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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an 29. 2024

진미령의 <미운 사랑>(feat. 강문경+한여름)

작사 송광호, 진미령 작곡 송광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진미령'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XPz5oDfGZX8?si=fyFzN31pmEMiI6pN


남몰래 기다리다가

가슴만 태우는 사랑


어제는 기다림에 오늘은 외로움

그리움에 적셔진 긴 세월


이렇게 살라고 인연을 맺었나

차라리 저 멀리 둘 걸


미워졌다고 갈 수 있나요

행여나 찾아올까 봐


가슴이 사랑을 잊지 못해

이별로 끝난다 해도


그 끈을 놓을 순 없어

너와 난 운명인 거야


- 진미령의 <미운 사랑> 가사 중 -




진미령은 1975년 영사운드 1집 앨범 <Peace... Since 1972>로 데뷔했습니다. 1977년 제1회 MBC 서울가요제로 가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연희동 한국한성화교중고등학교를 졸업해서 평생 화교라는 오해가 따라다니지만 토종 한국인입니다. 어머니가 외교관이 되라고 보낸 학교였다고 하네요. 하하하.

데뷔하고 성우, 라디오, CM송, 만화주제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 돌연 미국행을 택했는데, 인터뷰에서 보니까 좌판 장사도하고 비서 일도 하고 보험도 팔고 그랬다고 하네요. 고 이주일 씨와 조용필 씨 등이 다시 가수를 해 보라고 제안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체중 46kg을 40년째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분인 듯합니다. 코르셋을 잘 때도 하고 잔다고 하니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건강에는 좋지 않다고 하지만 말이죠. 요리 실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0년 중후반부터 게장 사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그녀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2012년에 발매한 노래입니다. 후배가수들이 너무 많이 불러서 국민가요처럼 돼버렸죠. 코미디언 전유성 씨와 이혼을 해서 개인사를 가사 화한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건 아니라고 하네요. 긴 가수 경력답게 이 외에도 <하얀 민들레><소녀와 가로등><인생> 등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미운 사랑>인걸 보니 사랑이 내 맘처럼 안 되는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 같죠? 이 노래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어떤 상황이 오기에 미운이라는 표현을 붙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 같네요.

'남몰래 기다리다가/ 가슴만 태우는 사랑'으로 시작하는데, 제가 보기엔 이 첫 가사가 이 노래의 주제절입니다. 미운 사랑의 첫 번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남몰래'이고 두 번째는 언제 올지 몰라 한없이 '기다리는' 것이며, 세 번째는 그래서 '가슴만 태우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거든요.

다음 가사부터는 부연 설명입니다. '어제는 기다림에 오늘은 외로움/ 그리움에 적셔진 긴 세월'인데요. 어제의 기다림 -> 오늘의 외로움 -> 미래의 그리움으로 완성되죠. 참 좋은 가사가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살라고 인연을 맺었나/ 차라리 저 멀리 둘 걸' 부분입니다. 네 이쯤 되면 후회가 밀려오겠죠. 애시당초에 시작도 안 했으면 더 나았을까 하고요. '미워졌다고 갈 수 있나요/ 행여나 찾아올까 봐' 부분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의 하나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죠. 미운 사랑의 전형적인 모습이네요.

'가슴이 사랑을 잊지 못해/ 이별로 끝난다 해도/ 그 끈을 놓을 순 없어/ 너와 난 운명인 거야' 부분입니다. 화자는 이 사랑이 이어지지 못하고 이별로 종결지을 수 있는 가능성도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결국 운명이라고 여기기에 그 인연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길로 가면 빠져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택하는 자세에서 사랑의 진면목이 보이지 않나요? 끝날 것을 알아서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1%의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계속 그 길을 가는 자세가 미운 사랑에 대처하는 화자의 대응법이네요. 으미 슬퍼라~~~


음. 오늘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가는 길'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저의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 끈기와 포기라는 챕터를 다룬 적이 있는데요. 여러분들은 언제까지 끈기를 발휘해야 하고 언제쯤 포기를 해야 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만약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이 끝내 잘 안 될 가능성이 높아지신다면 그걸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브런치 작가 활동 같은 거 말이죠.

되다 VS 안 되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하는 한 아마도 일의 성과 여부가 가장 큰 기준점이 될 겁니다. 그런데 이것 말로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 노래의 화자처럼 미운 사랑을 하고 있고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상대의 손을 놓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그냥 부질없다 미련이다 이렇게만 말할 수 있을까요? 화자는 도대체 왜 그런 상황에서도 그 끈을 끝내 놓지 않는 것일까요?

그만큼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사고가 너무 되다는 완성형에 고착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인생살이를 너무 효율과 성과라는 한 가지 잣대로 재고 사는 건 아닌지 하고요. 실패의 확률이 높아지면 여지없이 등 돌리는 게임만 하며 살고 있진 않나 하고요.

물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난 시간에서 거둔 성공값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늘 높게 올린 아파트, 바닷속을 누비는 잠수함 등 많이 무너지고 가라앉는 수많은 실패 뒤에 나온 성공값이죠. 그래서인지 우린 수많은 실패는 나 몰라라 하고 성공값을 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신화를 쓴 주역인 이영표 선수가 삼프로에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은 바가 있는데요. 축구는 한 팀에서 11명이 뛰지만 후보 선수까지 23명의 엔트리가 있잖아요. 위대한 팀을 보면 축구장에서 뛰지 못하는 12명의 역할이 크다고 합니다. 12명이 팀워크를 충분히 박살 낼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12명의 실패가 11명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린 언젠가부터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사랑에서조차 이해타산을 따집니다. 이어질 수 없으면 헤어지는 거지라고 생각하죠. 이어질 순 없지만 헤어질 수도 없는 사이란 것도 존재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꼭 우리가 하는 일이 늘 이루어져야만 하는 걸까요? 안 되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는 길에 더 많은 인생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요?

효율과 성과로만 얼룩진 세상에서 가면 빠져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그 길을 가는 것이 무모함이 아니라 용기라고 말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브런치로 혹은 작가로 대박이 안 나도 꾸준히 글을 쓰며 사는 삶도 그만큼의 가치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이것이 제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 소개해 드린 노래는 그동안 너무 많은 분들이 불러서 누구를 골라 음원을 올려드릴지 고심을 좀 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SBS <트롯신이 떴다>에서 강문경+한여름 조합으로 부른 이 노래가 가장 듣기 좋았습니다. 무모함의 대명사하면 돈키호테가 떠오르는데요. 방법은 서투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캐릭터죠. 효율과 성과의 기준으로 돈키호테를 보면 빵점 짜리겠지만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가는 길' 측면에서는 이 캐릭터를 따라올 자가 없죠. 삶에서 자신만의 돈키호테를 발동시키는 일이 꼭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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