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의 <혼자 하는 사랑>
작사 김태훈 / 작곡 김덕윤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혼자 하는 사랑도
나쁘지 않아요
곁에 있을 때보다
더 소중하니까
그대 떠난 시간 속에 남아
그 사랑도 할 수 없다면
나는 살지 못해요
- 앤의 <혼자 하는 사랑> 가사 중 -
하루가 저물면
그리움도 고개를 숙이죠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맘으로
또 그대를 기다려 봤지만
보기 좋게 허탕을 쳤네요
오지 않을 걸 알고 있었지만
기다림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시간이 가면 잊힐 거지만
남은 날들을 난 사랑할 거예요
막연한 기다림이라도 있어
내 슬픔을 감추며 혼잣말로
그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혼자 하는 사랑도 나쁘지 않아요
늘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소중함이 배가 되니까요
그대 떠난 시간 속에서
그댈 그리워하는 일이라도 있어서
나는 숨 쉴 수 있어요
당연히 내가 제일 두려운 일은
긴 시간을 견디다 지쳐
그대라는 존재를 잊는 거겠죠
너무 늦기 전에 다시 돌아와 줘요
앤은 재미교포로 2002년 데뷔했습니다. 이후에 가수명을 '앤 원'으로 변경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이 데뷔 때 발매한 첫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 노래 외에도 <아프고 아픈 이름...>이라는 노래도 꽤 괜찮습니다. 많은 가수들의 음악 작업에 참여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죠. 이 노래는 후배 가수들이 상당히 커버를 많이 하는 곡입니다. 나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곡이죠.
앤은 좀 사연이 있습니다. 2007년 업타운과 작업을 끝으로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죠. 인터뷰 기사를 보니 그 당시 개판 5분 전인 가요계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사기를 엄청나게 당해서 한 푼도 못 건졌답니다. 그 상처가 커서 한국에 돌아오는 것을 주저했는데, 다행히도 절친인 타이거 JK와 윤미래의 인연으로 2018년에 다시 한국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했더랬습니다. 다행스럽죠.
자. 그럼 본업의 가사 속으로 함께 풍덩해 보실까요? 첫 가사가 '또 하루가 저물어 가네요/ 그리움도 잠들 시간이죠'입니다. 가사만 보면 그리움이 낮에는 활동하다 밤이 되면 활동을 멈춘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다음 가사와 연결 지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도 난 혹시나 하는 맘으로/ 또 그대를 기다려봤죠'입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일이 직장을 다니는 루틴처럼 노래의 화자에겐 일상에 파고든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일이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하고 있고 내일도 할 일이라는 어감을 주고 있죠. 여기선 오늘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으니 그리움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일 텐데요. 하지만 하루가 저무는 것처럼 마음도 같이 내려놔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인간의 의지가 작동하지 않는 자연 현상과 그리움이라는 불가항력인 마음을 연결해서 묘한 느낌을 주는 가사입니다.
'오지 않을 걸 알고 있지만/ 기다림으로 행복할 수 있죠' 부분에서 보듯 오지도 않을 사람을 기다린 거였네요. 왜 그랬을까요? 게다가 그 기다림이 행복했다고 말하고 있네요. 무한 긍정주의자라도 되는 것이었을까요. 그 사연이 몹시도 궁금해지게 하네요.
다음 가사가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죠. '혼자 하는 사랑도 나쁘지 않아요/ 곁에 있을 때보다 더 소중하니까'입니다. 왜 혼자 하는 사랑이 괜찮다고 말했을까요? 우린 누군가가 늘 곁에 있으면 그 사람의 소중함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알겠다고 홀로서기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막연한 기다림 속에/ 슬픔을 묻고/ 가끔은 나 혼잣말로 그대와 얘기할 수 있죠'부분이 힌트를 줍니다. 저는 그리워할 대상이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보다는 낫다고 해석해 봤는데요. 마치 한 번도 사랑 못 해본 사람보다 사랑의 상처가 있는 사람이 낫다는 표현과 유사해 보이네요.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을 벗 삼아 슬픔을 삼키며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는 상황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후렴구에서 이어지는 '그대 떠난 시간 속에 남아/ 그 사랑도 할 수 없다면/ 나는 살지 못해요'에서 보듯 그리움이라는 것이 화자의 삶에서 마지막 동아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시간을 붙잡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긴 시간을 견디지 못해 그댈 잊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죠. 그리워할 대상이 사라지면 그리움도 동시에 사라지게 될 테니까요. '시간이 지나서 잊힐 거라면/ 남은 날 동안 더 사랑할게요'라는 가사도 인상적이네요.
이 노래의 화자는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를 추측해 봅니다. 현재는 어떤 이유로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삽니다. 그 그리움을 벗 삼아 하루하루를 지내며 가끔 혼잣말로 대화도 합니다. 그리워하는 시간이 있어서 그나마 숨을 쉬고 살죠. 가장 두려운 것은 그 상대가 잊혀 그리워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네 이 노래는 그리움으로 시작해서 그리움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보통 일반적인 이별의 법칙은 내일부터 당장 사랑의 감정이 0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전보다도 훨씬 올라갔다가 서서히 0을 향해 달려가죠. 배신당한 혹은 사기당한 연예가 아니라면 말이죠.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는데요. 그리움의 끝자락을 놓지 못하는 가엾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보이고요. 사람을 잊어가는 혹은 기억의 감퇴를 대하는 아름다운 자세를 떠올려 봤습니다. 하루아침에 무 자르듯 감정 정리가 되지 않는 게 사람이니 그리움 놀이가 어느 정도는 필요할 듯해서요.
그걸 이 노래에서는 '혼자 하는 사랑도 나쁘지 않아요'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열기가 활활 타올랐던 만큼 그 열기가 식는 어느 정도의 시간은 불가피한 거잖아요. 여러분들은 이런 '사랑의 잔열'이라 불리는 그리움을 어떻게 치유하셨나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KPOP스타 5>에 이시은 씨가 출연해 이 노래를 부른 것이 제 레이다에 걸려 알게 된 곡입니다. 그다음은 jtbc <슈가맨>에 앤 원 씨가 나왔고요. 그래서 제 기억력에 도장을 쾅하고 찍었더랬죠. 이렇게 돌아 돌아 커버곡으로 알게 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이별 후 추억을 곱씹으며 다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혼자 하는 사랑'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움에 치를 떨어봐야 새로운 만남이 그만큼 귀한 줄 알거든요. 하하하. See you. Coming Soon. (NO.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