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박동율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남궁옥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6 eOLL5 iS8 Jc? si=N_sUZMvdK5 lKDdYP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향기로운 꽃보다 진하다고
사랑 사랑 그 누가 말했나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 남궁옥분의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가사 중 -
남궁옥분은 1979년 데뷔했습니다. 포크 가수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성악에 취미를 있어서 무신론자임에도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하네요. 성균관대 법학과 재학시절 '쉘부르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며 이종환 사단에 들어가 처 앨범을 발매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노래는 1981년 발표한 곡으로 그녀의 노래 중 가장 유명합니다. KBS2 가요톱텐에서 4주 연속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해 KBS 방송음악대상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죠. 1982년과 1983년에는 MBC 10대 가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라디오 MC로도 활약했습니다. 광고 CF 송과 만화영화나 영화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고요. 1980년대까지 주로 활동했고 1995년, 2001년에 음반을 냈습니다. 1982년에는 TV 탤런트와 가수 인기조사에서 여자가수 1위를 할 만큼 인기의 정점에 있기도 했죠. 하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가 다시 가요계로 복귀하기도 했죠.
그녀는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했던 모양입니다. 전시회도 여러 차례 열 정도로 미술도 꽤 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핑 등 다양한 운동도 하고 있다고 하고요. 각종 사회봉사나 홍보 대사 활동에 많이 참여해 와서 사회 참여도 꽤 활발한 편입니다. 2024년 데뷔 45주년을 맞았습니다. 포크송과 맑은 목소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인데 그녀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죠. 부디 오래도록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입니다. 진짜 누가 말했을까요? 하하하.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얄궂여서 사랑의 정체가 도대체 뭐냐고 화자는 묻고 있는데요. 향기로운 꽃이면서 동시에 바보들의 이야기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때로는 당신 생각에 잠 못 이룬 적도 있었지/ 기울어가는 둥근달을 보며 타는 가슴 남몰래 달랬지' 부분입니다. 누군가가 그리워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던 화자. 달이 기우는 것은 곧 시간의 흐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화자는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을 들킨 새라 남몰래 달랬다고 말합니다. 표현이 이쁘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향기로운 꽃보다 진하다고/ 사랑 사랑 그 누가 말했나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부분입니다. 화자에겐 사랑이 딱 그랬나 봅니다. 꽃의 향기가 밤하늘을 수놓아서 잠을 못 이루게 하고 그런데도 쉬이 상대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죠. 바보가 따로 없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복수를 뜻하는 '바보들'이 아닐까 합니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좀 나서면 일이 진척이 있으련만 둘 다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모습을 그리 표현한 것은 아닐는지요.
'세월이 흘러 먼 훗날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도/ 오늘 밤 또다시 당신 생각에 타는 가슴 남몰래 달래네' 부분입니다. 그래서 화자는 현재를 살고 있는 듯합니다. 사랑이 이어지지 않으면 잠 못 잔 거, 맘 졸인 거 다 무용지물이니 그냥 포기하자 할 수도 있을 텐데, 나중엔 어찌 되더라도 지금 마음에 충실하자는 버전이죠. 그래서 그 사람을 놓치지 못하고 오늘 밤에 그 마음을 몰래 꺼내보고 있습니다.
음. 오늘은 또 한 번 사랑에 대한 썰을 풀지 않을 수 없는 노래를 만났네요. 여러분들은 사랑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시나요? 이 노래처럼 1) 향기로운 꽃보다 진한 것 2) 바보들의 이야기 중 어느 쪽에 손이 가시나요? 보기가 마음에 안 드신다면 3) 기타( )를 선택하고 ( ) 안에 뭐라고 적으실 건가요?
사실 우매한 질문이죠. 천 인천색 사랑의 다른 모습이 있거늘. 그것이 무엇이라고 말하는 순간 오답이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가 있죠. 그렇다고 '말로 표현할 수 없지'라고 답변하면 김이 빠질 겁니다. 답이 있다기 보다는 각자의 경험과 의견이 담긴 괄호가 아닐까 싶네요.
누군가는 사랑을 어머니가 내어주는 따뜻한 밥상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사랑이 희생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이 아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 맞는 말이죠. 사랑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을 해도 맞고 부정적으로 말을 해도 맞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들을 다 품을 수 있는 위대한 단어니까요.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는 일은 힘겹습니다. 특정 시점이나 장소에서 잠깐 가능할지는 몰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몇 년 몇 십 년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은 매우 힘들죠. 저 역시 사랑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더 나아지기는커녕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죠.
분명 사랑하는 사람들은 공통분모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전보다 연락 회수가 많아지고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서로를 생각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죠. 둘만 아는 비밀도 생기고 상대가 없는 시간에도 상대를 생각하죠. 반대로 사랑을 하면 더 외로워질 수 있습니다. 보고 싶지만 일상생활을 하느냐 띄엄띄엄 봐야 하니까요. 서로 만났다가 헤어지는 일은 곤혹스럽기까지 합니다. 그게 싫어서 같이 사는 선택을 하시는 분들도 있죠.
제가 봤던 수많은 사랑의 정의 중 눈이 갔던 표현은 '욕구 거스르기'였습니다. 예전에 <인간론>이라는 책을 보면서 인간의 속성을 욕망과 고독이라고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사랑은 바로 욕망과의 반대길을 걷는 게임이라는 표현이죠. 좋아서 하는 사랑인데 욕망을 거스르다니 이게 웬 말인가 싶을 겁니다.
날씨가 쌀쌀합니다. 그런데 상대가 이쁘게 보일 요량으로 짧은 미니스커트에 화사한 옷을 입고 데이트 장소에 나왔습니다. 갑자기 예고 없던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면서 온도가 뚝 떨어지죠. 상대가 추위를 느낍니다. 남자는 자기 웃옷을 벗어서 여자의 상체에 걸쳐주죠. 여자분이 묻습니다. '그대는 괜찮냐고요?' 당연히 남자는 '원래 몸에 열이 많다며 괜찮다고 하죠' 이게 바로 욕구 거스르기, 사랑입니다. 하하하.
우린 사랑을 하면 욕구를 거스릅니다. 맛있는 게 눈앞에 보이면 먼저 손을 뻗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양보를 하죠. 자신도 그걸 먼저 맛보고 싶은 욕구가 있을 텐데 그걸 사랑의 힘으로 제어를 하는 셈이죠. 그게 때로는 희생이라는 단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앞에서 웃옷을 빌려준 남자. 그다음 날 감기에 잔뜩 걸렸습니다. 뒤늦게 상대는 자신을 배려하려다 감기가 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죠.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남자의 집으로 향합니다. 약국에 들러 약을 사고 죽을 사서 말이죠. 본인의 끼니는 건너뛰었습니다. 가장 1차적인 식욕을 거스르는 행위였죠. 이 역시 욕구 거스르기에 해당합니다. 사랑이죠.
사랑을 이처럼 강력합니다. 의식주라는 기본 욕구를 뛰어넘죠. 자신의 욕구를 뒤로 미루고 상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배가 고플 줄도 모르고 추운 줄로 잊죠. 그 결과 감기에 잔뜩 걸리거나 밤늦게 집에 들어가서 밥통을 들고 우걱우걱 뒤늦은 식사를 하게 되죠. 후회할 만도 한데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져도 똑같이 행동하게 됩니다. 나의 욕구보다 상대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심한 경우는 의식주의 욕구보다 몇 백만 배 강한 생의 욕구마저 내려놓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해서 불길에 뛰어들죠.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대를 구하기 위해서 기꺼이 그 길을 갑니다. 욕구를 거스르는 정도가 아니라 욕구란 단어를 세상에서 지우는 수준이죠.
이 노래 가사에서 화자는 매일 밤 '타는 가슴 남몰래 달랬지'라고 말합니다. 이 역시 욕구 거스르기의 일환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상대방을 귀찮게 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마음을 내비치는 것이 민폐가 될 것 같아 스스로 끙끙 앓는 선택을 하죠.
화자 개인의 욕구를 실현한다면 늦은 시간이라도 연락을 취해 자는 상대를 깨고 마음을 받아달라고 트라이를 했어야 하죠. 하지만 화자는 몇 날 며칠 그리 보내도 세월이 흘러 먼 훗날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거스르는 행위를 하고 있죠.
사랑을 할 때 철없는 상대는 자신의 욕구를 자주 드러냅니다. 뭐 먹고 싶다. 뭐 하고 싶다 이렇게요. 모든 시선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고 있어서죠. 나의 욕구를 거슬러 상대가 뭘 하고 싶은지, 뭘 먹고 싶은지를 헤어리는 마음이 성숙한 사랑의 모습일 겁니다. 사랑하고 싶은 자 자신이 하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을 지어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사랑이든 결혼이든 우리는 나 좋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해 봐도 상대 역시 같은 입장일 텐데 말이죠. 그렇다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사랑이든 결혼이 되어야 그 공식이 성립할 겁니다. 하지만 현실 버전은 이걸 잘 허용하지 않습니다. 먹고 치우는 걸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사랑한다는 건 그 귀찮은 것을 서로 하려고 하거나 안 보이게 하려는 것 아닐까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