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신대철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상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KeK1 nCgCrU8? si=rcEixEs6 BNsg8_tC
머나먼 저 바다로 가면 찾을 수 있나
머나먼 저 하늘 위에는 있지 않을까
- 박상민의 <멀어져 간 사람아> 가사 중 -
박상민은 1993년 데뷔했습니다. 1984년 언더그라운 라이브 클럽에서 록 발드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고 1986년까지는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했습니다. 그의 데뷔 앨범은 생각보다 잘 안 됐죠. 슬럼덩크 주제가 <너에게로 가는 길>이 그를 알리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를 진정한 가수 반열에 올려놓은 곡이 오늘 소개할 노래인데요. 1994년 발표한 그의 2집 타이틀 곡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리메이크 곡입니다. 1991년 신대철, 오대호, 임재범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자유>가 먼저 이 노래를 만들어 불렀거든요. 3년 차인데 사운드며, 완성도가 정말 업됩니다.
이후로는 내는 앨범마다 히트를 쳤죠. 1995년 3집 <청바지 아가씨>, 1997년 <무기여 잘 있거라>, 2004년 <해바라기>, 2011년 <한 사람을 위한 노래>등으로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눈물잔>이라는 노래가 참 좋아합니다. 저랑 음역대가 맞아서인지 부르기에 괜찮더라고요. 하하하.
중절모, 검은 선글라스, 턱수염이 그의 3대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가수 김장훈과 같이 언급되는 숨은 기부천사이기도 하죠. 종합격투기 단체인 '로드 FC'의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력이 특이하네요. 격투기 선수들을 남 모르게 지원해 왔다고 하네요.
허스키 목소리를 락이라는 장르에 접목시키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락 중에서도 락 발라드에 특화된 목소리죠. 생각보다 섬세하게 노래를 부르는 듯요. 선한 영향력을 주면서 음악이라는 한 길을 꾸준히 가고 있는 참 괜찮은 가수라는 생각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멀어져 간 사람아'입니다. 떠난 임을 말하고 있죠. 딱 봐도 이별 노래입니다. 가사는 시조를 연상시킬 만큼 짧고 강렬합니다.
'내게 사랑한다는 말하고 멀어져 간 사람아/ 사랑이 무언지도 모르는 그대여' 부분입니다. 상대가 화자에게 사랑하지만 떠난다고 말했던 걸까요? 사랑하면 떠나지 말아야 하는데, 말과 행동이 반대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화자는 상대가 사랑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내게 안녕이란 말하고 멀어져 간 사람아/ 그대여 나만 홀로 외로이 서 있네' 부분입니다. 상대는 화자에게 헤어짐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제 그 자리엔 화자 홀로 남아 있죠.
2절을 볼까요. '어두운 저 창문 밖으로 누군가 있지 않나/ 쳐다봐도 가로등만 외로이 서 있네' 부분입니다. 화자는 떠난 상대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인기척이라도 들리면 상대가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죠. 하지만 내다보면 가로등만 보일 뿐이죠. 기다랐게 우뚝 서 있는 가로등에서 외로움이란 단어를 발견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머나먼 저 바다로 가면 찾을 수 있나/ 머나먼 저 하늘 위에는 있지 않을까' 부분입니다. 떠난 임을 마음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화자입니다. 바다와 하늘은 이 세상 모두를 뒤져서라도 떠난 임을 찾고 싶어 하는 화자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멀리 떠나버린 그대여/ 저 하늘 위에 사랑이 있다고 말하지 마오/ 멀리 떠나버렸네' 부분입니다. 어디라도 눈 씻고 찾아봐도 한 번 떠난 님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괜한 기대 같은 것을 가져본들 그 기대가 이루어질 리 없죠. 한 번 반대 방향으로 가버린 임은 계속 멀어져만 갑니다.
음. 오늘은 '사랑이 무언지도 모르는 그대여'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사랑 참 어렵습니다. 사랑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하는 문제부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죠. 우린 사랑을 그리도 갈망하지만 사실 사랑을 잘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이 가사는 단순하게 보면 나를 아프게 하고 떠나는 사람에 대한 자기 방어 성격이 있을 수 있죠. 떠난 사람은 나쁜 사람, 남겨진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보는 것이죠. 이별로 인한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상대에게 화살을 돌려 그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일환일 수 있는 거죠.
사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 가깝습니다. 쉽게 말해서 무언가를 포장해서 선물로 주고 끝내는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죠.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 근사한 선물을 준비해서 주었다고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으며, 그걸로 사랑이 끝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행위의 지속'이라는 동사 형태인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 모든 연인이 사랑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연인이라는 관계만 남아 있을 뿐 사랑이라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죠.
사랑의 특징은 양방향성입니다.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 행동을 했을 때 상대 역시에 이에 화답해야 '행위의 지속'이 가능하죠. 키스를 하려고 했을 때 고개를 돌리면 꽝이 되는 식입니다. 다시 말해 사랑은 상대의 행위에 대한 책임과 응답이라는 의무 비스므레한 것들이 따라다니죠.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상대가 한 말은 대충 듣거나 흘려 들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딴생각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 쉽게 넘어가죠. 그런데 연인 사이라면 좀 다릅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 대상이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 듣는다면 용서가 안 될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화자가 상대에게 사랑이 무언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화자의 부름에 대한 회신을 안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가 사랑의 영역 안에 있었을 때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동반한 인터렉티브가 잘 이루어지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그 영역을 벗어나면 소통이 불가해지죠.
도전과 응전으로 이루어진 사랑의 전선에서 도전은 있는데 응전이 없다면 그건 한쪽이 전투를 계속할 의지가 없다는 말일 겁니다. 레비나스라는 철학자는 "사랑의 시작은 나에게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로부터 오는 신호를 수신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타자의 부름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는 의미죠. 이 노래에서 상대는 지금 화자를 떠나 멀리멀리 가 버렸습니다. 화자의 부름에 응답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책임이라는 의미의 단어인 Responsibilty는 응답(Response)과 능력(Ability)의 합성어입니다. 기꺼이 응답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죠. 그런 의미에서 화자의 입장에서 응답할 수 없는 상대는 '사랑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동사형이 아닌 멀리 떠나버린 사람이라는 명사형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유명한 책 <소유냐 존재냐>에서는 명사로서의 사랑을 소유로 동사로서의 사랑을 존재와 행위로 설명합니다. 상대를 내 소유물로 볼 때 사랑은 생명력을 잃고 명사로 굳어지게 되는데, 사랑은 끊임없이 생성되는 에너지와 같이 현재 진행형의 행위라는 것이죠.
흔히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다소 수동적이죠. 내가 무엇을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기반으로 상대를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하는 순간이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있는 순간이죠. 그 행동 뒤에 따라오는 감정이 진짜 사랑일지 모릅니다.
저는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을 하나 얻게 됩니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을 포함한 추상명사는 비슷한 특징을 지니는데요. 삶의 의미 뭐 이런 것들요. 추상명사는 동사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죠. 사랑은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행위를 하는 과정에 따른 결과물이고, 삶의 의미도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꾸려가며 만들어 가는 과정이자 결과물인 것이죠.
정리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을 명사화시키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다와 모른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는 과정, 몰라서 알려고 하는 과정을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가사에서 사랑을 모르는 상대는 사랑을 모르는데도 알려고 하지 않고 떠나버린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 지구상의 모든 것은 살아 움직입니다. 변화의 속도가 느려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죠. 모든 것들이 진행의 상태에 있다면 그 속에는 사랑이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주가 곧 사랑이라고 말해도 무방한 것은 아닐까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 한일전은 '졌잘싸'였습니다. 조금 있으면 대만전을 합니다. 최근 들어 제가 본 야구대표팀 전력 중 가장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문제는 누굴 어느 타이밍에 쓰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표팀이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데요. 그걸 놓치지 않고 시청하는 것이 저의 야구 사랑 방식입니다. 현재도 진행 중이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