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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의 <미워요>

작사/작곡 이적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정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Yk7SWsnsq0?si=7jiQkyocOWiS4s4H


웃으라 하지 말아요

잊으라 하지 말아요


내 가슴 아픈 것까지

맘대로 말아요


난 그댈 미워할래요

그것만은 하게 해 줘요


못난 난 그대가

멀쩡한 그대가

미치도록 미워요


- 정인의 <미워요> 가사 중 -




어쩜 사람이 그럴 수 있죠

다시 만났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무 편해 보이네요


참 좋겠어요

지난 시간을 그리도 빨리

정리할 수 있어서

그게 어른스러움인가요


어쩜 그리 태연할 수 있죠

우린 아무 일도

없었던 그런 사인가요


서로의 품을 찾던 숱한 밤도

두근대던 새벽도

난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데


내 몸 깊숙이

파고들어 달라붙어

떼어지지도 잊히지도 않는데


좋은 사람 만나라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내 마음까지 맘대로

할 순 없는 거잖아요


참 그대가 밉네요

지금 웃음이 나와요

그게 없던 일이 돼요


내 가슴 아픈 것까지

해결해 달라고 안 할 테니

괜한 충고는 말아요


내가 못나서

멀쩡한 그대가

미치도록 미운 거겠죠




정인은 2002년 힙합 그룹 <리쌍>의 히트곡 <Rush>에 객월보컬로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린 가수입니다. 워낙 보이스가 독특하고 특유의 탁성은 여느 가수라도 대체불가죠. 저도 이번에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상황이네요. 천재는 이런 악조건 하나쯤 달고 사나 봅니다.

이번 노래는 2010년 발매한 1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 노래 말고도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인 <오르막길>이라는 곡이 유명하죠. 데뷔는 일찍 했는데 본인 앨범을 내는 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경우입니다. 남편이 같은 음악인인 조정치 씨입니다. 연예인 커플이죠. 하하하. 가수 이적 씨가 작사, 작곡을 한 점도 눈에 띄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시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방이 미운 상황입니다. 흔히들 미운 감정은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 있을 때 느끼게 된다고 하죠.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라고들 하고요. 네 떠난 사람에 대한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 있기에 그 사람을 밉다고 표현한 노래입니다. 어디가 어떻게 왜 미운지 같이 가사를 파해쳐 보시죠.

첫 가사가 '날 다시 보고도/ 그댄 아무렇지 않네요/ 참 편하겠어요/ 그리 어른스러운 사람이어서'입니다. 헤어진 후 오래간만에 상대방을 만났는데 당황하지도 않고 너무도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다소 비아냥 거립니다. '참 편하시겠에요. 참 어른스러우시네요'라고 말하죠.

비슷한 가사가 2절에도 나옵니다. ' 그 태연한 얼굴/ 여태 예전 그대로군요' 부분이 그렇습니다. 연기라도 좀 하지 그동안 너무 아무렇지 않게 행복하게 지내왔다고 드러내서 헤어진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후벼 파는 건 좀 너무 한다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노래의 화자는 지금도 그 사람과의 기억과 시간을 잊지 못하고 아파하고 있습니다. '서로 품을 찾던 숱한 밤들도/ 두근대던 새벽도/ 다 흩어졌나요/ 내겐 살아있는데' 부분이 그렇죠. 같이 살을 부딪히며 사랑을 나누던 과거지사가 머릿속에 너무도 또렷하게 남아 있는 거죠.

'살갗 깊숙이/ 가슴 깊숙이/ 달라붙어 있는데/ 지워지지 않는데'라고 말합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으로 휘감겨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지울래도 지워지지 않는 그런 깊은 각인을 새겨놓은 것 같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후렴구입니다. '웃으라 하지 말아요/ 잊으라 하지 말아요/ 내 가슴 아픈 것까지/ 맘대로 말아요' 부분이요. 그렇게 노래의 화자를 떠나서 잘 지내고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 만나''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니 일명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할 수밖에요.

노래의 화자가 가진 추억까지 헝클어 놓으려는 상대방의 과도하고 지나친 간섭에 저항합니다. 마음이 아픈 것까지 맘대로 말라고 말하죠. 근데 여기서부터가 문제입니다. '그냥 신경 꺼. 니 일도 아니잖아'라고 단호하게 말해 버리면 그만인데, 이 노래의 화자는 상대방을 미워하는데 허락을 구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난 그댈 미워할래요/ 그것만은 하게 해 줘요'라고요. 여러분들은 이 부분이 이해가 되십니까?

누굴 미워하는데 떠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는데요. 아마도 상대방을 온전히 미워해야 떠나보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바보 같은 자신의 상황을 상대방에게 부탁하는 방식을 빌려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가사로 '못난 난 그대가/ 멀쩡한 그대가/ 미치도록 미워요'라고 말하며 멀쩡한 그대와 대비되게 자신을 못났다고 표현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상대방이 미운 것은 한 마디로 본인의 마음에 들리지 않거나 거슬리기 때문일 겁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고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갈 때 드는 감정이죠. 한 마디로 마음이 없지 않다는 말입니다. '싫어요'라는 단어를 대비해 보면 그 뜻이 확 느껴지실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자신만을 피폐하게 하는 경우가 많죠. 우리의 인생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용서해 가는 과정이라고도 말을 하는데요. 사랑으로 인해 한 단계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까지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겠죠. 여러분들은 지금 누가 미우신가요? 하하하.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엄밀하게 말해서 오늘이 100번째 브런치를 작성한 날입니다. 기존 첫 책 <지구복 착용법> 브런치를 삭제하고 났더니 100이라는 숫자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살다 보면 미워할 대상이 늘어난다기보다는 미워하는 나의 옹졸한 마음이 커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한답니다. 하나씩 용서하며 미움을 떠나보내는 일이 여러분 모두에게 수월지길 기대하면서. See you. Coming Soon- (NO.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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