. 노래의 화자는 너무 조심스러워 보이는 측면이 있네요. 조심스러움이 발동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겠죠. 상대방을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말이죠.

두려움 하니까 영화 <명량>의 대사가 생각나네요. 큰 일전을 앞두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아버님. (수적으로 불리한 전투를 앞두고) 두려우십니까?''그래, 아들아. 두렵다.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이처럼 용기를 내기 전엔 반드시 두려움이 동반되는 거죠. 두려움이 따르지 않는 용기는 있을 없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두려움이라는 벽을 넘을 것인가 앞에서 주저앉을 것인가입니다. '생즉필사 필사즉생'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죽고자 하는 마음을 내는 것, 고백을 통해 다시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도 괜찮다는 마음을 내는 것 말이죠. 그래야 살 수 있는 거겠죠.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제가 회사에서 관람 동호회를 하는데, 지난해 연말에 V.O.S 콘서트를 갔지 뭡니까. 그때 생각이 문득 떠올라서 이 노래를 다뤄봤습니다. 코로나로 많이 힘들었다가 오랜만에 무대에 섰다고 말했었는데, 검색해 보니 이후로도 꾸준히 음원을 내고 있는 듯해서 다행이네요. 오늘은 오후에 <독서유감> 혹은 <참을 수 없는 이직의 가벼움>2의 롯데 편 중 하나를 더 올려볼까 합니다. See you. Coming Soon- (NO.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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