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PeperTonic 작곡 이희승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페이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jV0 ly5 oiU? si=4x3 ghDgKbEshi28 E
이별이 오지 못하게
하늘에 기도할까요
서로만 사랑하도록
이대로만
어디든 가지 못하게
깊숙이 숨겨둘까요
우리 사랑 이대로만
- 페이지의 <이별이 오지 못하게> 가사 중 -
페이지는 1995년 시작한 프로젝트 그룹의 명칭입니다. 프로듀서 김선민 씨와 여성 객원 가수로 구성되었죠. 김선민 씨는 마로니에라는 두 개의 프로젝트 팀을 동시에 프로듀싱 했습니다. 페이지는 총 7대 보컬이 2018년까지 활동했는데요.
1995년부터 1998년에는 오현란 씨가, 1988년부터 2002년까지는 안상예 씨가,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이가은 씨가, 2010년부터 2011년까지는 고아미 씨가, 2012년에는 이가은 씨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고가은 씨가, 2018년에는 이가은 씨가 보컬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인지도를 가진 보컬은 안상예와 이가은 씨였습니다. 오늘 소개해 들릴 노래는 드라마 로망스의 OST에 삽입된 곡으로 이가은 씨가 불렀습니다. 이가은 씨는 드라마 다모의 <단심가>로도 유명합니다. 역대 보컬 중 유일하게 슈가맨에 출연한 바 있죠. TV조선 <국가가 부른다>에도 얼굴을 비췄고요. 복면가왕에도 '저금통'으로 출연했습니다.
그녀는 2002년 페이지 4집으로 데뷔했는데요, 데뷔 20주년이 되는 2022년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한 때 기획사와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고 가수를 그만 둘 생각도 하면서 한 동안 활동이 멈춰 서기도 했죠. 그런 과정을 겪은 끝에 2022년 매니지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다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이별이 오지 못하게'입니다. 이렇게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가사에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했는지 함께 찾아보시죠. 하하하.
'정말 날 사랑하나요/ 그래요 그거면 돼요/ 너무 많은 걸 바라서/ 마음이 아프나 봐요' 부분입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이별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이별이 왜 이렇게 많아 ㅜㅜ). 화자는 상대에게 사랑한 게 맞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거면 됐다고 말하고 있고요. 이별은 다 힘들지만 화자에게 더 힘든 이유는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슬픔이 우릴 찾아도/ 나를 떠나면 안돼요/ 이미 시작된 사랑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니까요' 부분입니다. 화자는 이별을 직감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순간이 찾아와도 그런 선택을 하지 말라고 으름장인지 예언 지를 하고 있죠. 이별에 익숙한 사람이야 없겠지만 화자 역시도 그게 처음인가 봅니다.
2절을 볼까요. '그대를 만나기 전에/ 난 어디에 있었는지/ 그댈 만났던 그날/ 난 다시 태어났던 거죠/ 그대밖에 난 몰라요' 부분입니다. 큰 일입니다. 이별이 코 앞에 와 있는데 사랑 타령을 하고 있어네요. 상대가 없었던 그 시절 어떻게 살았는지도 잊어버려 그곳으로 갈 수 없으니 이별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별이 오지 못하게 하늘에 기도할까요/ 서로만 사랑하도록 이대로만/ 어디든 가지 못하게 깊숙이 숨겨둘까요/ 우리 사랑 (이대로만)' 부분입니다. 이별을 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간절히 하늘에 기도하는 거였네요. 그리고 사랑을 어딘가에 깊숙이 숨겨놓아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고요. 이론.
후렴구를 볼까요. '눈 가려도 보이니까 그대만 보면 되니깐/ 두 눈을 감고 살까요 그럴까요/ 그대 늦으면 안 돼요 그대만 있으면 돼요/ 그러면 난 음 행복해요' 부분입니다. 도망가지 못하게 사랑을 어둠 속에 갇아놓더라도 상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어둠 속에 있어도 상대는 또렷이 볼 수 있다는데 사실일까요? 하하하.
음. 오늘은 제목 '이별이 오지 못하게'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히들 이별이라고 하면 사랑하는 연인 간에 벌어지는 일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이별이라는 한자를 보면 '서로 갈리어 떨어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이발할 때 제 머리털이 제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하하.
우리의 생은 이별로부터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함께 한 몸에 있다가 거기서 갈리어 떨어지면서 누군가의 삶이 시작되니까요. 엄마 배 속에 있던 시간도 나이로 치는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죠. 생명의 탄생 시점을 어디로 보느냐의 생각 차이에 기인한 것일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호하시나요?
이별의 관점에서 보면 후자가 맞을 것 같은데요.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도 부모님이라는 의지의 대상에서 떨어져 나갈 때가 있습니다. 사춘기라고 부르는 시기 말입니다. 혹은 그것을 지나쳤다면 철이 든다는 시점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죠. 물리적인 떨어짐에 이은 정신적 이별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떨어져 나가는 무언가에서 떨어짐을 당하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바로 결혼을 통해 부부가 되고 아이를 낳는 경우죠. 회귀의 법칙이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간 자녀와 또 한 번 정신적인 이별의 과정을 겪게 되죠. 참 묘하죠?
캥거루족이라고 들어보셨죠. 아무리 늦어도 성인 언저리쯤에는 몸과 마음이 부모로부터 이탈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별을 거부하는 몸부림을 뜻합니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다가도 이 제목처럼 '이별이 오지 못하게'하는 적극적 의지의 발동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죠.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문제는 우리의 손을 떠나 있습니다. 내가 만나고 싶다고 만나지지도 헤어지고 싶다고 쉽게 헤어지지도 않죠. 천륜 같은 것도 있고요. 이 노래의 제목만 보면 그걸 기꺼이 해 내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모두가 그런 마음은 작든 많든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만큼 정이 들었던 누군가와 서올 갈리어 떨어지는 것은 굉장한 삶의 충격이니까요. 피할 수 있으면 피해 가자는 마인드가 발동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 그런데 말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우리의 생의 출발을 보시죠. 우린 이별의 DNA를 뼛속까지 채우고 이 세상에 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그게 거부한다고 해도 그리 될 리가 없을 것 같지 않나요?
이별이 곧 삶의 시작이니 이별을 거부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꼴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엄마 배속에서 10달이 다 되었는데 세상에 나오길 거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죠. 여차 하면 자신과 엄마의 목숨까지 위협할 만큼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별의 순간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죠.
만났으면 헤어져야 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우리 삶 자체가 유한하니까요. 세상과의 만남으로 시작한 우리 인생도 결국은 이 세상과의 이별로 끝을 맺습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이별들이 흩뿌려지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기도 하고요. 자신을 낳고 키워준 부모와 이별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별은 말이죠. 수많은 사랑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이별의 흔적이 묻어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만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그에 준하는 아니 그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는 이별의 현장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있지만 우린 잘 보지 못합니다.
이별이 오게 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화자는 기도하기와 사랑 감추기 같은 전법을 쓰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귀엽죠? 그렇게 해서 어찌어찌 이별이 오는 것 막았다손 치더라도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더 이상 못 막는 순간이 오면 그동안 흘러간 시간은 어찌 보상받는 답니까. 그 사이 새로운 만남이 올 자리를 비우두지 않는 책임을 톡톡히 치를 것 같거든요.
여러분. 이별이 오거들랑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도록 노력해 보아요. 정 어려우시면 사랑을 할 수 있었기에 이별도 겪는 거라 생각하면서 사랑에 방점을 찍어 보아요. 지금 브런치로 만난 우리도 언젠가 이별해야 하는 사이인 것이겠죠. 지금을 소중히 여기면서 '이별이 오지 못하게' 천천히 글을 쓸게 아니라 '이별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후회 없는 글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 노래가 삽입된 드라마 <로맨스>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과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배우 김재원과 김하늘이 출연한 2002년 MBC에 방영된 작품입니다. 혀 짧은 소리로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학생이야' 같은 류의 대사를 치는 모습이 상상이 되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