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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의 <너였다면>

작사 김미진 / 작곡 1601

by GAVAYA

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정승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wmDZCdXs1bc?si=yrqa7yyPfrMIB3WG

너였다면 어떨 것 같아


이런 미친 날들이


네 하루가 되면 말야


너도 나만큼 혼자


부서져 본다면 알게 될까


- 정승환의 <너였다면> 가사 중 -




너를 위해 애쓰는

나를 바라보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걸까


너 하나 때문에

이렇게 아플 수 있음에

놀라곤 해


삶도 고단한데

꿈에서 조차

아픔이 느끼지거든


이쯤되면

나를 사랑해 줄만도 한데


바닥까지 떨어진 내 가슴

모든 것이 두려워져


누가 사랑이면 행복하대

이어지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도 아닌가


그래 넌 침묵으로

내게 아니라고 말했지

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거야


널 바라보다가

점점 내 인생이

망가지더라도

너를 그리다

죽을 것 같더라도 말야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이런 미친 날들이

반복되는 날들을 겪는다고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을 겪으며

혼자 부서져 봐야


얼마나 내가

너를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테니


그런 널 난 아직

놓을 순 없을 것 같아




정승환은 <K팝스타> 시즌4에 출연하며 가수를 데뷔했죠.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유희열이 눈여겨 본 참가자였고 자신의 소속사인 안테나에 데려갔습니다.

김범수의 <지나간다>와 참가자였던 박윤하 씨와 <슬픔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를 기가 막히게 잘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요즘은 방송활동이 뜸해서 찾아봤더니 군대 갔다고 나오네요.

이 노래는 2016년 <또! 오해영> OST 삽입된 곡입니다. 정승환 씨가 가진 목소리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곡이죠. OST 삽입곡을 소개할 때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줄거리를 정리해서 알려드리는데요. 이 드라마 저는 축약본으로 봤는데 재밌더군요. 극중 남녀 주인공으로 에릭과 서현진 씨가 나오는 드라마입니다.

여주인공과 동명이인인 또다른 오해영이 등장해서 <또! 오해영>이라고 제목이 붙여졌죠. 처음은 결혼 전날 파혼하는 오해영1로 시작합니다.(편의상 여주인공을 오해영1, 전혜빈씨가 연기한 역할을 오해영2로 구분합니다. 오해영2는 에릭과 결혼하려 했으나 결혼식 전날 도망갔죠 따라서 남녀 주인공이 유사한 일을 겪은 겁니다)

오해영1은 그 후로 뭐하나 되는 게 없었는데 그녀의 사무실에 학창시절부터 잘 나가던 에릭의 전 여친인 오해영2가 등장하기까지 하죠.(오해영1은 오해영2에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심지어 집에서도 쫓겨나게 되는데 우연처럼 에릭이 사는 집 쪽방이었죠. 그에 따른 에피소드로 드라마를 한동안 끌고 갑니다.

남주인공인 에릭은 오해영2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오해영1의 약혼자가 하던 사업을 망가뜨립니다. 동명이인이라 오해한 것이죠. 그 일의 오해영1이 드라마 처음에 나온 파혼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그런 운명이 얽힌 줄도 모르고 두 사람은 급기야 눈이 맞죠. 그리고 이 후에 그 사실을 알아버리고요. 이 정도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마도 이 노래는 사랑했던 사람의 과거 스토리를 알고 나서 더 이상 그 사람을 보기 어려워졌을 타이밍에 틀면 딱 맞는 노래라는 생각이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첫 가사가 '왜 너에겐 그렇게 어려운지/ 애를 쓰는 나를/ 제대로 봐주는게'입니다. 돌아선 누군가의 마음을 잡아보려 애쓰고 있지만 닿지 않는 슬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다음 가사가 '너 하나에 이토록/ 아플 수 있음에 놀라곤 해/ 고단했던 하루/ 나는 꿈을 꿔도 아파'입니다. 한 사람과의 헤어짐 이후 겪는 아픔을 표현한 가사로 아주 휼륭합니다. 삶도 고단한데 하루 중 유일하게 쉬어가야 할 꿈에서조차 그 아픔이 마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죠.

2절에도 비슷한 가사가 나오는데요. '다 사랑에 빠지면/ 행복한 거라니 누가 그래/ 뒷모습만 보는/ 그런 사랑을 하는 내게' 부분입니다. 한 사람만 바라보는 외사랑도 사랑이고 이렇게 힘든데 누가 사랑만 하면 달콤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냐며 따지죠. 노래의 화자도 행복한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일 겁니다.

이미 상대방은 '더 이상 만나기 어렵다'고 무언의 응답을 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노래의 화자는 그 마음을 절대 놓을 수가 없죠. 점점 자신의 일상이 망가져가며 죽을 것 같아도 그 사랑을 포기할 순 없다고 말합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노래의 제목인 '너였다면'으로 시작하죠. '너였다면 어떨 것 같아/ 이런 미친 날들이/ 네 하루가 되면 말야/ 너도 나만큼 혼자/ 부서져 본다면 알게 될까' 부분이죠. 한 마디로 입장 바꿔 생각해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다 겨우 하루를 견뎌내는 미친 날들을 겪으며 살아가는 나의 일상을 내가 겪여봐야만 이런 내 마음을 알 수 있겠냐는 울부짐인 것이죠.

참 잘 쓴 가사라는 생각이네요. 그렇게 입장 바꿔보면 두 가지를 알게 된다고 하는데요. 화자가 느끼는 통증과 사랑의 크기를 말이죠.

오늘은 간만에약간 철학적인 이야기로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 혹은 '너였다면'이라는 말은 그럴 수 없다는 불가능을 전제로 하는 말입니다. 친구에게 자신의 심정에 동조를 구하거나 '내가 너였으면 그 노마 대갈박을 날렸을텐데' 식으로 억울한 일을 당한 당사자를 위로하는데 사용하는 표현이죠.

우리가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마치 그런 걸 겁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닿기 어려운 거죠. 불가능한 상황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드라마나 영화 같은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 나도 겪어봤어. 그거 참 힘들더라. 이해해. 입장 바꿔 생각해도 혹은 나였어도 그랬겠다.' 라고 말하며 상대를 위로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의 속마음을 정확히는 모르는거죠.

이 노래처럼 이별을 경험해도 사람마다 혹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느끼는 감수성이 다르잖아요. 또 같은 일도 20살과 30살에 겪었느냐에 따라서도 천지차이고요. 우린 이별이라는 한 단어로 이런 개별적 감정을 쉽게 퉁치고 사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요. 등 돌리고 떠난 사람이 남아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그래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인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입장 바꿔 생각해 봐'라고 말하는 이 노래가 더욱 애잔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봤답니다.

여러분들은 타자가 여러분들을 얼마나 이해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거꾸로 여러분들은 타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영영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한다고 믿으며 사는 존재인 걸까요? 오늘은 이것으로 브런치를 마치겠습니다.


PS. <가사실종사건> OST편은 별도로 하기 보다는 미분류 편에 담았다가 일정시점이 되면 OST편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하려고 합니다. OST도 드라마나 영화의 대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해서 주말에나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평일에는 미분류편을, 주말에서는 팝송과 OST편을 준비해 볼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전 생각이 그때그때 바뀌니 너무 철썩 믿지는 마시고요. 하하하. 그냥 가이드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세요. 그럼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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