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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의 <하늘바라기>

작사/작곡 정은지, 이단옆차기, Long Candy, 박장근, 챈슬러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정은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2ZDpfwFTifI


꽃 잎이 내 맘을 흔들고
꽃 잎이 내 눈을 적시고
아름다운 기억
푸른 하늘만 바라본다


꼬마야 약해지지마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는 마
아빠야 어디를 가야
당신의 마음처럼 살 수 있을까


가장 큰 별이 보이는 우리 동네

따뜻한 햇살 꽃이 피는 봄에

그댈 위로해요 그댈 사랑해요

그대만의 노래로


뚜루뚜뚜두 두두두

뚜루뚜뚜두 두두두

뚜루뚜뚜두 두두두

하늘바라기

하늘만 멍하니


- 정은지의 <하늘바라기> 가사 중 -




꽃잎이 내 맘을 흔들고

내 눈을 적시는 봄이 오면

푸른 하늘만 멍하니 보게 돼


따뜻한 햇살과 꽃

따뜻한 바람과 봄 내음

가장 큰 별이 보이는

우리 동네 말이야


아빠와 함께 걷던 길

골목 뒤에 숨어 기다리던

아름다웠던 기억이 떠올라


아빤 나에게 늘 말했죠

약해지지 말라고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 말라고


아빤 내게 가장 큰 하늘이었어요

그 하늘 아래서의 삶은

어려웠지만 늘 행복했고요


전 언제쯤

아빠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저도 아빠에게 말하고 싶어요

어려웠지만 아빠가 있어
감사했다고요


살면서 힘들단

티 한번 내지 않았던

아빠를 이제야 위로하네요.


아빠를 향한

노래가 닿기를 바라며

푸른 하늘만

멍하니 보고 있네요


사랑해요.




가수 정은지는 아시다시피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였습니다. 데뷔 5년만인 2016년 이 곡을 발매하면서 본격적인 솔로 활동 시대를 열어갑니다. 무슨 가사 내용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노래에 스며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이 노래처럼요. 참고로 하늘바라기는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다'는 뜻입니다.

가수 하림씨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서정적인 하모니카 연주를 했죠. 정은지씨의 따뜻한 목소리 때문인지 노래 안에 밝음과 그리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느낌을 줍니다. 포크송 느낌은 다소 예스러울 수 있는데 팝적인 요소도 가미되어서 현대적인 느낌도 줍니다. 아주 묘한 구석이 있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하하하.

<하늘바라기>라는 제목만 보면 떠난 님을 그리워하는 곡인가 생각할 수 있는데, 가족 그 중에서도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죠.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인터뷰에서 '왜 엄마가 아니고 아빠냐'라는 질문을 받았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확대해석해 주셔라'라고 답변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제가 이 노래를 해석하면서 가장 난제였던 부분은 아버지의 생사 여부였습니다. 마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하늘을 보며 그리워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찾아봤더니 아버지가 해외에서 일을 하시고 있었다고 하네요. 전체적으로 아버지의 부재 상황에서 만들어진 곡인 것은 맞는 듯 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시죠. 노래의 화자는 봄이라는 계절이 오면 아버지가 연상되는 모양입니다. 노래 전반에 걸쳐 봄과 관련된 가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아버지에 대한 밝은 이미지 혹은 기억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뜻한 햇빛'이나 '따뜻한 바람'이 대표적이죠.

어린 시절은 누구나 그렇듯 가난했고 부족했던 시간이죠. 노래의 화자는 '가난했지만 후회없는 삶''이라는 가사에서 보듯 아빠가 보여주었던 믿음직한 모습이 있었기에 어려웠던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하죠. 그래서 아빠와 함께 있었던 '우리 동네'라는 공간이 그 어느곳보다 따뜻하고 애뜻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요. 참고로 뮤직비디오에서는 대부분 본인이 살던 동네를 배경으로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죠.

저는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가 '꼬마야 약해지지마'와 대비를 이루는'아빠야 약해지지마' 부분입니다. 어렸을 적 아빠가 딸에게 해 주던 말을 이제 성장한 딸이 아빠에게 되돌려주는 것 같거든요. 뒤이어 나오는 가사가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 마라'와 '빗속을 걸어도 난 감사하니깐'입니다.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최선을 다하면서도 집안 형편상 더 많이 못해주는 것에 대해 자식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의 탓도 아닌데, 오히려 그런 부모님의 마음에 박수를 보내도 시원찮을 판인데, 철이 없던 어린 시절에는 형편이 나은 친구들과 비교를 하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후벼팠던 게 한 두번이 아니죠.

그나마 성장해서 뒤늦게라도 '(부모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도 그랬을거다. 다 지난 일이잖아. 그게 최선이었어'라고 말하는 자식이 있다면 부모도 불편한 마음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내려놓고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노래의 화자는 그런 딸인 듯 보입니다. 마지막쯤 나오는 '그댈 위로해요'라는 가사도 같은 맥락으로 읽히네요.

이어지는 가사도 좋습니다. '아빠야, 어디를 가야/ 당신의 마음처럼 살 수 있을까'인데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보고 배우는 것은 부모입니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보면 그런 부모님이 다른 각도에서 보이게 될 때가 있죠. 그 과정이 지금보다 훨씬 쉽지 않았고 나라면 그렇게까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모님이 위대해 보이는 거죠. 그러면서 부족한 자신의 모습과 대비돼 부모님이 존경스러워지고 닮고 싶어지는 거죠.

마지막 가사인 '그댈 위로해요/ 그댈 사랑해요/ 그대만의 노래로' 다음에 나오는 '뚜루뚜뚜두 두두두/ 뚜루뚜뚜두 두두두/ 뚜루뚜뚜두 두두두' 부분은 같이 따라하게 되는 구절이죠. 아빠에게 들어주는 노래인 듯 한데, 여운을 주기도 하고 듣기에도 좋습니다. 그리곤 다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죠. 그 노래가, 아버지에 대한 나의 마음이 하늘을 가로질러 전달되었으면 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 노래에서의 하늘은 물리적인 sky만을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네요. 아마도 아버지와 하늘을 동급으로 취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가장 큰 별이 보이게 하고 따뜻한 빛을 내려주고 바람을 불어주는 하늘이 곧 아버지의 이미지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그래서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하늘에다 대고 멍을 때리고 있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들은 제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저도 누군가의 자식인 동시에 누군가의 부모라서 그 중간에서 점철된 많은 감정과 생각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확실히 누군가의 자식이기만 했던 시절보다는 더 성숙해지는 저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종종 있지요. 천 마디 말보다 한번의 경험이 낫다는 말처럼 부모라는 역할은 겉에서 보는 것과 직접 해 보는 것이 천지 차이인 듯 합니다.

다음 세상에는 안 태어나고 싶지만 만약 태어난다면 이런 딸 한 번 키워보고 싶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에이핑크는 추후에 걸그룹 편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LUV>나 <Mr. Chu> 등 히트곡도 꽤 있지요. 다음 편이 <가사실종사건> 미분류편 10번째가 됩니다. 미분류편은 브런치북으로 만들지 않고 그대로 두려합니다. 계속 여기에 노래를 올리고 <사랑편><이별편><듀엣편>처럼 특정 컨셉으로 10편이 모아지면 그 노래만 브런치북으로 빼 놓으려고요.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 (NO.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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