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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아의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작사/작곡 권진아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권진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f2 B0 GtfK1 E? si=UjGXD8 a-EyA1 Dsu3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늘 그래왔어 한 치의 오차 없이

어쩜 애쓰면 쓸수록

나를 이렇게 바보로 만들어


진심이었기에 더 초라한 이 밤

널 잃고 싶지 않아서 놓쳐왔던

나를 이제는 찾아보려 해

널 놓아줄게


- 권진아의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가사 중 -




내가 너무 앞서 간 걸까

너를 너무 믿었던 걸까


나 참 우습지

넌 나와 다른 마음이었다는 걸

이렇게 뒤늦게 알아버렸으니

이젠 함께 보낸 시간들을

다 잊어야만 하는 거겠지


오늘은 내 인생의 최악의 날이야

모든 것들이 미워져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조차도


내가 끔찍이 작아졌던

오늘 밤을 떠올릴 때마다

난 치가 떨리게 싫어질 것 같아


정말 날 사랑했다면

나쁜 사람 연기라도 해줘

내가 흔들리지 않고

널 마음껏 미워할 수 있게

정든 맘 그렇게라도

정리하고 싶어


역시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리 애쓰며 사랑하지 않았을 텐데


진심이었기에 더 초라해지는 듯해

나보다 널 먼저 생각했던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볼게

이제 널 놓아줄게




권진아는 2014년 방영된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3'에 참가해 3위에 입상하며 우리에게 얼굴을 알렸죠. 2016년으로 정규 1집 <웃긴 밤>을 내며 데뷔했습니다. 유희열 씨가 대표로 있는 안테나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맑고 안정적인 톤 앤 매너가 강점인 가수입니다.

이번 노래는 제목이 길어서 <진사바>로 줄여서 부르기도 합니다. <놀면 뭐 하니>에서도 WSG워너비 멤버로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2022년에 발표한 곡으로 가사가 직관적으로 쓰였습니다. 저는 이 검색하다가 이 노래 제목만 보고 '이거다' 혼잣말을 했죠. 제목 하나로 끝인 곡이죠.

이 노래에 얽힌 일화가 하나 있는데 섬세한 감성을 전달하려고 권진아 씨가 보컬 레슨까지 받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듣기에는 편한데 부르기에는 쉽지 않은 곡인 듯합니다. 제가 여자 목소리면 흉내라도 내 볼 텐데 그러지 못하니 확신은 안 섭니다만. 하하하.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 오고 있네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뜬 가수들이 그 뒤에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내놓으라 하는 기획사들과 계약이 바로 되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로 가수로의 생명력도 강해지는 것 같네요. K팝스타 다시 함 했으면 싶어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워낙 제목에 모든 가사 내용이 담겨 있어서 해석한다는 표현이 썩 들어맞진 않지만 노오력은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래의 화자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했고 역으로 상대는 그러지 않았죠. 그래서 헤어지는 순간에 화자가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괜한 생각을 했었나 봐/ 너를 믿어보겠다고/ 잘 알았어 너의 마음을/ 이제야 안 게 우습게'가 첫 가사입니다. 퍽이나 오해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상대방이 나를 무지무지 사랑하고 있다고요. 뒤늦게 상대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는 큰 차이가 있었음을 알게 되죠. 그래서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난 오늘 이 공기를/ 미워하게 될 것 같아/ 내가 끔찍하게 작아졌던/ 오늘 밤을 떠올리게 될 테니까' 부분에서는 오늘밤이 이별하는 밤임을 암시하고 있죠. 얼마나 그 상황이 싫었으면 아무 죄도 없는 공기 탓을 하게 된 것일까요? 혼자만 너무 앞서간 것에 대한 분함이었을까요? 아니면 상대방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자책이었을까요? 화자는 오늘같이 인생 최악의 날을 떠올리는 모든 것이 싫어집니다. 무색무취한 공기마저도 그 싫어짐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이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제목이 들어가 있는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늘 그래왔어 한 치의 오차 없이/ 어쩜 애쓰면 쓸수록/ 나를 이렇게 바보로 만들어/ 진심이었기에 더 초라한 이 밤/ 널 잃고 싶지 않아서 놓쳐왔던/ 나를 이제는 찾아보려 해' 부분입니다. 주제절이기도 하죠. 화자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별도의 해설을 붙이는 것은 사족에 해당될 듯합니다.

이쯤 되니 화자 역시 포기라는 것을 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부탁을 하죠. 잠시라도 화자를 사랑했다면 헤어지는 이 순간만큼은 '나쁜 사람' 악역이 되어달라고요. 그래야 화자가 상대방을 마음껏 미워할 수 있고 정든 마음도 떼어 버리기 수월하다고 말하죠. '애틋한 인사는 하지 말아 줘/ 그 인사가 날 다시 흔들지 않게/ 내가 마음껏 널 미워할 수 있게/ 악역이 되어줘/ 내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부분입니다.

진심으로 한 사람을 사랑했던 만큼 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그 마음을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가슴에 남아 있는 상대를 향한 '끝마음'이 마지막 가사에서 느껴지죠. 정황상 냉정하게 뿌리쳐도 모자랄 판이지만 '진심'이라는 단어는 쉽게 그렇게 되게 내버려 두지 않아서 일 겁니다.


음. 오늘은 제목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에 대해 썰을 풀어봐야겠죠. 여러분은 진심이어서 바보가 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노래의 제목을 보며 한 때 전국민을 TV 앞에 끌어모았던 드라마 <올인>이 데자뷔 됩니다. 드라마의 제목만요. 진심이었던 사람은 물불 안 가리고 상대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니 그 일이 어그러졌을 때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만큼 보조를 맞춰서 마치 거래를 하듯 사랑을 할 수 없는 노릇이죠. 진심을 낸 사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 진심에 진심으로 화답하지 못한 상대방이 미워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랑을 할 때 조금이라도 더 좋아하는 쪽이 참게 되고 자신을 더 희생하게 되죠.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버리고 올인하는 모습이 상대가 바라는 모습이었을까요? 주변에서 보면 연애를 시작한 후로 전에 있던 인간관계를 하나둘 끊어버리고 연애 상대에게 올인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그런 사람에게 '사랑에 진심'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적절한 걸까요?

요즘 저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랑학의 고전이라고 부르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들어보셨나요? 원래 제목은 'The Art Of loving'입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사실도 놀랍고요.(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이 이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 하하하) 흔히들 사랑은 감정의 산물로 생각합니다만 궁극적으로는 이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으로 '독립적인 사랑'을 꼽는데요. 서로를 바꾸려고 하거나 의지하는 사랑을 경계하죠. 한 마디로 혼자 있어도 괜찮은데 둘이 있으면 더 좋아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올인'하는 사랑은 진심일 수는 있으나 바람직한 사랑의 모습은 아닙니다. 이 노래처럼 올인 후 일이 잘못되면 상대방을 원망하게 되니까요. 사랑 참 어렵습니다. 성숙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배움이 동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리는 사랑의 모습은 어떠신가요? 지속가능한 사랑인가요? 어느 책 제목처럼 살며 사랑하며 배울 수 밖에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살면서 사랑 말고도 진심이 통하지 않는 순간은 많습니다. 상대방이 나의 진짜 마음을 오해 혹은 곡해할 때처럼 속상한 경우도 없죠. 우린 진심을 내는데만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진심을 내고 난 후의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삶은 부조리의 연속입니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속담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안 맞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진심을 낸 사람이 복 받는 그날을 꿈꾸고 기대할 뿐 아닐까요.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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