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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Feb 02. 2024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한 사람들>

작사 강은경 작곡 이창섭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경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o_k1 dnuHayA? si=2 q98 VxMz2 JbpaFAq


언젠가 그가 너를 맘 아프게 해 

너 혼자 울고 있는 걸 봤어 


달려가 그에게 나 이 말해줬으면 


그대가 울리는 그 한 여자가

내겐 삶의 전부라고 


-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가사 중 - 





난 너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어


아무 때나 전화 걸어도

한 번에 누군지 아는

세상의 단 한 사람


쇼윈도에 걸린 옷을 보며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


너의 지갑 속에

사진으로 늘 함께 있는 사람


내가 힘들어 슬퍼할 때

제일 먼저 찾아올 사람


너의 생일에

꽃을 안겨줄 사람


너에게 나란 사람은

그런 사람이 될 순 없는 걸까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이

너를 아프게 해 

너 혼자 울고 있는 걸 봤어


그에게 달려가

소리치며 알려주고 싶었어


당신이 울린 그 사람이

내 삶의 전부라고


당신은 나의 일생을 

모두 주어도 

난 얻지 못하는 사람을 

가진 거라고 


그 사람을 곁에 

둔 것만으로도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거라고 




김경호는 1994년 <마지막 기도>라는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김종서 씨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록 가수죠. 미성인데 치명적인 고음을 보유하고 있는 가수입니다. 어느덧 데뷔 30주년이 되었네요. 

유년 시절은 학폭을 당했을 만큼 좋은 기억이 아닐 듯합니다. 학교 축제에서 친형이 노래하는 친형을 보고 가수 꿈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청소년 창작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은 바 있고, 1991년에는 MBC 대학교에서 <긴 이별>이라는 곡으로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사실 <마지막 기도>는 잘 안 됐습니다. 재기를 꿈꾸며 1997년 낸 2집 앨범이 대박이 나면서 긴 무명 세월에 탈출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2집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강은경 작사가님이 참여했고요. <KBS 가요톱 10>에서 락장르로는 드물게 2주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앨범에 실린 <금지된 사랑>도 연이어 히트를 했고요. 3집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4집 <비정>, 5집 <와인>까지 히트곡을 만들었습니다. 다 주옥같은 노래들이죠. 그래서 뭘 선곡할까 하다가 그래서 김경호 이름 석자를 대중에게 알린 이 노래로 정했습니다. 

올해 30주년 앨범을 발매하고 팬미팅도 하고 투어가 12개 잡혀있다고 하니 저도 기회가 되면 티켓팅해서 그의 목소리에 흠뻑 빠져봐야겠네요.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그의 곡을 노래방에서 부르다 뒷목 잡고 쓰러졌던 기억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가 비상합니다.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죠. 여기서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사람들'이 복수형이라는 점입니다.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지금 내가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래 앞부분은 자신이 바라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 때고 니게 전활 해 나야 하며 말을 꺼내도/ 누군지 한 번에 알아낼 너의 단 한 사람', '쇼윈도에 걸린 셔츠를 보면 제일 먼저 네가 떠올릴 사람', '너의 지갑 속에 항상 간직될 사람'처럼요.

2절에도 비슷한 가사가 전개됩니다. '혼자서는 힘든 슬픔이 오면/ 제일 먼저 네가 찾아 줄 사람', '너의 생일마다 꽃을 안겨줄 사람'이죠. 한 마디로 원오브댐(One of them)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에게만 특별한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겠죠.

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습니다. 화자가 사랑하는 상대방은 이미 열애 중인 듯 보이거든요. 그것도 생판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친구가 그 주인공이죠. '니게 그런 사람이 나일순 없는지/ 네 곁에 있는 내 친구가 아니라' 부분이 이런 화자의 엇갈린 관계를 나타내고 있죠. 

관계 속에서 상대가 힘들어할 때마다 그 친구에게 달려가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죠. ''그녀는 내 삶의 전부다. 그녀는 나의 일생을 모두 주어도 난 얻지 못하는 사람이다. 넌 그녈 곁에 둔 이유만으로 다른 이 세상 누구보다 그댄 행복한 거다. (그러니 앞으로 그녀를 울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정도의 멘트를 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음속으로만요. 친구->그녀->나로 이어지는 슬픔의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음. 오늘은 당연히 의미심장한 '나를 슬프게 한 사람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겠죠. 예전에 이 노래의 제목은 많이 패러디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이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날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곧 나를 가장 슬프게 할 권한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말이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날 가장 외롭게 할 수 있는 것이고, 내가 가장 아끼는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이탈했을 때 가장 큰 상실감을 느끼는 식이죠. 

언젠가 라디오 불교방송에서 들은 말인데요. 인연의 다른 말은 웬수라고 하네요. 자식이 뭘 잘 못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 웬수'라고 말하잖아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이 말을 할 땐 웬수로 돌변하는 거죠. 

우린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가장 가깝고 친하게 지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그 관계가 모르는 사람보다도 더 나쁠 때가 적지 않죠. 관계가 깊어지면 서로에 대해 알게 되어서 편해져야 땐데 오히려 반대가 되는 경우입니다.

여러분들을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멀리 있지 않을 겁니다. 그 웬수들이 사실은 전생과 환생을 한 다음 세상에는 우리와 가장 가까울 사람이라는데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그걸 윤회라고 한다는데. 이처럼 기쁨과 슬픔은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우리들에게 운용의 미를 발휘하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인데 어찌 그럴 수가 있냐고 하기보다는 가까운 사람이라 더 그럴 수 있는 거다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게 배신이고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게 테러잖아요. 관계의 강도와 깊이가 있을수록 그 반대의 영역도 같이 커지는 원리를 좀 들여다보면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지금보다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김경호가 처음 대중에게 그의 목소리를 선사했을 때의 짜릿함을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 나빠진 목 상태로 고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 <사랑했지만>과 김연우 씨와 같이 부른 <사랑과 우정사이> 곡을 들어보니 예전보다 강렬함은 좀 덜했지만 듣기는 참 좋았습니다. 길게 노래하고픈 염원이 느껴져서랄까요. 너무 강렬하건 그때는 좋으나 길게 갈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 특유의 캐릭터와 칼라로 오랜 기간 우리 곁에서 노래해 주었으면 하는 가수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See you. Coming Soon- (NO.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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