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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A의 <성숙>

작사 한경혜 / 작곡 김명준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스페이스A'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e1HwqctiRE?si=E_7dwUy45B3mIWva

괜찮아!

나의 걱정은 하지도 마

어차피 떠나갈 사람이면


너 없이 혼자 울 거라고 믿었다면

미안해 조금도 울 생각 없는걸


괜찮아!

너를 달래며 웃었지만

사실 나 너보다 자신 없어


하지만 끝내 헤어져야 한다기에

나까지 손목 잡고 울 순 없어

눈물을 참을 뿐


- 스페이스A의 <성숙> 가사 중 -




난 괜찮아

어차피 떠날 거면서

내 걱정은 하지도 마


네가 떠난다 해도

혼자 울지 않을 거야

전혀 미안해하지 마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슬퍼하는 거야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하고 헤어져

어떻게 이 별 없이 살아


우리 조금 일찍 왔을 뿐

사랑 끝난 건 아냐


만약에 살다가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면 돼


우리 사랑이 처음이니까

이별이 어려운 거 알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 좋은 날도 있을 거야


어린애처럼 울지 좀 마

나도 너만큼 힘들단 말이야

사랑하지만 이별이라면

받아들여야 하잖아


애써 참고 있는 나를 위해

미소를 보며 떠나줘

다시는 못 볼 사이지만

한 번만 날 위로해 줘


사실 나는 너보다도

이별하는 거 자신 없어


끝내 헤어져야 하는 걸 알기에

이별이 쉽도록

눈물을 참을 뿐야




스페이스A는 1997년에 결성한 혼성 그룹입니다. <섹시한 남자>와 이번에 소개할 <성숙>이라는 초반기 노래가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1999년 2집에 실린 이 두 노래가 타이틀 곡이 될 정도였죠. 이후에도 2013년 미니 앨범까지를 낼 것을 감안하면 거의 15년 동안 활동했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워낙 초반기 노래가 강렬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메인 보컬을 맡고 있는 김현정 씨가 가장 유명하죠. 최근에는 TV나 유튜브에서 얼굴을 보이더군요. 공식적인 해체는 없었고 랩을 담당하는 박재구와 제이슨이 마지막 멤버로 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무려 9명의 멤버가 거쳐갔을 만큼 들고나감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작곡가 한경혜 씨를 검색해 봤더니 <벌써 일 년><아름다운 구속>등 다수의 인기곡을 작곡했고 소설가이면서 에세이도 많이 내신 작가시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먼저 제목부터 살펴보죠. <성숙>입니다. 가사의 전반적인 내용이 처음 사랑을 한 남녀가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노래의 화자 역시 처음이라 많이 힘들지만 애써 태연한 척해 보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요. 여차하면 같이 손 붙잡고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러니 이 노래의 부제는 '성숙하게 이별을 대하는 자세' 정도가 될 듯합니다.

첫 가사가 '괜찮아! 나의 걱정은 하지도 마/ 어차피 떠나갈 사람이면/ 너 없이 혼자 울 거라고 믿었다면/ 미안해 조금도 울 생각 없을 걸'입니다. 우리가 괜찮다고 말할 때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은 괜찮지 않은 상황일 때가 많죠. 노래의 화자 역시 전혀 괜찮지가 않는데 상대를 안심시키고자 그리고 자신을 방어하고자 괜찮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충고하죠. 마치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말처럼 들립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헤어져/ 어떻게 이별 없이 살아/ 우리는 조금 일찍 왔을 뿐/ 사랑은 끝난 것이 아니야'라든가 '살다가 만약 인연이 닿으면 그때 또다시 만나면 돼/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슬퍼하는 거야'라고 말하죠. '너와 나 처음 해 본 사랑에/ 이별이 어려운 걸 알아/ 하지만 다른 시간 다른 곳/ 더 좋은 날도 있을 거야'라든가 '사랑하지만 이별이라면/ 받아들여야 하잖아'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렇게 이별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노래의 화자의 본마음은 어떨까요? 같이 첫사랑, 첫 이별인데 이런 성숙함이 노래의 화자에게만 있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잖아요. 노래의 화자는 진짜 모습을 애써 감춰보려 하지만 가사 구석구석에서 흘러나옵니다.

'다시는 못 볼 사이라 해도/ 한 번만 나를 위로 좀 해 줘'라든가 '애처럼 혼자 울지 좀 마/ 나까지 손잡고 울지 몰라/ 이렇게 애써 참고 있는 나를 위해/ 미소를 보이며 내 곁을 떠나가줘' 부분이 그렇습니다. 결정판은 '괜찮아 너를 달래며 웃었지만/ 사실 나 너보다 자신 없어/ 하지만 끝내 헤어져야 한다기에/ 이별이 쉽도록 눈물을 참을 뿐' 부분으로 진짜 마음은 정반대임을 드러내고 있죠.

헤어지는 상황에서 흔히들 화내거나 짜증 내지 않고 웃으며 상대방을 보내주는 것을 성숙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첫사랑을 한 사람이 해 낼 수 있는 일일까요? 매번 해도 어려운 이별 상황을 초짜가 성숙하게 넘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진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그런 척 연기를 하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서로가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하고 이별을 한다고 해도 가슴 한편이 쓰라린 것이 이별인지라 초보자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죠. 그러니까 이 노래에서는 이별 상황에서 성숙함을 나타내긴 쉽지 않다. 다만 성숙함을 지향해야 한다 정도로 제목을 붙인 듯합니다.

성숙이라는 단어는 성장이라는 말과 늘 짝을 이룹니다. 성장은 물리적인 커짐을 뜻하는 반면 성숙은 정신적인 확장을 의미하죠. 지식과 지혜를 성장과 성숙에 빗대어 말하기도 합니다. 성숙은 다른 말로 어른스러움 정도가 될 듯합니다. 물리적인 나이만 먹는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죠. 성인식만 치른다고 성숙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20대를 전후로 신체적인 성장이 끝이 납니다. 그다음부터는 하락 패턴을 보이죠. 그 빈자리를 성숙이라는 놈으로 메우며 살게 됩니다. 삶에 대해 타인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익어가는 성숙의 마음이 없으면 그저 늙는 몸만 남게 되니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

이가 먹을수록 체력은 전보다 떨어지지만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비우고 욕심도 비우고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도록 성숙함이라는 단어를 늘 옆에 두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부동심과 평정심을 성숙의 척도라 여기고 있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것들을 어른스러움의 기준으로 삼고 계신지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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