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비의 <마음이 다쳐서>

작사 오성훈 / 작곡 오성훈 크라운 제이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나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wrbvOLyd_AE?si=wdLZfaEdsi_UdEpj

마음이 다쳐서

숨도 못 쉬겠어


심장에 번져서

죽을 만큼 아파

계속 아파


병원에 가도 내가

아픈 이유조차

찾지 못했어


내 몸을 다치면

아물긴 할 텐데


마음이 다쳐서

눈물병이 걸려

낫질 않아


- 나비의 <마음이 다쳐서> 가사 중 -




오늘따라 니가 이상해

아무 말 없이

나만 바라만 봐


너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 것 같아


느낌이 싸해서

두 귀를 막아버렸어


역시나

눈물이 앞을 가려

온몸을 뒤 감았어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떨궜어


처음이었어

니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게


문득 거울을 보고

거울에 비친 나에게

오늘 딱 하루만 울고

널 비워낼 거라 다짐했지


하지만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아

심장이 멎은 것 같아


이렇게 죽을 만큼 아픈데

병원에 가봐도

또렷한 병명이 없었어


몸이 아니라 마음을

다쳤기 때문이겠지


눈물병이야

내 의지와는 다르게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병 말이야


마음이 다쳐서




나비는 2004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탄생>을 통해 알려졌지만 정식 데뷔는 2008년입니다. 워낙 노래를 안정적으로 잘하고 음색도 좋죠. 최근에는 MBC <놀면 뭐 하니>의 'WSG워너비' 멤버로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성인 잡지 '맥심'의 표지 모델로 했었죠. 이쯤 되면 다재다능하다고 봐야겠죠?

<잘 된 일이야>><불치병><길에서> 등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미니앨범과 OST에도 참여했고요. 이번 곡은 2009년 발표된 싱글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크라운 제이가 피처링에 참여했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첫 도입부 가사가 '(오늘따라) 아무 말도 없이 날 바라보는 게/ 뭔가 이상해서 두 귀를 막았어/ 내 눈에 보이는 너의 입모양이/ 헤어지자는 말인 것 같아서'입니다. 사귀던 사람과 어느 때처럼 만난 날 유독 분위기가 싸할 때가 있죠.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려고 입을 열기 전 긴 침묵이 흐르는 상황이 떠오릅니다. 여지없이 이별의 언어가 쏟아지기 전의 상황이죠. 노래의 화자도 직감적으로 그런 말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귀를 막는 행동으로 이별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죠.

다음 가사는 '어느새 또 눈물이 내 발등을 적시고/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숙였어/ 오 제발 이러지 말라고 날 떠나지 말라고/ 오늘 처음으로 네 앞에서 울었어'입니다. 얼마나 울었던 걸까요. 눈물이 흐르다 못해 본인의 발등을 적셨다고 말하고 있네요. 눈부터 발까지 눈물이 흐를 정도니까 온몸으로 울었다고 해야 맞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정신 차리며 주변을 의식해 보니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것이죠.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노래의 화자는 평소에는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인 듯합니다. 오늘이 처음 상대방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이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이네요. 이유는 이러지 말라고 떠나지 말라고요였죠.

당연히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을 겁니다. 그래서 눈물이 터진 것이죠. 오늘 하루만 울고 내일부터는 다른 삶을 살아가리라 하며 혼자서 술도 마셔봅니다. 하지만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왜 이리도 초라게 보이는 것일까요. 과연 술잔을 비워내는 것처럼 그 사람도 쉽게 비워낼 수 있는 것일까요?

제가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병원에 가도 내가/ 아픈 이유조차 찾지 못했어' 부분입니다. 분명 힘이 빠지고 밥맛도 없고 해서 기운이 빠지고 머리가 빙돌아 병원을 찾았지만 이것저것 진단을 한 후 의사 선생님이 던진 말은 '특별히 문제는 없는데요'라는 말이었죠.

당연합니다. 가사에서도 나오지만 '내 몸이 다치면 아물긴 할 텐데/ 마음을 다쳐서 눈물병이 걸려 낫질 않아' 부분요. 네. 이 노래의 화자는 몸이 찢어지거나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다친 것입니다. 그러니 병원에서 진단을 해도 병명이 제대로 나올 리 없죠. 눈물병이라고 자체 진단을 내리는데요. 눈물병을 의학적으로 말하면 '이별 등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의 아픔으로 인하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는 병'이 정도로 정의 내려지지 않을까 싶네요.

계속 반복되는 후렴구인 '마음이 다쳐서/ 숨도 못 쉬겠어/ 심장이 번져서/ 죽을 만큼 아파 계속 아파' 부분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을 경험하면 가슴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잖아요. 노래의 화자도 이별의 아픔으로 숨을 잘 쉬지 못하며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다음 가사가 시적인데요. '심장이 번져서' 부분요. 숨을 쉬는 것은 심장이 하는 일인데 그 작동을 멈춰버렸으니 온몸이 제대로 될 리가 없겠죠. 마음에서 출발해서 한 사람의 몸 전체를 이별의 아픔과 슬픔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표현인 듯한데요. 운율도 그렇고 귀도 즐겁게 해 주는 가사가 아닐까 하네요.

노래의 화자는 상대방의 입모양이 가져올 후폭풍을 염려했기에 헤어지자는 말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상대방 앞에서 이러지 말라고 떠나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를 했더랬던거죠. 그러나 중간에 나오는 랩 가사를 보면 회복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 랩이 '우린 남'이거든요.

우리의 직감은 어떤 지성보다도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남성분들보다 여성분들이 이 부분에서 특화된 능력을 자랑하곤 하죠. 그냥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귀신 같이 두 사람의 관계를 맞춘다는 가 그런 경우 있잖아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는 생각하는 동물에서 생각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우리가 동물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사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생각이 가장 위대하고 고상한 것이며 동물적인 무언가는 하찮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 말입니다.

그런데 역사의 시간을 돌려보면 동물적 직감은 지성보다 훨씬 이전에 출연했다고 봐야 타당할 것 같습니다. 어느 뇌 과학자 분이 말하기를 이러한 동물적 직감을 우린 'Feeling'이라 말하고 여기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녹아 있다고 하시더군요. 직감이라는 단어를 찾아봤더니 '사물이나 현상을 접했을 때에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아니하고 진상을 곧바로 느껴서 앎 혹은 그런 감각'이라고 정의되어 있네요. 오호라. 분명 이 노래의 화자는 이별을 직감으로 안 것이 분명하네요. 하하하.

여러분들의 직감은 얼마나 잘 맞으시는 편인가요? 혹은 직감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으신가요? 저는 쫌 맞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삶 속에서도 이 직감을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굳이 머리를 짜내서 생각하는 일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혼성 그룹 편을 하다가 가수 선정에 애를 먹어서 오래간만에 미분류 편에 1곡 올려 봅니다. 사실 미분류 편은 여러 장애물이 적어서 저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거든요. 나름 너무 오래된 노래만 소개해 드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그 부분도 신경을 쓰고 있답니다. 느끼실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주말에도 마음 다치지 마시고 평온한 시간이 되시길 기원하면서 See you. Coming Soon- (NO.67)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인의 <미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