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Nov 10. 2023

박상민의 <무기여 잘 있거라>

작사 이승호 / 작곡 이승호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상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F46KiQ2Jgk?si=vyOmcSB91t1tkaVA

한 여자가 다섯 번째 이별을 하고

산속으로 머리 깎고

완전하게 떠나 버렸데

...

내가 입장 바꿔 생각해 봐도

환장할 노릇

....

그녀 내게 이 한마디 남겨 놓고서

아주 멀리 떠나갔어


무기들아 잘 있으라고


- 박상민의 <무기들아 잘 있거라> 가사 중 -




다섯 번의 사랑과 이별 끝에

속세를 완전히 떠나버린

입장 바꿔 생각해도 환장할

한 여자의 기구한 사연


슬프고 지치고

이렇게 안될 수 있나

징글징글하기까지 해


첫 번째는 고등학교 때

같은 학교 서클에서 만남

대학 진학이 어렵게 된 남자는 

화가 나서 군대를 감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고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으나

남잔 다시 유학 가버림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마음을 토닥여 봤지만

그 상처가 너무 컸던 나머지

한 동안 사랑에 등돌림


두 번째는 대학 다닐 때

단체 미팅 갔다 필이 온 남자

playboy로 소문이 파다했던 걸

뒤늦게 알아버림

 

세 번째는 사회 나와서

같은 직장의 입사 동기

첫눈에 반해 버렸음

 

그런데 남자 집에서 반대함

알고 보니 심각한 마마보이


네 번째는 선을 본 남자

이번엔 양다리 전문가

어쩐지 전화기 두 대로

번갈아가며 통화를 하더라니


다섯 번째는 바로 나 

우린 결혼하기로 한 사이

둘 사인 문제가 없었어


그런데 우리 약혼하던 날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웬 아이를 떡 안고서 나타남

볼 장 다 본 거지


그녀는 모진 사랑에 녹다운 돼서

이 한마디 남겨 놓고서

아주 멀리 떠나갔어


무기들아 잘 있으라고




박상민 1993년 1집 앨범을 내면서 데뷔한 정통 발라더입니다. 허스키 보이스의 원조죠. 1집은 큰 호응을 못 얻었고 만화 <슬램덩크>의 주제가인 <너에게로 가는 길>이 더 많이 알려지게 됐죠. 그 덕분인지 다음 해에 내놓은 2집 <멀어져 간 사람아>가 큰 사랑을 받으며 가요계에 안착, 롱런을 준비합니다.

3집 <청바지 아가씨>에 이어 이번에 소개해 드릴 곡이 4집에 실린 곡이죠.예전에 격투기 선수 추성훈 씨가 불러서 회자가 되었던 <하나의 사랑>을 비롯해서 <해바라기><눈물잔> 등 적지 않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검은 선글라스와 턱수염 그리고 중절모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근데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 FC의 부대표는 왜 맞고 있는 거죠? 하하하.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이번 노래는 밝고 경쾌한 리듬인데요, 통상 박상민 씨가 불렀던 여느 발라드와는 결이 좀 다릅니다. 그리고 피처링을 락커 김정민 씨와 함께 한 것도 눈에 띄죠. 노래의 다음 가사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가 이리도 궁금한 노래도 없지요.

한 여자가 겪은 다섯 번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다소 코믹하게 풀어냈으니까요. 누구나 인생 사이클에서 한 번쯤 봤거나 전해 들었거나 혹은 겪어봤을 그런 내용입니다. 가사는 간략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 놨으니 이번 편은 가사 하나하나를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첫 번째 이별편부터 살펴보죠. 풋풋한 고등학교 시절이네요. 서클 활동하다 보면 마음이 맞을 수 있죠. 그런데 이 남자는 자격지심이 좀 심했나 봅니다. 같이 열심히 공부했는데 남자만 대학에 떨어지자 군대를 갔고 제대하고서도 볼 면목이 없었는지 여자를 등지고 유학을 가버렸다잖아요.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속설을 여지없이 증명하네요. 그렇다고 살 날이 그리도 많이 남았는데 사랑 따위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맹세하는 건 좀 오버가 아닌가 싶네요.

두 번째 이별은 대학에서 미팅 갔다가 만난 플레이보이라고 하죠. 깊이 사귀지도 않았을 거고 그런 부류의 남자인지를 모르고 사귄 것이겠지요. 아마도 대학을 가서도 남자 보는 눈이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별은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에 대한 '슬픔'으로, 두 번째 이별은 거듭된 실패에 '지침'이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세 번째 이별은 입사 동기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갓 대학생 티를 벗고 사회라는 공간에 나오면 가장 밑바닥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죠. 신입사원 연수도 받고 과제도 같이 하다 보면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서 눈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호환마마보이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세 번째 이별은 '이렇게도 다들 사랑이 어렵나, 나만 안 되는 것인가'하며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말하고 있죠

네 번째 이별은 나이도 좀 차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안착도 했으니 부모님의 등살에 떠밀려 선 자리에서 만난 남자였죠. 그럴 수 있습니다. 사회에는 사람은 많지만 사랑하고픈 남자가 많은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연애 세포가 말살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시간 낭비하지 않으려고 조건 보고 나간 자리였으니 사람만 괜찮으면 속도를 한껏 내보리라 다집했을 거구요. 그런데 웬 걸 정말 지지리 운도 없지 이번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를 만났네요.

마지막 다섯 번째가 가관입니다. 바로 노래의 화자에 관한 이야기죠. 사랑했고 결혼 이야기가 오고 가며 분의기가 화기애애했습니다. 이번에는 되는 줄로 알았죠. 그런데 마침 약혼식날 예전에 사귄 여자 친구가 아이를 데리고 입장합니다. '이 아가 니 아다'라고 하면서요. 마지막 장면은 5번째 이별을 하는 여자도 놀랬겠지만 화자의 마음이 더 쿵 내려앉을 것 같습니다.

어찌 이리도 안 풀리는 것일까요. 그중에 한 번만이라도 이어졌으면 지금쯤 토끼 같은 자식들과 알콩달콩 살 수 있었을 텐데요. 이 여인은 사랑에 버려지고 세상에 버려져 결국 머리 깎고 산으로 들어갔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면서 이 노래 제목처럼 <무기들아 잘 있어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죠.

작사가는 이 노래의 제목을 지으면서 헤밍웨이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떠올렸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부상당한 군인과 간호사의 사랑이야기가 그려지는 소설과는 사뭇 다른 가사 전개입니다. 그냥 여기서 무기들은 자신에게 상처만 남기도 떠난 남자들을 비유하는 것이겠죠.

네 아픈 사랑을 했든 실패한 사랑을 거듭했든 사랑에 등을 돌리는 사례는 많습니다. 그래도 사연의 주인공인 그녀는 해 볼만큼 해 보고 사랑과 세상에 등을 돌려서 다행이랄까요. 사랑엔 적당히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야 나중에 미련이 남지 않죠.

여러분들도 몇 번의 사랑을 하고 몇 번의 이별을 경험하셨나요? 사람마다 그 숫자의 많고 적음은 있겠지만 그런 경험은 우리 삶에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 지천에 널렸구나 혹은 내가 이리도 초라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구나 등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생 공부를 참 많이 하게 되잖아요.

저는 연예 경험을 언급할 때 스포츠처럼 몇 승 몇 무 몇 패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나만 좋아했던 경우는 패로, 나를 누군가가 좋아한다고 했으나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승으로, 같이 좋아하는 마음이었다면 ''으로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몇 승 몇 무 몇 패를 기록 중이신가요? 오늘은 이것으로 브런치를 마칩니다.


PS. 박상민 씨가 부른 <눈물잔>은 저의 18번 중 하나입니다. 사실 저의 18번은 한 곡이 아니라 18곡입니다. 하하하. 발라더여서 발라드를 할까 하다가 최근 발라드를 많이 다룬 까닭에 이 곡을 선택했습니다. 이 노래는 아카이브에 저장할 가치가 있는 곡이기도 하고요. 피처링에 참여했던 김정민 씨 노래도 언제 한 번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0년 이전의 명곡들을 하나의 매거진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날씨가 꽤나 쌀쌀해졌네요. 겉옷 잘 챙겨 입으시고요. 주말을 준비하는 평안한 저녁 시간 되시어요. See you. Coming Soon- (NO.95)

매거진의 이전글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