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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Feb 11. 2024

정인호의 <해요>(Cover.#안녕)

작사 유유진 작곡 박광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정인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550o-DqWiak? si=dPWxCKME_VP3I-L_


그녀의 친구라도

노래를 듣는다면


그녀에게 전해줘요

내가 아직 사랑한다고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시간 그 자리에


내가 매일 기다린다고

언제라도


- 정인호의 <해요> 가사 중 -





그땐 참 어렸어

많이 사랑했지만

많이 다투기도 했지


내 잘못이 컸어

마지막까지

널 울렸으니까

잡지도 못했어


후회돼

그 벌일까

그 후론 제대로 누군갈

사랑한 적이 없었어


변해버린 모습

변해버린 시간

난 변하지 않았어

그녀도 같길 바라

그만큼 사랑했니까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거야

내 눈엔 예전 모습 그대로

아름다울 거라 믿어


그녀에게 전해줘

내가 아직

많이 사랑한다고

돌아올 때까지

매일 기다릴 거라고


그녀와 나는




정인호는 1988년 데뷔했습니다. 가수가 아니라 MBC 공채 탤런트 27기로요.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출신입니다. 동기가 송일국, 홍은희, 김용희, 박솔미 씨라고 하네요.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노마라는 역할을 맡았다고 하네요. 배우로서는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한 듯 보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참가한 가요제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음악인으로 전환을 했죠. 2010년 프로젝트 그룹인 CN.K로 활동을 하다가 2010년 첫 번째 앨범을 냅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거기에 수록된 곡이죠. 원래 이 노래는 노아(Noa)라는 가수의 <나의 얘기를>를 리메이크 한 곡이죠. 리메이크를 하면서 노래 제목까지 바뀌는 사례도 드문데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 궁금하네요. 2집부터는 노마로 활동명을 변경했는데 잘 안 됐다고 하네요. 이 노래가 그의 유일한 히트곡인 셈이죠.

오늘 올려드린 음원은 #안녕이라는 가수가 커버한 것입니다. #안녕은 얼굴 없는 가수입니다. <너의 전화번호를 누르고>라는 노래를 발표했죠. 예전에 김나영 씨가 이 노래를 기가 막히게 커버해서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정인호 씨의 곡을 아주 잘 커버했더라고요.

정인호 씨는 2020년 jtbc <슈가맨 3>에 나와서 근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얼굴에 안면 마비가 와서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죠. 현재는 벤처기업 사장님이라고 합니다. 음악인임을 잊지 않고 살려는 그의 태도가 참 좋아 보였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해요>입니다. 노아라는 가수가 부를 때 제목이 <나의 기를>이었다고 말씀드렸는데, 둘 다 제목만 가지고는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네요. 노래 가사에서 '해요' 앞에 나오는 단어를 봤더니 '만나야만'이 나오네요. 네. 헤어진 연인에게 꼭 만나야만 한다고 화자가 말하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지 함께 파헤쳐 보시죠.

'그녀와 나는요 그땐 참 어렸어요/ 많이 사랑했고 때론 많이 다퉜었죠/ 지금 생각하면 모두 내 잘못이죠/ 마지막 그날도 그녀는 울었어/ 나는 그녀를 잡지 못했죠/ 지금까지도 너무 후회가 돼요/ 그 후론 누굴 사랑한 적 없어 아직은'이 첫 부분입니다.

어릴 적 사랑이란 게 다 그런 거죠. 서툴고 어리석고 말이죠. 미친 듯 사랑하기도 하고 미친 듯 싸우기도 합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참 부족했던 시간이죠. 화자는 헤어지는 마지막 날까지 그녀를 울렸고 끝내 잡지 못했습니다. 그게 후회로 남았고 그 벌로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는 저주에 빠져 있는 듯하죠. 상대를 그만큼 사랑했고 잊지 못한다는 것이겠죠.

'그녀와 나는요 언젠가 만날 거죠/ 변해버린 모습 변해버린 시간 속에/ 하지만 괜찮아 내 눈엔 아름답던/ 예전 모습 그대로 일거예요' 부분입니다. 화자의 바람이겠죠. 모든 것이 변해가는 가운데 그녀만은 예전처럼 그대로 이길 바라는 거죠. 그러면서 꼭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녀도 날 못 잊을 거야/ 나는 믿어요 그만큼 사랑했죠/ 그래서 우린 한 번은 만나야만 해요' 부분입니다. 화자의 바람은 이어집니다. 그녀 역시 화자를 못 잊고 있을 거라고 말이죠. 그래서 한 번은 꼭 만나야 한다고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진짜 그녀의 마음이 화자가 바란 상태였을까요?

'그녀의 친구라도 이 노래를 듣는다면/ 그녀에게 전해줘요 내가 아직 사랑한다고/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시간 그 자리에/ 내가 매일 기다린다고 언제라도' 부분입니다. 연락할 마땅한 방법은 없는 모양입니다. 이 노래가 떠난 그녀를 향한 고백송으로 보이죠. 그녀를 아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노래에 담긴 화자의 마음을 전해달라고 부탁하죠. 화자 자신은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매일매일 첫 미팅 장소에서 묵묵히 기다리다면서요.


음. 오늘은 '사랑과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여러분들은 사랑에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사랑도 더 잘할까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가나 아름다운 소리의 조합을 잘 찾아내는 작곡가는 사랑하기에 우리보다 더 좋은 환경에 있는 걸까요?

이 노래 가사에서 보면 '그녀도 날 못 잊을 거야' 부분이 바로 화자가 자신의 믿음을 투여해 상상력을 발휘하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전체 내용으로 판단하건대 그 상상력이 맞을 확률은 낮아 보이죠. 그 상상력을 근거로 화자는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림'이라는 대응법을 생각해 내니까요.

우린 사랑하면 그 대상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뭘 좋아할까,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등등 끝도 없는 질문이 이어지죠. 사랑을 하면서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단계가 아마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 아닐까 하는데요. 상상력의 수치가 높아지면서 동시에 상대를 향한 열망도 커지죠.

반대로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게 되는 단계에 진입하면 우리의 상상력은 발동될 일이 적어집니다. 뻔히 다 아는 사이가 되서일까요. 상상과 현실이 일치하면서 상상조차 하지 않게 되는 거죠. '전화를 안 받는 거 보니 자고 있겠다'라고 말했을 때 진짜 자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그만큼 뭘 모를 때 하는 사랑, 어릴 적 사랑은 상상력이 동반되며 깊고 강력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쉽게 잊히지 않는 거죠. 그래서 '많이 사랑했고 때로 많이 다퉜죠'는 사랑에 대한 상상력의 강도를 나타내는 동시에 상상력의 빈약함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상상력이 꼭 현실로 이어지는 것을 아닐 테니까요.

네. 저 역시 사랑에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랑이 상상력의 일환인지도 모르겠네요. 상대는 가만히 있는데 혼자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사랑을 키워가곤 하니까요. 동시에 진행되어도 각자의 방식으로 그 모양새는 다를 겁니다. 우린 그걸 사랑이라고 부른답니다. 하하하.

누군가의 마음을 미루어 알아채는 상상력, 이것을 바탕으로 한 행위는 사랑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듯합니다. 하지만 그 상상력에 사심이 지나치게 작용하면 주는 행위에서 바라는 행위로 이동하게 되서 문제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노래에서 '그녀도 날 못 잊을 거야' 부분 말이죠.

사랑하는 감정은 상상력으로 분출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이 있는 시간보단 떨어져 있는 시간이 특히 그렇죠. 역으로 상상력이 식으면 사랑하는 감정도 사그라드는 것이겠죠. 사랑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상상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상상력은 예술 등 창작 행위와 맞닿아 있습니다. 요즘 저는 미술이나 시 등 예술 관련 책들을 주로 보고 있는데요. 제 미력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꽤나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작가마다 상상력의 모티브를 어디서 찾는지 그리고 그걸 어떤 식으로 발휘하여 작품에 투영하는지를 곁눈질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데요. 브런치를 사랑하려면 끊임없이 상상력이라는 우물을 파야하니까요. 20대 중에 연애를 하지 않는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는데, 사랑과 상상력 중 무엇을 먼저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일까요? 하하하. 즐거운 연휴 보내셔요. See you. Coming Soon.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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