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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an 28. 2024

소향의 <가슴만 알죠>

작사/작곡 홍진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소향'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hl9 EXRLRZlI? si=DI7z_UnemPDgkCfo

가슴만 알죠 내 소중한 사람


너만 바라보면 내 맘이 아파


사랑한 만큼 아픈가 봐요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이라서


- 소향의 <가슴만 알죠> 가사 중 -




그리움의 달력으로

하루를 보내요.

그대 보고 싶으면

가만히 눈을 감아요.


자꾸만 그대가

내게서 멀어져요

안 돼요 안 돼요 안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 후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요

가슴이 가슴이 아파요


사랑한 만큼

아프게 되는 역설

그래도 난 이 사랑

놓지 않을 거예요


가슴만 알죠

내 소중한 사람

바라볼수록

너 아파지는 내 맘


기다림의 달력에서

하루가 지나고

그리움만 품고 살죠




소향은 CCM(현대 기독교 음악)으로 1996년 데뷔했습니다. 처음에는 POS라는 밴드 활동을 했고요. 가요를 본격적으로 발을 들어놓은 것은 2010년 이후입니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놀라운 가창력을 보여주며 주목을 받았죠. 이후 SG워너비의 이석훈 씨, 하하, 산이, 박정현, 이영현 등과 음악 작업을 했습니다. 2012년에는 MBC <마의>로 첫 OST에 참여한 후 꾸준히 이 분야에서도 활동 중입니다.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라고 불리고 있죠. 음역대가 세계적으로 현존 여가수 중 최상급에 속하죠. 본인의 노래보다는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자신의 스타일 소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은 이거다 하는 본인 히트곡이 없다는 점입니다. 고음 위주에서 점점 감성파로 진화하면서 목소리가 무르익고 있으니 조만간 모두가 기억하는 명곡이 하나쯤 나올 법도 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가창력뿐만 아니라 작곡으로 음반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직접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자신의 신앙관을 바탕으로 판타지 소설 <크리스털 캐슬>을 집필했는데 총 8권 중 5권까지 집필을 마친 상태고 2권이 출간된 상황이라고 하네요. 이걸 영화화하는 게 그녀의 꿈이랍니다. 믓지네요 ^^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8년 SBS에서 6부작으로 제작해 방영한 <사의 찬미> OST입니다. 이 곡의 작사/작곡가가 홍진영 씨라고 나오는데, 트로트가수 홍진영 씨인 줄 알고 찾아봤더니 아니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OST 곡이니까 먼저 배경 설명이 필요하겠죠? <사의 찬미>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악가이자 소프라노인 윤심덕이 부른 노래 제목입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노래를 부른 당사자는 자신이 녹음한 곡을 듣지 못했습니다. SBS드라마 <사의 찬미>에서 윤심덕 역은 배우 신혜선 씨가 맡았고, 일본에서 체류 만난 극작가 김우진 역은 이종석 씨가 맡았죠.

이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한국행 뱃길에서 행방불명되죠. 당시 진보적인 여성의 여성이 아이콘 윤심덕과 유부남이었던 김우진의 행방불명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며 그 덕분이지 10만 장이라는 음반 판매를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드러내놓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랑이어서인지 제목이 <가슴만  알죠> 네요. 둘은 일본으로 도주했지만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죠. 한국으로 돌아가면 윤심덕은 총독부의 촉탁가수가 되어야 하김우진은 아버지의 명에 따라 극작가 길을 놓아야 했죠. 결국 천재 가수와 작가는 부여받은 천재성을 내려놓아야 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중고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의 찬미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대 그리움에 또 하루가/ 그대 보고 싶어 눈 감아요/ 자꾸만 내 곁을 멀어지는 그대 모습/ 안 돼요 안 돼요 안돼'가 첫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지만 맘껏 볼 수 없는 현실을 표현하고 있죠. '우리 사랑하면 안 되겠죠/ 정말 사랑은 이기적이죠/ 그대 바라보는 하루가 또 힘드네요/ 가슴이 가슴이 아파' 부분입니다. 사랑하면 안 되는 사이인 걸 알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길을 가고 있어 '이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있죠. 당연히 이기심을 낼수록 가슴은 아려 오는 것이겠죠.

'사랑한 만큼 아픈가 봐요/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이라서/ 눈이 멀어도 귀가 막힌 데도/ 그대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부분입니다.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이라서 사랑하면 할수록 아프게 되는 역설이 발생하죠.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상처를 받더라도 마지막까지 사랑을 택하겠다고 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노래 제목이 나오는 '가슴만 알죠 내 소중한 사람/ 너만 바라보면 내 맘이 아파/ 사랑한 만큼 아픈가 봐요/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이라서/ 그대 기다림에 또 하루가/ 나는 그리움만 품고 살죠'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특별히 해석을 덧붙이진 않겠습니다. 여러분 느끼는 대로~


음. 일요일 아침에 어울리지 않지만 오늘은 '극단적 선택의 오류'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두 사람의 극단적 선택의 이유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본인이 사랑하는 일(예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 두 가지이었을 겁니다. 만약 여러분들에게 이 둘 하나를 포기하라면 뭘 선택하시겠어요? 어렵죠? 극 중에서 두 주인공은 하나도 아니고 두 가지를 동시에 포기하는 상황이 되니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명 자살, 자기 자신의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행위는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정당화될 순 없을 겁니다. 예전에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어려워질 거라 느낄 때 자살을 선택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더랬습니다. 추후에 이 생각을 조금 확장시키는 몇 가지 사례가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여자 연예인들의 치부를 들추는 O 양이니 B 양이니 하는 동영상 유포 사건이었죠.

만약 우리가 동영상의 여자 주인공이었다면 자살을 선택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고 어느 정도 재기에 성공하며 우리와 동시대를 함께 보내고 있죠. 사건을 겪으면서 제가 뭔가를 빠뜨린 같았습니다. 이전 사고 체계로는 설명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살이라는 건 특정 시점, 다시 말해 최근에 발생된 일련의 일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가 원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게 되었죠. 늘 변하는 게 의미인데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되면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서 자존심이 바닥을 향하고 전체 삶의 의미를 일부 값으로 추락시키게 되잖아요. 조금만 그 시간을 견디며 판단을 유보하면 시야가 확장되면서 극단적 선택까지 가진 않을텐데 말이죠.

이 부분에서 <사기>라는 명저를 남긴 사마천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고자가 되는 수치를 감내하며 사기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일제치하, 전통사회라는 극복할 수 없는 벽 앞에서 두 사람은 아마도 넘을 수 없는 절망감을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사마천은 달랐습니다. 그래서 후대는 그를 다르게 평가하게 된 것이고요.

만약 두 사람의 죽음에서 사랑보다 예술이 더 큰 이유였다면 29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던 윤심덕. 일제 치하의 설움을 딛고 좀 버텨보는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아버지를 배반할 수 없었던 김우진. 아버지의 부재 상황까지 살면서 호시탐탐 예술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보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예술보다 사랑이 더 큰 이유였더라도 사랑하지 못해 안 달란 상황이 아니니(극 중에서도 5년 정도 떨어져 있고 그럽니다) 충분히 살아가면서 훗날을 도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저는 앞이 안 보이는 컴컴한 시간이 찾아와도 '일단은 버텨낸다 그래서 후일을 도모한다'는 슬로건이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야 극단적 선택의 오류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하하하.


PS. 천재적인 예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자살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일반인과는 다른 풍부한 감수성 탓일까요?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루어질 없는 사랑'과 '본인이 사랑하는 일(예술)을 없게 되는 것' 중에 죽어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사랑은 짧으나 예술은 영원하다에 한 표를 던지려고요. 하하하. 단순한 일이면 버려도 그만이겠지만 글이나 그림, 음악과 같은 예술의 영역은 좀 다르게 다가오네요. '사랑은 타인과 예술은 본인 자신과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로 정리하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 (NO.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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