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반의 <행복>

작사 오반, 작곡 피아노맨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오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YTzBBM54 ObM? si=k69 pOQHL_5 sA3 Odb

난 행복해 근데 아직도 너무 힘들어


난 배부른데 자꾸 찾아가 불안 속으로 일부러


난 인정받고 싶어 난 위로받고 싶어


난 행복하고 싶어 난 사랑받고 싶어


- 오반의 <행복> 가사 중 -




오반은 2017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조강석입니다. 오반이라는 활동명은 만화 <드래건볼>의 캐릭터인 '손오반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초등학교 때 연예인이 되고 싶어 했고 MC 스나이퍼, 아웃사이더의 음악을 주로 들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2008년 산이와 스윙스의 믹스 테이프를 듣게 되고 노래에 욕이 나오는 것에 충격을 받아 중학교 시절부터 직접 가사를 써서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고 언더그라운드 그중에서도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실력을 인정받은 케이스죠.

그를 알아본 것은 현재 소속사인 로맨틱팩토리 대표였고요. 2017년부터 전속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프로의 길에 들어서죠. 음악 방송인 엠넷에서 제작한 소셜 배틀 뮤직쇼인 <BREAKERS>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이지 리스닝, 현실적인 가사, 독특한 창법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가사가 우리 주변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가사실종사건> 콘셉트에 아주 부합하는 가수죠. 하하하. 좀 긴 것이 옥의 티지만 한 번은 다뤄봐도 괜찮을 싶어 소개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행복'입니다. 이 노래 가사를 보면 행복은 불안하지 않은 상태라는 가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는 19살 때가 너무 그립다 말하는데요. 그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땐 불안을 못 느꼈거나 적게 느꼈겠죠.

'난 포기가 쉽죠 적응이 빨라서 착한 척하는가 싶고/ 필요도 없는 생각이 넘 많아져 불면이 싫죠/ 잠 못 자는 건 아마도 습관이 돼버렸나 봐요/ 열등감이 깨어날 때마다 난 열아홉의 내가 너무나 그립죠/ 나도 불쌍한 티 내고 싶은데 왜 너흰 아무것도 몰라요/ 어른인 척하는 내가 힘든 게 왜 그러는 척이 됐나요/ 이겨낸 나는 무시받는 것까지 이겨낸 다음에야 이해받는 건가요/ 사랑이 없이 무너진 난 그저 어린 거래요' 부분입니다.

화자는 열등감으로 인해 불면증을 겪고 있습니다. 그의 19살은 그런 것이 없었고요.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지만 어른이 되고서는 그걸 들어내놓고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안 되는 건 빨리 포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 자리엔 불안이 늘 작동했을 겁니다.

'Yeah 아빠 행복하자 그래두 아들이 이제 돈을 벌어 아빠 향수까지 사줘/ 80만 원짜리 하루 낭비해도 어딜 가든 여유롭게 매일마다 택시 타고 다녀/ 웃기지 그래 맞아 엊그제까지만 해도 동전 모아 5616 타고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 하던 내가 이제 어제 썼던 백만 원은 내게 정말 아무것도 아냐/ 미안해 누나들 갓 스무 살이 됐던 어린 난 집에 가져다가/ 주는 생활비 20만 원이 왜 그렇게 까지 아까웠을까/ 큰누나의 결혼식 축가에 울어버린 그때 하객 전부는 몰랐을 거야 아마도/ 동생은 철없이 받아버렸지 아름다운 신부의 눈물은 30만 원/ 감사해 아직도 얻어먹었던 편의점 도시락/ 민규 태원이 먹고 싶은 거 전부 시켜 이 정도는 내가 사줄 거니까/ 지수형이 사준 치킨 손에 쥐어준 5만 원 기억해 걸어 전화 꼭 받아/ 사줄 수 있지 나 이제 돈 많어 누구한테도 안 벌리네 손바닥' 부분입니다.

이제 어였한 성인이 되었고 경제활동을 하면서 전처럼 지질하게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과거를 떠올리면 몇 만 원에도 벌벌 손을 떨었습니다. 주머니가 가벼울 때 받았던 친구의 도움 같은 것들이 진짜 우정이었음을 깨닫기도 하죠.

'아빠 나는 나도 행복했음 좋겠어 아니 사실/ 내가 제일 행복했음 좋겠어/ 아빠 전화받을 때마다 웃고 있음 좋겠어/ 근데 어린 난 그 정도 목소리 밖에는 못해줘/ 빈 집 안을 혼자 정리해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게 해서 미안해/ 밥은 먹었니라 묻지 말아 줘 아빠보다 맛있는 거 훨씬 많이 먹어 미안해/ 누나들한테 더 기죽지 않게 해 줄게 더는 돈 얘기 안 하게 더 벌게/ 저 사람들은 나의 성공이 가짜라고 말을 해도 그냥 우릴 위해서 이겨내 볼게/ 버려진 사랑마저 거짓이 되고 망가져 괜찮지가 않아도 눈 감고 귀를 막어/ 사실 건 누나도 아빨 위한 것도 아냐 나를 위해 지금도 나의 불행을 팔어 yeah' 부분입니다.

가사가 뭔가 뭉클하네요. 형편이 나아진 화자를 끊임없이 걱정해 주는 아버지라는 존재. 가족에 대한 부채감과 미안함도 보이고요. 음원 차트 사재기 루머로 여러 의혹과 공격에 시달렸던 자신의 과거사를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불행을 파는 예술가로서의 고백과 고뇌도 그려집니다.

'어디까지지 어디까지가 멀리 보라는 말의 끝/ 어린 나이지 어른스러워지는 게 아직도 그런 척할 수밖에 없는 나의 꿈/ 나도 나의 성공을 인정받고 싶어 나도 나의 슬픔을 위로받고 싶어/ 아빠 나는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이제 날 미워하는 네게 사랑을 받고 싶어' 부분입니다. 몸만 컸지 아직 마음은 제자리인 듯한 화자입니다. 삶의 짐이 무거워 내려놓고 싶기도 하고 그런 힘듦을 이해받고 싶기도 하죠. 그 시작은 바로 다른 누군가도 아닌 자기 자신과의 화해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 주나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난 행복해 근데 아직도 너무 힘들어/ 난 배부른데 자꾸 찾아가 불안 속으로 일부러/ 난 인정받고 싶어 난 위로받고 싶어/ 난 행복하고 싶어 난 사랑받고 싶어' 부분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람의 행복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으로부터의 인정, 위로 같은 사회적인 것에서 온다는 사실이죠. 화자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으나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걸 잃어 행복해지고 싶다 말합니다.


음. 오늘은 가사 중 ''이제 날 미워하는 네게 사랑을 받고 싶어'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네게는 타인을 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기 자신을 말하는 걸까요? 가사의 흐름상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자기 구원, 적어도 나 자신만큼은 나를 사랑해 주자는 메시지로 읽었죠.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죠. 독일 철학자 헤겔이 한 말입니다. 그는 '인정 투쟁'이라는 깊은 철학적 통찰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죠.

자신에 대한 인정이나 미움 따위는 스스로 발동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부정적 시선이 나에게 닿으면서 시작되죠. 어떤 이는 그냥 콧웃음을 치며 넘기기도 하지만 상당 수의 사람들은 그것에 함몰되기까지 합니다. 그 결과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죠.

여러분들은 타인의 비난에 이어 자신마저 자신을 버리는 절망의 늪으로 빠져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은 관찰하는 나와 관찰당하는 나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분열 상태라고 하는데요. 위에서 언급한 샤르트는 이를 '자기기만'이라고 했답니다.

자신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상을 꿈꾸는 자신과 현실 간의 갭이 느끼며, 절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나은 존재, 다시 말해 이상 쪽으로 방향을 틀고 싶은 절규에 가깝다고 하네요. 니체라는 철학자 역시 강한 생명력을 긍정하지 못할 때 원한 감정을 '르상티망'이라고 명명하고 외부로 향하지 못하는 공격성이 자기혐오를 낳는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우린 타인의 잣대나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자신을 책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못나서 그렇게 되었다고 말이죠. 중요한 것은 타인의 판단 근거가 부지불식간에 나의 판단 근거처럼 여겨진다는 점일 겁니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부정적으로 보면 그걸 그대로 수용하게 되죠.

내 마음이라는 방에는 자기 긍정과 자기부정이라는 두 사람이 숨 막히는 술래잡기를 벌이고 있습니다. 자기 긍정도 자기부정도 모두 다 나죠. 누군가는 자기부정을 버리고 자기 긍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하겠지만 그 보다 더 높은 단계는 둘의 화해입니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에너지 역시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에 발생하게 되죠. 연인이랑 헤어져서 살 가치가 없다 여기고 술 퍼마시고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동을 떠올려 보게 되는데요. 이러한 자기 파괴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연인과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같이 하고 싶은 욕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길을 잃어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죠. 내 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맞는데, 어떻게 쓰임이 되느냐가 그런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 만약 연인과의 헤어짐이 별일 아니라 느끼는 사람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거니까요.

우린 기대를 많이 하면 할수록 실망의 크기도 크다고 말합니다. 딱 그 상황이죠. 기대를 했는데 뭐가 잘 안 되면 실망하는 자기부정 작업이 시작됩니다. 기대가 없었다면 당연히 자기 부정할 건더기가 없겠죠. 사람은 욕망의 존재라 기대가 없다는 건 죽은 사람이거나 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뿐일 거고요.

한 번 자기부정의 늪에 빠지면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화자 역시 열등감이라는 주머니를 늘 달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다짐을 수없이 반복해도 잘 안 될 겁니다. 어떤 이는 자기 부정과 만나지 않기 위해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회로를 훈련시키는데 글쎄요. 하하하.

제가 아는 첫 번째 방법은 관찰입니다. 일명 거리 두기죠. 자기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기준의 재설정입니다. 다른 누가 뭐라는 것에 신경을 끄고 자신의 기준에 집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너그러움 같은 것이 필요하죠. 누구나 다 실수하고 극복하고 안 되는 것도 있고 그게 인생 아닌가라는 식 말이죠.

이 노래에서 읽히는 화자의 자기부정은 나를 미워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는 자기 부정과 자기 긍정 사이에 화해를 이루었을까요? 불안하다면 이 둘이 머리채 잡고 싸우는 것이 아닐까 판단하면 어떨까요? 여러분들은 지금 불안하신가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글이 좀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내 안에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을 텐데요. 자기부정을 저버리면 나쁜 점은 늘 갖고 살게 됩니다. 자기 긍정도 부릴 때 부려야 한다는 것이죠. 그걸 잘 판단하는 것이 둘과의 화해를 위한 첫 발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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