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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an 15. 2024

김용임의 <부초 같은 인생>(feat. 강수빈)

작사 상준 공호석 작곡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용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LKb05 mlNJw? si=7 TVG3 p4 L2 BA2 J95 F


(1절)

내 인생 고달프다 울어본다고

누가 내 맘 알리요


어차피 내가 택한 길이 아니냐

웃으면서 살아가보자


(2절)

한 걸음 길을 걷다 돌아다보니

보랏빛 내 인생


웃으며 걸어왔던 길이 아니냐

후회 없이 살아가 보자


(후렴_1절, 2절 반복)
천년을 살리요

몇 백 년을 살다 가리요


세상은 가만있는데

우리만 변하는구려


아아 부초 같은 우리네 인생

아 우리네 인생


- 김용임의 <부초 같은 인생> 가사 중 -




김용임은 1984년 서울예자대학교 무용과 재학하던 중 KBS 신인가요제에 <목련>이라는 노래에 참여하면서 데뷔했습니다. 올해가 40주년이 되네요. 1990년 김지운이라는 이름으로 데뷔앨범을 발해 고요. 이후부터 김용임이라는 활동명을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주현미, 이선희와 데뷔 년도가 같습니다. 다만 중간에 개인사로 잠깐 활동을 쉬었죠. 전통 트로트를 구사하는 현역 중 몇 안 되는 가수입니다. 탄탄하고 구성진 목소리가 강점입니다. 라이브를 음원과 유사하게 소화할 만큼 가창력도 갖추고 있고요.

가요계에서 오래 활동한 만큼 히트곡도 상당합니다. <열두 줄><사랑의 밧줄><내장산><사랑님><나이야가라><오늘이 젊은 날> 등 지금도 많은 후배가수들이 커버하는 곡들이죠. 요즘은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 역으로 많이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1년에 발매된 곡입니다. 3분 남짓의 매우 짧은 곡인데요. 제가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가사는 짧은데 내용은 매우 심오하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뭔가 열린 해석이 가능한 가사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 KBS <K-트롯 골든마이크>에서 강수빈 씨가 이 노래를 부른 걸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오늘은 그 버전을 올려드렸습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해석으로 들어가 볼까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가사는 아주 짧습니다. 그만큼 해석의 미학이 필요한 노래입니다. 먼저 제목부터 짚고 가 보시죠. <부초 같은 인생>입니다. 부초에 대해 설명이 좀 필요하겠죠? 예전에 김란영 씨가 부른 <부초>라는 곡도 참 좋았는데, 이건 기회가 되면 소개해 드릴게요.

부초는 말 그대로 '물 위에 떠서 사는 식물'을 뜻합니다. 연꽃인데 꽃은 피지 않는 것을 연상하시면 어떨까 하네요. 그럼 부초 같은 인생은 무슨 뜻일까요? 한 자리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다니는 노마드족 같은 삶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만큼 유목민의 삶은 고단하고 힘들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가사를 같이 살펴보시죠.

후렴구를 제외한 1절 가사는 '내 인생 고달프다 울어본다고/ 누가 내 맘 알리요/ 어차피 내가 택한 길이 아니냐/ 웃으면서 살아가보자'가 다 입니다. 하하하. 첫 두 문장은 우린 인생의 고단함을 주변 사람과 공유하며 위로받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이 내 마음을 100% 이해하긴 어렵다고 말하는 것 같죠. 또한 같이 울어줄 수는 있지만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상황. 종합하면 어차피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삶이라는 표현으로 해석되네요.

뒤에 두 문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말하고 있죠. 일이 꼬이는 한이 있더라도 웃으며 살아가자 면서요. 더 의미심장한 것은 그 길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택한 길이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각자의 인생길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한 걸음 길을 걷다 돌아다보니/ 보랏빛 내 인생/ 웃으며 걸어왔던 길이 아니냐/ 후회 없이 살아가 보자'가 2절입니다. 과거를 회상해 보니 그래도 내 인생 나쁘지 않았어. 좋은 날도 많았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죠? 그러면서 그 추억을 벗 삼아 남은 인생 후회 없이 살아가보자라고 말하죠.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의 삶을 반추해 보고 미래의 길을 준비하는 화자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후렴구는 '천년을 살리요/ 몇 백 년을 살다 가리요/ 세상은 가만있는데/ 우리만 변하는구려 / 아아 부초 같은 우리네 인생/ 아 우리네 인생'입니다. 이 노래에서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바로 굵은 색으로 표기한 이 부분이죠. 천년은 고사하고 몇 백 년도 못 살다는 가는 인생, 세상의 흐름에 비해 너무도 짧기만 한 내 인생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 부초 같은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죠.

트로트에서 세월 한탄은 단골 메뉴입니다. 시간이 흘러 늙어가는 것을 표현한 가사가 부지기수죠. 이 노래 역시 그렇고요. 전 이 부분이 '얼마 되지도 않는 인간의 삶, 그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네, 그냥 받아들이자. 내 탓으로 해 두자. 뭐 그리 슬퍼하고 애석하며 인생을 낭비하냐. 웃으면서 후회 없이 살아가는 수밖에' 이렇게 해석이 되네요. 내용은 슬픈데 노래는 즐거워서 비튼다는 의미를 지닌 트로트의 참맛을 느끼게 해 주네요.


음. 오늘은 '수명'이라는 주제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수명은 '생물이 살아 있는 연한, 사물 따위가 사용에 견디는 기간'을 말합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에 새겨있는 유통기한도 그 제품의 수명을 뜻하는 것이지요. 인간의 수명처럼 뭐든 수명이 길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 합니다.

1997년 IMF가 닥치기 전 대우(DEAWOO)라는 국내 그룹이 있었는데요. 그 당시 10대 그룹에 해당될 정도로 재계 순위도 높았었죠. 여기서 TV도 만들고 해외 수출도 많이 하고 그랬었습니다. 대우에서 내놓은 전자제품 브랜드가 '탱크(TANK)'였는데요. 그만큼 견고해서 수명이 길다는 것을 강조하는 브랜드였죠. 진짜 브랜드가 내세운 데로 고장이 잘 안 났더랬죠. 소비자는 환호할 일이었지만 반대로 회사는 재구매가 안 일어나서 힘들어했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답니다.

'계획적 노후화'라는 개념을 혹시 아시나요? 물건이 대략 언제 이후에 닳고 고장 나서 못 쓰게 내구성을 고안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마치 폴더폰은 10만 번 접으면 못 쓰게 된다든지 자동차 바퀴를 4만 Km 이상 타면 마모되어서 교체를 해야 한다든지 이렇게 설계하는 거죠. 실제는 그것보다 더 좋은 기술이 있는데도 말이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당연히 재구매를 통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환경보호론자들이 들으면 기겁할 일이죠. 일반 소비자들도 그 기업에 배신감을 가질 겁니다.

100년도 채 못 사는 인간들이 제품 같이 인간보다 짧은 사용 연한을 가지고 수명을 조물닥조물닥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노래의 '천년을 살리오/ 몇 백 년을 살다 가리오'라는 가사가 더 의미심장해지지 않나요?

친구들과 지인들이 다 떠난 뒤 혼자만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지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요? 오히려 그들이 살아 있을 때 배웅을 받으며 하늘나라로 먼저 향하는 게 더 행복한 모습은 아닐까요?

역사의 시간에 비하면 우리의 수명은 키재기 논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얼마 되지 않는 삶의 시간에 다시 말해 수명이 붙어있을 때 무거운 금덩이를 손에 넣고 그걸 지키기 위해 다른 곳도 못 가고 그 주변을 배회하는 삶을 사느니 이 노래의 제목처럼 물 위를 유유히 떠나는 삶이 고단하고 힘들더라도 더 나아 보이지 않나요?

그와 동시에 사는 동안 생각만큼은 작은 연못을 벗어나 연못 너머를 꿈꾸는 삶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수명을 이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꿈꾸는 부초' 같기를 바라봅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트로트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만만히 보면 큰 일 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가사에 담긴 무게감이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트로트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은 최애 장르가 아닌 까닭인지 아니면 인생의 깊이를 충분히 남아내지 못해서인지 아직은 조금 버겁다는 느낌도 듭니다. 언젠가부터 예전 트로트 가사가 이전과는 다르게 들리고 해석되는 저 자신을 보면서 나이 먹어간다라고 느낀 바가 있었는데요. 아마도 트로트의 매력이 이런 게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전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트로트의 찐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1인인데요. 앞으로 계속 다루다 보면 트로트의 참맛에 더 다가갈 거라 생각해 봅니다. 월요일 피곤하셨죠? 편안한 밤 되시어요. See you. Coming Soon- (NO.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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