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양재선 작곡 김형석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죠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syF3 OfEBzCY? si=jztfQdc6 mmZlGTSx
오오오 햇살이 비춰주는데
오오오 웃고 있는데
오오오 바람마저 멈췄는데
오오오 그대만 오면 되는데
오오오 다가올 듯 사라질 듯 멀리 있는 그대
- 죠앤의 <햇살 좋은 날> 가사 중 -
죠앤은 여성 솔로 2001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이연지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홈 비디오를 보면서 가수 데뷔의 꿈을 키운 것으로 알려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했는데, 아버지가 찍어둔 영상이 작곡가 김형석 씨에게 닿으며 2년간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가수로 데뷔했다고 하네요.
외모로는 장나라 씨를 떠올립니다. '제2의 보아'라는 평가도 있었고요. 2001년 <First Love>라는 노래가 담긴 1집을 발매했습니다. 가수들의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드림콘서트에 참여할 정도로 당시 떠오르는 신예에 해당되었습니다. 2002년에는 대만에서 활동하기도 했고요.
소속사와의 활동의 갈등으로 법적 소송까지 간 끝에 2007년 패소를 했고 가수 활동을 접어야 했습니다. 2012년 재기를 노리며 슈퍼스타 4에 참가해 많은 리스너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탈락하며 그녀의 재기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물류회사 회계부서에서 근무를 해 오다가 2014년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녀의 나이 26세였죠. 허허. 그녀의 동생은 그룹 테이크의 멤버이기도 했죠. 훌륭한 음악성에도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가수들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가수 중 한 명입니다. 흑흑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햇살 좋은 날'입니다. 기상해서 커튼을 쳤을 때 파란 하늘에 햇살이 좋은 날이면 기분이 자동으로 좋아집니다. 좋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이 제공되었다고 믿기에 딱 좋죠. 화자에게도 그런 날이었는데요.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 걸까요?
'오늘도 그냥 지나칠 거니/ 나는 아직도 이 길에서 널 기다리는데/ 아직도 내 맘 모르는 거니/ 너를 사랑한단 말해야만 알 수 있겠니'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것 같죠?
'가슴속에 담긴 슬픈 비밀처럼/ 내 마음 들켜버릴까 자꾸만 숨게 되는데/ 꿈속에 담긴 그대 마법처럼/ 너에게 빠져가는 내 마음을 알 수 있겠니' 부분입니다. 좋아는 하는데 좋아하는 마음은 들키고 싶지 않아 합니다. 상대가 먼저 알아주길 기대하는 눈치죠.
2절을 보실까요. '내 곁엔 너만 두고 싶은데/ 너는 혼자 있는 그게 더 행복한 거니/ 얼마나 기다리게 할 거니/ 나의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가져갔잖니' 부분입니다. 화자를 향해 전혀 미동도 없는 상대가 야속합니다. 상대적으로 화자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죠.
'피해 갈 수 없는 그대 사랑처럼/ 내 마음 말하고 싶게 자꾸만 마주치는데/ 돌아 설 수 없는 그대 주문처럼/ 누군가 앞에서도 네 모습만 생각나잖아' 부분입니다. 화자는 상대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앞에 두고도 상대의 모습을 생각하죠. 머릿속이 온통 상대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죠.
'사랑아 누군가 곁에 있는지/ 아직 내 사랑을 모르는 건지/ 아직은 어리다고 사랑을 모른다고/ 나를 지나쳐도 Oh~ 내게는 전부인걸..' 부분입니다. 상대를 향해 진심을 쏟아내 봅니다. 다른 사람 사귀는 거냐고 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냐고요. 그것도 아니면 내가 어린애로 보이는 거냐고 그래서 사랑을 모를 거라 생각하냐고요. 하하하. 화자는 답을 알 수 없지만 이 정도에서 포기는 안 할 듯하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오오오 햇살이 비춰주는데/ 오오오 웃고 있는데/ 오오오 바람마저 멈췄는데/ 오오오 그대만 오면 되는데/ 오오오 다가올 듯 사라질 듯 멀리 있는 그대/ 오오오 그대가 앞에 있는데/ 오오오 웃고 있는데/ 오오오 발걸음도 멈췄는데/ 오오오 마음만 앞서 있는데/ 오오오 기다렸듯 사랑할 듯 내게 오는 그대' 부분입니다. 오늘은 사랑하기 혹은 고백하기 딱 좋은 날씨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대만 온다면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상황이죠. 그러나 잡힐 듯 말 듯한 곳에 상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가사를 보면 화자의 바람이 이루어진 걸까요? 아니면 상상일까요? 상상에 가깝다고 봐야겠죠?
음. 오늘은 '우리 인생의 2%가 부족할 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햇살이 좋은 날'이라서 모든 것들이 순탄히 풀릴 거라 기대했지만 결정적으로 상대가 움직여주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과 마음을 그리고 있죠. 햇살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대상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딱 좋은 날 따위는 없습니다. 비가 오든 날이 궂든 날을 정해서 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그 결과와 연관 지어 우리는 왠지 비가 오는 날보다는 햇살이 좋은 날에 상대가 승낙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인생을 살다 보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날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해가 쨍쨍으로 시작해서 하루 종일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이어지죠. 그와 반대로 머피의 법칙이 심술을 부리는 날도 있습니다. 늦잠으로 시작해서 지각을 하고 음료를 옷에 쏟아 찜찜하게 보내는 등등등. 물론 우리 일상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2%가 부족한 날들로 채워져 있는 듯합니다. 그중에 날씨가 한몫을 담당하죠. 모처럼 여행을 간다거나 나들이를 떠난다고 했을 때 예상치 못한 비가 오면 일단 집을 나설 마음이 반감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특히 무를 수 없는 해외여행이라고 갈라치면 비가 와도 호텔을 나와 목적지로 향해야 하는 슬픈 현실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런 적들 한 두 번쯤 있으시죠?
박진영의 노래 중에 '대낮에 한 이별'이라는 곡이 있는데요. 아시나요? 보통 이별하면 일과가 끝나고 어둠이 깔리고 모든 것이 조용해진 상황에서 이루어질 것만 같은데 이 노래는 제목에서 보듯 대낮이라는 이별과는 한 참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벼락처럼 이별이 이루어지죠.
사랑도 이별처럼 때와 장소가 구분되길 원하는 심정이야 알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그런 거 따질 틈도 없이 부지불식간 훅 들어오곤 하죠. 청혼을 하기 위해 좀 더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던 시도들이 영화처럼 성공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우리의 의지로는 때와 장소를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우리에게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우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연습을 반복하고 반복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다고 채워질 2%는 아닐 것 같은데요. 공부 안 하는 아들의 어머니가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드린다고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역으로 저는 2%를 누군가에는 5%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20%을 인정하면서 사는 게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 우리 모두가 부족한 부분을 다 채우고 살면 실수도 하나도 없고 사과할 일도 안 생기고 너무 삭막할 것 같지 않나요? 생각처럼 인생이 풀리기만 하면 진짜 좋은 인생이 될는지는 생각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에게만 2%로 타인의 2%를 합치면 인생은 예상 밖으로 흘러갑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이 서로를 이어주기도 하고요 사랑에 빠지게 하기도 하죠. 또 역으로 그 2%로 때문에 평생 싸우고 지지고 볶고 그러고 살 수도 있고요. 날씨가 좋은 건 기분 탓이지 그 문제의 해결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죠.
그래서 누군가는 통제할 수 있는 하루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 같아요. 완벽에 완벽을 기한다고 해서 우리 인생의 항로가 예상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걸 쪼개고 쪼갠 하루만이라도 자기 통제권에 놓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말인데요. 사실 하루조차도 온전하게 자기 뜻대로 살아가는 게 쉽진 않죠.
역으로 나에게 이미 보유하고 있는 98%에 눈을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햇살이 좋은 날이었지만 상대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안 주었어라는 문장을 뒤집어 보자는 말이죠. 그러면 상대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만 햇살은 좋은 날이었어라는 문장이 됩니다. 별 거 아닌데 후자가 훨씬 좋지 않나요?
여러분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2%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안정된 직업인가요? 아니면 근사한 애인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모난 성격인가요? 그것만 고치면 인생이 만사형통할 것 같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그걸 해결하고 나면 다른 부분에 눈을 돌리게 될 것 같네요. 하하하.
아마 인생을 살다 보면 햇살 좋은 날은 무지막지하게 많을 겁니다. 요즘도 그런 날씨가 이어지고 있죠. 날씨가 좋으니 어떤 일도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날씨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더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2%가 부족한 인생에서 98%에 먼저 눈을 돌려 보는 것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유독 글이 안 써져서 계속 딴짓하다가 이제야 마무리를 하네요. 아마 이 시간에 브런치를 올려보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하하. 그 덕에 내일은 드디어 브런치 600회를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많이들 기대해 주시고. 엄선하여 올리겠습니다. 푹 주무시고.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