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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작사/작곡 이상규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신효범'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JSW5 Ye_3 fBk? si=dDY1 aetB9 UP7 vYPB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처음 만난 그날에


시간 속에 희미해지는 사랑에


그대가 흔들린대도


그땐 내가 잡을게요 그대처럼


-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가사 중 -




신효범은 1989년 데뷔했습니다. MBC 신인가요제 출신입니다. 금상을 수상했죠. 한 때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폭발적 성량으로 리스너들의 귀를 즐겁게 했죠. 대표곡이 '난 널 사랑해'입니다. 4집 타이틀 곡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06년 발매한 정규 9집에 실린 곡입니다. 2020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전미도 씨가 이 노래를 불러서 역주행한 적이 있습니다. 잔잔한 느낌의 발라드로 완급 조절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곡으로 알려져 있죠. 많은 후배가수들이 커버에 나선 이유입니다.

다양한 디바의 출연으로 전성기를 지나고 잊혀 가던 그녀가 '나 아직 살아있어'라고 말하며 건재함을 증명한 곡입니다. 발매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묘한 곡입니다.

3집 <언제나 그 자리에>도 꽤 있기가 있었습니다.

2023년 음악 예능이었던 <골든 걸스>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고요.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활동했습니다. 90년대를 수놓았던 가수 중 한 명이고요. 어느덧 가수에 데뷔한 지 40년이 다 되어가네요. 새로운 음반을 내기보단 다방면에서 활동 중입니다. 시원한 성격만큼 앞으로도 시원한 목소리로 시원한 활동 기대해 봅니다. 새 음원 좀 내주세요. 힘 빼고 부르면 대박일 텐데.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입니다. 사랑을 에견했다는 의미인데요. 첫 만남에서부터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다 뭐 이런 신기라도 받았는다는 의미일까요. 가사를 쫓아가면서 그렇게 제목을 붙인 연유를 함께 찾아보아요.

'널 처음 사진으로 본 그날/ 구십구 년 일월 삼십일일/ 그날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나 하나만 기다려준 너를'이 첫 가사입니다. 소개팅이었을까요? 먼저 상대의 사진을 봅니다. 만날까 말까? 하하하. 1991년 1월 31일이라고 날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이 화자의 인생에서 '중대한 기로'였나 봅니다.

'오늘도 습관 같은 내 전화/ 따스히 받아 주는 너에게/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너를 너무 사랑해' 부분입니다. 이제 연락을 마음 편히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네요. 연인 사이가 된 것이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처음 만난 그날에/ 시간 속에 희미해지는 사랑에/ 그대가 흔들린대도/ 그땐 내가 잡을게요 그대처럼' 부분입니다. 화자는 처음 만난 날부터 사랑을 예감했던 모양이네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랑의 감정이 옅어지기 마련이죠. 화자는 초심을 잃지 않고 그럴 때면 자신이 상대를 흔들리지 않도록 꽉 잡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절에는 '너무 편한 사이가 싫어서/ 너무 오랜 사랑 힘들어서/ 아픈 눈물 흘리는 널 돌아선/ 못된 내 마음도 기다려준 너를' 부분입니다. 사랑에도 권태가 있죠. 화자는 사랑이 식상해서 그러지 말라고 뜯어말리는 상대를 저버렸지만 상대는 화자를 끝내 놓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빚진 마음을 갖고 있었던 거겠죠?

'얼마나 힘들었을까 못난 내 눈물도/ 따스히 감싸준 너를/... 아무 걱정 마요 내 손을 잡아요/처음 그날처럼 우리' 부분입니다. 상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꼭 갚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네요. 사람은 한두 번의 실수를 했지만 그걸 극복하는 법도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음. 오늘은 가사 중 '구십구 년 일월 삼십일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특정일이죠. 인생을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잊히지 않는 특정일이 생기곤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이 태어난 날이죠. 몇 살인지를 따질 때도 주민등록번호를 적을 때도 끊임없이 더듬어야 하니까 그렇겠죠?

역사적인 날도 그런 경우입니다. 12월 3일 일어난 계염령 선포도 좀처럼 잊히기 힘든 날이 아닐까 싶네요. 학교 다닐 때 갑신정변 등 역사적인 날들 중 가장 늦게 일어난 일은? 이라는 국사 문제를 풀어보셨다면 이런 날들도 그런 특정일로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겁니다.

그 외에 인생 사건과 연관 경우도 있죠. 이 노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날, 무언가를 처음으로 경험했던 날 같이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날들이죠. 여러분들도 이런 날이 있으시죠. 저에게는 직장 생활하면서 현재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밤을 꼴딱 새운 날, 첫 번째 책을 발매한 날 등등이 특정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특정일이 누군가와 연관되어 있는 특정일인데 기억을 못 하고 지나가면 사달이 나기 쉽습니다. 결혼기념일, 가족의 생일 같은 거죠. 미약한 기억력을 커버하기 위해 새로운 달력을 받으면 그런 특정일을 가장 먼저 체크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노래에도 이런 특정일을 모티브로 삼은 노래가 꽤 있습니다.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별의 <12월 32> 일 같은 노래가 떠오르네요. 1년 365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나이만큼 반복되는데요. 그 반복을 끊고 몇 년 몇 월 며칠을 기억으로 박제해 놓은 것은 범상치 않는 일이죠.

심한 경우는 자신의 인생을 그날 이전과 이후로 나뉘기도 할 정도니까요. 그중에서도 자신의 인생의 항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중에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의 출연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의 10대 혹은 누군가의 20 대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인물이 그 사람일 경우 정도가 되면 첫 만남일이 깊이 각인될 만도 하죠.

책을 읽다 보니까 우리가 하는 생각은 '낯섦의 의미를 찾는 행위'라고 하더군요. 하루 종일 끊임없이 생각이라는 놈과 씨름을 하는 우리지만 생각 없이 하는 행동도 만만치 않게 있다고 합니다. 문을 열거나 숟가락질을 하거나 뭐 이런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이죠.

만약 잘 열리던 문이 열리지 않거나 숟가락질이 잘 안 되어서 음식물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기존과 같이 작동하지 않을 때 우린 생각의 회로를 돌리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본다면 아마도 그날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낯섦이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어제와 오늘이 그다지 구분되지 않는 일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특정일로 남는다는 것은 낯섦이라는 단어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이겠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날에는 여러분 인생에서 어떤 낯선 물건, 사람, 행위가 개입했었나요?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여러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나요?

어쩌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너무도 비슷해 보여서 그렇지 의미를 부여하기로 마음먹으면 모두가 특정일의 조건을 갖추고 있죠. 그날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그날에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실행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맥락 없이 오늘부터 술이나 담배를 끊는다고 선언하거나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날이 이후에 특정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 시도들이 시간이 흘러 일정한 족적을 남기면 특정일로서의 의미를 사후적으로 부여받는 것이 아닐까 하거든요. 이 노래 제목처럼 예감으로 사랑을 하게 될 줄 알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를 향해 도전하고 지금 곁에 함께 있다면 누군가를 처음 만났던 날이 특정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죠.

새털같이 많은 날이 우리에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런 특정일을 남기지 못하셨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하루아침에도 개벽할 수준의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인생이 너무도 무료하고 재미없거들랑 뭐 하나 정해서 특정일을 선포해 보아요. 그중 한 두 개만 성공해도 꽤 괜찮은 특정일로 기록될 테니까요. 인생은 그렇게 자신을 상대로 무한한 시험을 하는 시간이 아닐까요. 그러다 얻어걸리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가급적 회사일과 개인의 삶을 분리하려고 노력해 온 저인데 오늘만큼은 그게 잘 안 되는 날이네요.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 핑계로 하루 쉬어볼까 하다가 어느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제 모습을 보니 스스로에게 웃음이 나더군요. 저는 <가사실종사건> 1,000회 달성으로 특정일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근 4년 만에 그 숫자가 만들어진다면 꽤 괜찮은 특정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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