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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an 23. 2024

이승기의 <삭제>(feat. 이보람)

작사/작곡 싸이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승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erONHczFnGA? si=k7VN-PsXy0 QwXDp8

한 장씩 너를 지울 때마다

가슴이 아려와

너의 사진이 점점 흐려져


사진 속 너를 불러도 보고

너를 만져도 보고


너무 잔인한 일이야

너를 지우는 일


- 이승기의 <삭제> 가사 중 -




늘 날 깨우던

너의 목소리

아침에 혼자 눈을 떠


실감이 안 나

전화기에 있는

둘이 찍은 사진을 봐


있는데

웃고 있는데

니가 웃고 있는데


어쩌지

벌써 보고 싶어 져

우리 좋았었는데

그땐 좋았었는데


이젠 지워야겠지

우리 사진을 말이야


한 장씩 Delete키를 누르면

너의 얼굴이 사라져

가슴이 아려와


사진 속 너의 모습

아직도 너무 아름다워

불러내 만져보고 싶지만


이제 다시 볼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지워야겠지


너를 지우는 일

너무 잔인한 일이야




이승기는 2004년 정규 1집 <나방의 꿈>으로 데뷔했습니다. 어느덧 데뷔한 지 20년이 되었네요. 가수라기보다는 KBS <1박 2일>를 비롯해 다수의 예능에 참여해서인지 방송인이라는 칭호가 더 어울릴 정도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드라마도 꽤 출연했으니 만능엔터테이너라고 해야 맞을 듯싶네요.

한마디로 '엄친아'였습니다.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인간성까지 좋았다고 전해집니다. 정규 1집에 실린 곡이 누나들의 심금을 울리며 한 순간에 국민 남동생 자리를 차지했죠. 네. 타이틀곡 <내 여자라니까>입니다. '누난 내 여자니까. 누난 내 여자니까 아~' 많은 정체 모를 누나들이 이 노래를 듣고 쓰러지곤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설이 돌곤 했답니다. 하하하.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 역시 1집에 실린 곡입니다. <내 여자라니까>와 같이 가수 싸이가 곡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가 원곡을 들어봤는데 음질이 영 안 좋아서 씨야의 보람 씨가 부른 곡을 올려 드렸습니다. 이홍기 씨가 부른 버전과 갈등을 좀 했네요.

데뷔 당시 가수 이선희가 아끼던 제자였죠. 그 연이 잘 이어졌으면 했는데, 진위여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구설수에 많이 오르며 각자의 길을 택했다고 전해지죠. 각각의 자리에서 가수라는 본업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두 분 다 가수로의 역량은 믿어 의심치 않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고 가보죠. <삭제>입니다. 네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을 머릿속에서 쑥떡 잘라내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노래에서는 사진을 정리하는 일을 하며 화자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헤어진 다음날 니 목소리 없이/ 아침에 혼자 눈을 뜨게 된 거야/ 실감이 안 나 전화기를 켜보니/ 니 사진은, 우리 둘 사진은/ 그대로 있는데 여기 있는데'가 첫 가사입니다. 헤어진 다음날이니 실감이 안 날 법합니다. 이 노래에서는 비슷한 가사를 반복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요. 뭔가 화자가 넋이 나가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대로 있는데 여기 있는데' 이런 식으로요.

다음 가사는 '어떻게 벌써 보고 싶은데/ 이젠 지워야겠지 모두 지워야겠지/ 웃는 너의 사진을 행복한 우리 사진을'입니다.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하는 화자의 심경을 나타내고 있죠.

'그대로 있는데 웃고 있는데/ 사진 속 니가 웃고 있는데/ 이땐 행복했나 봐 이땐 몰랐었나 봐/ 우린 좋았었는데 우린 좋았을 텐데' 부분에서는 사진 속 상대의 모습을 보며 헤어진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진 속 웃는 모습 다시 말해 과거를 쉽게 놓지 못하고 있어 보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한 장씩 너를 지울 때마다 가슴이 아려와/ 너의 사진이 점점 흐려져/ 사진 속 너를 불러도 보고/ 너를 만져도 보고/ 너무 잔인한 일이야/ 너를 지우는 일' 부분입니다. 아마도 전화기 속에 저장된 사진을 한 장씩 삭제하는 모습입니다.

일괄 삭제 기능도 있을 텐데 굳이 한 장씩 사진을 보며 지우는 이유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사진 속 상대를 불러서 만져보고 싶을 만큼 미련이 많이 남은 까닭입니다. 그래서 상대의 사진, 더 나아가 상대와의 추억 그리고 시간을 삭제하는 것은 세상에서 잔인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음. 오늘은 당연히 '삭제'에 대해 썰을 풀어봐야겠죠. 대략 난감합니다. 하하하. 오래간만에 과학적인 접근을 좀 해 보겠습니다. 왜 우리 머릿속 기억을 지우기가 어려운지에 대해서요. 일단 기억이 어떻게 생기는지를 좀 파보면요. 기억은 크게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나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결정되는 것이 바로 '잠'입니다. 여러분들은 잠 잘 주무시나요? 네. 제가 주변 분들에게 여쭤보면 생각보다 수면의 질이 낮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너무 잘 잡니다. 잠복을 오복 중에 하나로 꼽은 이유가 있는 거겠죠?

우리는 잠을 잘 때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을 분류합니다. 시험을 보기 위해 벼락치기 공부를 하면 단기 기억이 생기는데요. 시험을 보고 나면 공부한 내용이 금세 사라지죠. 이런 경험해 보셨죠? 바로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않아서 생긴 현상입니다.

어떤 분은 이것을 하드 디스크에 저장한 것이 아니라 USB를 사용한 것과 같다고 말씀하시던데. 아주 적절한 비유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언어를 못하는 것도 이런 단기, 장기 기억과 관련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한 기억은 단기 기억이 아니라 장기 기억에 저장될 겁니다. 그래서 지우고 싶어도 쉽게 지워지지가 않는 거죠. USB가 아니라 하드디스크에 저장이 되었으니 머리를 들내지 않고서야 다른 방법이 있을 턱이 없죠. 컴퓨터로 치면 포맷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인간은 그게 불가능하잖아요.

컴퓨터에 있는 파일처럼 삭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사라지면 좋겠지만 우리의 기억은 속성상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컴퓨터에 있는 파일은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우리의 기억은 다른 기억들로 덧씌워지며 왜곡되기도 하고 조금은 옅어지곤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누군가를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워버리겠다는 발상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람이라면 응당 그 장기 기억으로 아파하며 일정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일 테니까요. 지구가 지속되는 한 마지막까지 남겨야 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기계의 위협으로부터 지켜 낼 수 있을지 심히 궁금해집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하하하.


PS. 삭제가 용이해지면 사진 1장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집니다. 반대로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가치를 지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컴퓨터의 Delete키는 글 쓰는 우리에게 편리함이라는 주기도 하지만 자필로 꾹꾹 눌러쓴 원고지의 글만큼의 무게는 아닐 겁니다. 속성 코스가 아니라 장을 담그는 것 같은 장기 기억은 우리의 생존에 그만큼 필요했던 것일까요? 그 장기 기억 속에서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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