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최갑원/ 작곡 이승환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영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iUnIUFk8U?si=N4AFTK40nIsHYzC4
이 노래 이 노래 내 얘기하는 거잖아
가삿말 하나 하나가 자꾸 나를 울게 하니까
이 노래 내 노래야 내 마음과 똑같잖아
생각보단 이 세상에는 나처럼 이별하는 사람 많나 봐
- 영지의 <이 노래 듣지마> 가사 중
영지는 2003년 데뷔했습니다. 그룹 버블시스터즈의 멤버였지요. 2005년까지 약 3년간 보컬 그룹 활동을 하다 탈퇴하고 이후 솔로로 전향했습니다. 2007년 그녀의 솔로 1집이 발매했죠. 본명은 이영지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0년 발매된 미니 1집에 실린 곡입니다. 2곡만 실려 있는데요. 이 노래의 작곡가가 가수 이승환 씨라는 점이 눈에 띄네요. 두 사람은 어떤 인연이었을까요?
2011년 6곡이 실린 미니 앨범을 하나 더 발매한 후 그 뒤로는 매년 1~2곡씩 싱글 앨범만 발매해 왔습니다. 그러다 2021년에는 첫 트로트 앨범 <도는 내가 낼게요>를 내놓았는데요. 2021년 <미스트롯2>를 참가한 후에 트로트가수로 변신을 선언했다고 하네요.
허스키한 보이스가 강점인 가수입니다. <불후의 명곡>을 비롯해서 <복면가왕> 등 웬만한 음악 프로그램에는 다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제 트로트까지 장착해서 <사랑의 콜센터> 같은 트로트 프로그램까지 넘나들고 있죠. 안정적인 음정으로 확 튀진 않지만 길게 노래를 할 수 있는 스타일이죠.
배우 송지효는 중학교 동기, 박효신, 환희 그리고 최근 운명을 달리한 환희와 같은 고등학교 동기라고 하네요. 배우 조정석과 가수 거미를 이어준 장본인이라고 하고요. 최애엔터테인먼트에서 다섯장의 보컬 트레이너도 맡았고 현재는 한양대학교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이 노래 듣지 마'입니다. 재밌죠? 노래를 발표하고 홍보를 해도 될까 말까 한데 제목에 버젖이 이 노래를 듣지 말라니. 저 같은 사람은 이런 제목에 더 끌리긴 하지만요. 금기에 도전하고 충동 같은 것이랄까요.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하하하.
'오래 가보지 않았던 그 곳에 갔어/ 그래 우리 둘의 사진이 있는 곳 말야/ 정신없이 바빠졌는지 지우기는 아까웠는지/ 아직 여전히 사진이 있더라'가 첫 가사입니다. 과거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어딘가에 가서 사진을 찍어서 남겼던 모양입니다. 그 사진은 그 자리에 고스란히 있었죠. 화자와 상대는 그 사이 관계가 끊어졌지만요.
'그 땐 뭐 그리 좋아서 웃고 있는지/ 그 날 무슨 바람 불어서 멀리 갔는지/ 혼자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던 나의 귓가에/ 들려 오는 건 덜컥 무너지게 하는 건' 부분입니다. 그 사진 속 두 사람은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죠. 거기까지 뭐에 씌여서 갔는지도 모를 만큼 혼이 나가 있는 화자. 그 순간 노래 하나가 흐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 노래 이 노래 내 얘기하는 거잖아/ 가삿말 하나 하나가 자꾸 나를 울게 하니까/ 이 노래 내 노래야 내 마음과 똑같잖아/ 생각보단 이 세상에는 나처럼 이별하는 사람 많나 봐' 부분입니다.
다들 이별하면 이별 주제의 노래가 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곤 하죠. 이별한 상대를 잊지 못해 절절한 감정이 들끓고 다시 돌아오라고 애원하는 듯한 가사로 이루어진 그런 류의 노래들요. 화자는 이 노래를 들으며 이 노래를 만든 사람 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별을 하는 것 같다 말합니다.
2절을 볼까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전부 아프데/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눈물이 난데/ 사랑 떠나 보낸 사람들 서로 서로 닮아 가는 듯/ 같은 병 들어 하루하루 그냥 사나 봐/ 잊어야 할 사람을 다 잊지 못한 바보들/ 눈물 소리 모은 슬픈 이 노래' 부분입니다. 이별로 인한 아픔은 누구에도 적용되는 인류의 공통 감정이죠. 퀭한 눈의 닭이 되는 병이죠. 삶에 의욕도 없고 의미도 없는 그저 그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이별 노래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파는 '눈물 모은 슬픈' 감정의 종합세트가 담겨 있습니다.
'듣지마 듣지마 꼭 이 노래는 듣지마/ 누군가에게 버려져 상처 뿐인 사람 아니면/ 들어봐 잘 들어봐 꼭 이 노래를 들어봐/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누군갈 기다린다면/ 이 노래 네 노래야 네 마음과 똑같잖아/ 생각보단 이 세상에는 너처럼 이별하는 사람 참 많아' 부분입니다. 노래가 마음을 후벼파니 이별한 사람이 아니면 그 노래를 듣지 말라고 말하고 하네요. 1절에서는 화자의 마음을 담고 있던 이 노래가 2절에는 상대까지 품고 있죠.
음. 오늘은 가사 중 '생각보단 이 세상에는 나처럼 이별하는 사람 많나 봐'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만 그런 것 같은 기시감 느껴보신 적 있나요? 화가 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우린 시야가 좁아지면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죠.
저는 이런 현상을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서 '보편과 특수'라는 용어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보편을 주목하고 삶에 활용할 줄 안다는 내용이었죠. 여러분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나요? 자신에게만 발생하는 특별한 사건에서조차 말이죠.
한 사람 한 사람 뜯어보면 쌍둥이조차 같은 구석이 하나도 없게 됩니다. 늘 말씀 드렸던 천상천하 유아독존도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없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그런데 이 말의 의미를 오독하면 나만 귀하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누구나 존귀하다가 진정한 해석이지만요.
나라는 특수성과 너라는 특수성이 모이면 보편성이라는 이름의 꽃이 핍니다.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과거에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더 중히 여겼기에 개인의 특수성보다는 집단의 보편성이 좀 더 맹위를 떨쳤지 않았을까 추정해 봅니다. 개인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넓게 분포한 게 장구한 역사에 비하면 매우 짧죠.
30대에 인생살이가 힘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쯤부터인가 인생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더랬습니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10년전 100년, 1000년전 사람들은 안 힘들었을까? 그들도 분명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힘들었을 거야. 그럼 그걸 먼저 겪어 본 사람들이 남겨 놓은 액기스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철학이고 인문이고 뭐 이것저것 잡다한 책들을 두서없이 보기 시작했죠.
그렇게 한 권 한 권 책을 보다 보니 이 사람이 한 말이 저 사람이 한 말과 비슷하고 저 사람이 한 말이 이 사람이 한 말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 사람과 저 사람이 살던 시대는 몇 백년이 차이가 나는데도 말이죠. 지금도 우리가 <손자병법>이나 <동의보감>, 혹은 <노인과 바다>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책들을 명저라고 생각하며 읽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죠.
특수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자기가 살지도 않았던 시대의 생각을 들여다 본다는 게 저는 보편의 힘을 발휘하기 위함이라 생각했답니다. 지금의 특수한 상황을 헤어나갈 힘이 보편에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텐데요. 없던 기계가 생기고 생활이 전보다 윤택해진 것은 맞지만 사람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존재하는 탓입니다.
<가사실종사건>에서 다루는 수많은 주제들도 2025년 버전과 1980년 혹은 1990년대 버전이 있을 뿐 그 안에 담긴 슬픔과 눈물의 의미에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을 때 받는 상처받은 마음 같은 것이죠. 거꾸로 그 마음이 전해졌을 때의 짜릿함과 흥분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모두가 보편이라는 사전에 담겨야 하는 것들입니다. 특수는 내가 살아가는 특점 시점과 만나 펼쳐지는 보편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특수에서 보편을 읽어낼 수도 있고요. 그것이 어렵다면 보편을 공부한 다음에 특수로 돌아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수만으로는 인생을 온전히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고요.
저는 속담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입니다. 긴 세월을 거쳤는데도 살아남은 말들에는 보편의 기운이 흐며들어 있거든요. 과연 100년 후에도 지금의 신조어라 할 수 있는 '맨붕'이니 '광탈'이니 뭐 이런 말들이 살아남아 있을까요? 하하하. 생각만 해도 재밌네요.
특수성에 몰입하는 삶을 살다가 힘에 붙이거든 보편으로 눈을 돌려 볼 것을 권합니다. 예전에도 사돈이 땅 사면 배아프다고 한 것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우리의 비교 의식 같은 것을 저격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여러분의 삶에 보편의 꽃이 만발하기를 기원하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 글쓰기 속도가 전보다 빨라지고 있습니다. 하하하. 보편의 냄새를 지대로 맡은 걸까요? 무슨 일을 할 때 너무 타인을 생각하면 주저주저하게 된다고 보편어 사전에 써 있을까요? 네. 저는 독자들이 어찌 생각할지를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고 제 생각을 생각나는 대로 씁니다. 그래서 오타도 많고 했던 이야기 또 하고 그럴 수 있습니다. 그것도 신경 안 씁니다. 특수보다 보편을 사랑하는 1인이었습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