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는 유희열 씨가 곡을만들고 객원보컬이노래를 부르는독특한 방식의 그룹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 노래는 유희열 씨가 프로듀싱을 하고 가수 김연우 씨가 참여한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토이는처음 팀이 결성될 때 멤버 두 명의 영어 성 앞 글자를 따서 'TWO Y'였는데, 한 명이 탈퇴하면서 W를 빼고 TOY로 이름이 정해졌다고 하네요.
토이 프로젝트는 7집까지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 중 김연우 씨는 2집과 4집에 참여했죠. 2집에는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라는 명곡이 들어있고요. 오늘 소개할 <여전히 아름다운지>는 1999년 발표한 4집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많은 후배 가수들이 커버에 나섰을 만큼 잘 알려졌고 꾸준히 사랑받는 곡입니다.
김연우 씨는 현재 50대인데도 성대가 멀쩡합니다. 하하하.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감을 가진 가수죠. 특히 음의 피치나 박자가 정확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CD와 라이브가 큰 차이가 없는 몇 안 되는 가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 평창올림픽 주제곡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곳에 올라>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이야기로 들어갈 볼까요. 첫 가사는 '첨엔 혼자라는 게 편했지/ 자유로운 선택과 시간에'입니다. 헤어진 뒤 얼마간은 솔로가 된 것을 맘껏 즐기죠. 마치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해외 출장이라도 가면 처음엔 혼자라서 너무너무 좋아하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그동안 미뤄놨던 일들을 할 생각에 말이죠.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나면 금세 현실과 마주하죠. 그 사람이 있어서 티가 나지 않았던 공간의 크기를 발견하게 되는 거죠. 이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있을 때는 눈치 봐야 하고 구속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죠. 어이없게도 솔로들은 그런 것조차 부러워합니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면서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커플은 솔로를, 솔로는 커플을 부러워하죠. 네 혼자이거나 둘이거나 자신에게 없는 부분이 더 크게 보기 때문입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거죠. 그래서 인생은 자족하는 마음이 최고봉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그걸 다 지나고나야 알게 된다는 인생의 아니러니가 얄궂을 뿐이죠.
노래의 화자 역시 처음엔 해방감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 그때가 좋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이른 아침에 혼자 눈을 뜰 때/ 내 곁에 니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면' 혹은 '빈 종이에 너의 이름 쓰면서/ 네게 전활 걸어 너의 음성을 들을 때'가 그런 경우인 듯 보입니다. 그 결과는 '나도 모를 눈물이 흘러'입니다.
곡의 전체 내용으로 추정컨대 이별 후 그녀는 현재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그걸 바라보며 노래의 화자는 뒤늦게 자신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정임을 깨닫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늦어도 너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요. 지금은 그녀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궁금함으로 치환해 봅니다. '변한 건 없니/ 예전 그 말투도 여전히 그대로니'라든가 '그토록 사랑한 미소도/ 여전히 아름답니'라고 혼잣말을 늘어놓죠. 떠난 사람이 예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왜 궁금할까요? 그만큼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을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더 나아가 '(사귀는 남자가) 우리 함께 한 날들 잊을 만큼/너에게 잘해주니'라고 말하죠. 떠난 사람이 본인이랑 만날 때보다 비교 우위를 갖는지가 궁금한 것은 아닐 테죠. 실제 마음은 그 정반대로 자신에게 돌아와 줬으면 하는 거 아닐까요. 아니면 지난 기억을 잊은 듯한 그녀를 보는 것이 탐탁지 않아서 일까요.
그녀가 궁금해하지도 않을 자신의 상황도 굳이 말합니다. '난 달라졌어/ 예전만큼 웃질 않고/ 좀 야위었어/ 널 만날 때보다'라고요. 누가 물어봤냐고요. 하하. 널 만날 때와 그 이후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지면서 헤어지는 게 얼마나 잘못된 일이었는지를 자책하는 모습입니다. 이게 이 노래의 부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멀리서 그녀를 그리워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마지막 가사가 '행복해야 돼/ 나의 모자람 채워줄/ 좋은 사람 만났으니까'입니다. 이 가사는 철저한 자기반성의 결과로 마침내 그녀를 마음에서 내려놓은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다른 해석은 널 떠나보내는 내가 힘들지만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녀가 잘 살아줬으면 하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한 참 지난 후라도 사랑했던 사람의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본인이 선택한 삶의 모습이 생각한 것과 다를 때가 그럴 겁니다. 하지만 이미 그때의 결정을 무를 수는 없는 상황에서죠. 이처럼 우린 그 당시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만 할 수 있고, 그것에 책임을 지는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쯤 어땠을까 하고 상상을 해보죠. 하지만 이쪽으로 가든 저쪽으로 가든 못 가본 길에 대한 후회는 언제나 남는 것이 아닐까요? 한 길만을 갈 수 있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선택과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못한 것이 자꾸 떠오르는 것과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선택을 바꾸고 싶은 순간이 인생의 어느 지점이신가요? 그 지점으로 진짜 돌아갈 수 있다면 생각한 것처럼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회사를 떠나는 후배가 있어서 저녁을 사주느냐고 오늘은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게 좀 늦었네요. 글을 쓰는 것도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니, 석별의 정이 담긴 밥 한 그릇을 대접하는 일도 빼놓으면 안 되겠죠. 그 또는 그녀가 다른 곳에서도 저와 함께 있었을 때처럼 여전히 아름답게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영 못 보는 사이가 된 것은 아니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물리의 법칙을 거역하기란 쉽지 않기에 말이죠. 오늘도 좋은 저녁 되시고요. 또 뵙겠습니다. See you. Coming Soon- (NO.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