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

작사/작곡 이장희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사랑과 평화'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EnKLBROxoUg? si=IOzxAvU9 qYxRvQF9

한동안 뜸했었지


웬일인지 궁금했었지


혹시 병이 났을까


너무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했었지


-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 했었지> 가사 중 -




사랑과 평화는 1978년 데뷔했습니다. 펑크 음악을 주로 했죠. 이들은 미 8군 무대에서 연주하다가 당시 DJ로 활동하던 이장희 씨가 프로듀싱한 밴드입니다. 천재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최이철, 김영곤, 이근수, 박태진, 김태홍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1988년 최이철과 이남희가 합류해 <울고 싶어라>는 노래가 히트를 시킵니다. 하지만 이남이 씨는 이 곡의 선전으로 팀에서 탈퇴합니다. 뒤이어 박성식과 장기호가 영입되며 발매한 <샴푸의 요정>이라는 노래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78년 데뷔와 동시에 내놓은 1집 앨범입니다. 그들은 1979년 2집, 1988년 3집, 1989년 4집, 1992년 5집, 1995년 6집, 2003년 7집, 2007년 8집, 2014년 9집까지 발매했죠.

국내 최장수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의 50주년을 앞두고 있네요. 현재 멤버는 이철호, 박태진, 정재욱, 이해준입니다. 이러 이철호의 나이가 가장 많은 71세입니다. 그들은 MBN <불꽃밴드>에 출연해 최종 2위를 하기도 했죠.

뭐니 뭐니 해도 팀워크와 개인 연주력이 강점인 밴드인 듯합니다. 밴드 특성상 긴 시간을 유지한다는 게 힘든데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 같고요. 지금도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젠 멤버 각각이 고유의 악기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사랑과 평화여 Forever!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한동안 뜸했었지'입니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한동안 연락이 안 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심정이시겠어요? 지금처럼 휴대폰이 없던 시절. 누군가가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이라면 미쳐버릴 것만 같은데요. 화자는 이 심정을 어떻게 가사에 담았을까요.

'한동안 뜸했었지/ 웬일인지 궁금했었지/ 혹시 병이 났을까/ 너무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못했었지' 부분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상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늘 봐왔던 상대였는데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탓이죠. 그래서 추리를 해 봅니다. 주변에 수소문도 해 보고요. 하지만 오리무중입니다. 이제 상상력을 동원해서 아픈 것일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라도 갔나 뭐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 실제 어떤 이유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은 매한가지죠. 그래서 화자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습니다.

2절을 보시죠. '한동안 못 만났지/ 서먹서먹 이상 했었지/ 혹시 마음이 변했을까/ 너무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했었지' 부분입니다. 찾아도 찾아도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던 상대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납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안 본 사이 마음이 변한 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지죠. 무사히 돌아온 것은 너무너무 좋은데, 예전 같은 마음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꿈틀거립니다. 없을 때도 있을 때도 화자는 안절부절못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밤이면 창을 열고/ 달님에게 고백했지/ 애틋한 내 사랑을/ 달님에게 고백했지/ 속절없이 화풀이를/ 달님에게 해대었지/ 속절없이 화풀이를/ 달님에게 해대었지/ 안절부절못했었지' 부분입니다. 상대가 사라진 동안 화자는 깊어가는 밤마다 상대를 떠올렸을 겁니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면 멀리 달님이 보였죠. 상대를 대신하여 달님에게 뒤늦은 고백도 해보고 화풀이도 해보고 그랬더랍니다. 그런다고 그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질 리 만무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 살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무기력해져 가는 화자에게는 상대를 대신한 달님이 필요했던 까닭입니다.


음. 오늘은 연애에서 발생하는 '잠수'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영할 때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한동안 나오지 않는 것을 잠수라고 하죠. 이것 빗대어서 일상생활에서 좀처럼 얼굴이나 활동을 드러내지 않는 행태를 통틀어 잠수 타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잠수는 단절이라는 의미로 읽히는데요. 세상의 연결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존재를 감추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밝히고 의도적으로 그런 경우도 있고요. 반대로 이유조차 말하지 않고 잠수를 타는 경우도 있죠. 잠수라는 행위 자체가 '나를 찾지 마'라는 무언의 의사 표현일 수도 있겠네요.

이유를 밝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연결된 일상과 단절해 잠수를 선택한 사람의 마음이 오죽했으면 그렇겠나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잠수로 인해 관계를 지속해 오던 누군가는 이 자체로도 상처를 받기 십상이죠. 내가 그에게 이 정도도 안 되는 사람이었단 말이가 하는 자괴감을 갖게 하죠.

이유가 없는 잠수는 없죠. 단지 이유를 말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만 있을 뿐이죠. 특히 연애에서는 잠수를 타는 대상이 특정인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별의 아픔으로 세상을 등지고 홀연히 모습을 감추는 사례도 있긴 합니다만 다른 사람들과는 정상 생활을 하고 유독 한 사람에게만 연락을 끊는 제한된 잠수 형태를 취하곤 하죠.

무슨 연유 때문인지보다 상대의 영향력 범위를 넘어서서 생각해야 할 무언가가 있거나 아니면 그렇게 관계의 단절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죠. 요즘 젊은 이들 사이에서는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거나 잠수 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말도 들리는데요. 이전보다 잠수를 헤어짐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이별과는 다르게 잠수는 그 사람의 생존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누군가에게 잠수를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게 되죠. 걱정이 한가득 밀려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있을 때 잘해주지 못했던 것,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 잘해줄 것 등등을 생각하게 하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잠수 테마가 자주 쓰입니다. 한 때 잘 지냈던 사람들 속에 있던 누군가가 홀연히 떠나버리는 설정이죠.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떡하니 나타나서 위기에 처한 주변사람을 돕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는 그렇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나중에 설명하죠.

잠수를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삶의 무게 같은 것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무언가를 이야기해서 이해받고 처단을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존재 자체를 사라지게 하는 선택을 합니다. 마치 죄를 지은 사람이 죽으면 수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종결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죠.

특이한 점은 어떤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 존재가 없는 것을 전제로 사건값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존재가 다시 나타나면 그동안 비워뒀던 존재값이 일시에 환원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극적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아 돌아와서 어이가 없어하죠. 자신이 그동안 겪은 사건값이 실제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황망함을 느끼는 걸 겁니다.

유사한 단어로 '침잠'이라는 것이 있죠. '마음을 가라앉혀서 깊이 생각하거나 몰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과 혹은 관계와의 단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잠수와 유사한 측면이 있죠. 다만 잠수는 물리적인 몸의 출연 여부가 중요한데, 침잠은 마음의 상태 변화가 초점이 되는 것이 달라 보이네요.

빙하의 웃 부분은 전체의 10% 남짓 될까요. 물아래에는 90%의 빙하가 존재하죠. 우리가 잠수를 타거나 침잠을 한다는 것은 90%의 보이지 않는 세상과 조우하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사람들과 함께 관계가 왕성해서는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죠. 그래서 현실에서는 많은 잡음을 일으키기도 하는 거고요.

여러분들은 어떤 상황에서 잠수나 침잠을 하시나요? 인생은 물 위만을 걸을 수 없는 까닭에 많든 적든 이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물아래서 했던 생각과 고민이 물 위에서의 삶을 더욱 강하고 건강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하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주변에 보면 사람마다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너무 자기 본위로도 연락을 했다가 잠수 탔다가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 관계를 건강하게 지속해 나가기가 힘들죠. 인간관계의 핵심 중 하나가 예측가능성인데, 잠수는 그걸 파괴하는 아주 부정적인 기제 중 하나죠. 돌아온 후라도 그 연유를 설명하는 센스 정도는 좀 보여주셔야 하는 게 아닐는지.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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