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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Feb 26. 2024

주현미의 <잠깐만>(feat. 한봄)

작사 이호섭 작곡 김영광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주현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hZ3 V7 Cb_O0? si=1 jRABr60 T2 rRghVJ


잠깐만 잠깐만

그 발길을 다시 돌려요


이제는 내가 미워

이제는 내가 싫어

간다 간다 아주가


만날 때 아름다운 사랑보다는

헤어질 때 아름다운 사랑이 되자


잠깐만 잠깐만

그대 나를

이리저리 스쳐가지마

불러도 대답은 깜깜


- 주현미의 <잠깐만> 가사 중 -




주현미는 1985년 '비 내리는 영동교'로 데뷔했습니다. 아버지가 중국에서 태어나 4살 때 한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받지 못해서 화교학교에 입학했다고 하죠. 그 당시 법이 그랬답니다. 그것 때문에 굉장히 심적인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하네요.

배우자는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인 임동선 씨입니다. 주현미는 결혼 당시 일이나 가수를 포기할 만큼 남편을 사랑했다고 하네요. 그 덕분인지 임동신 씨가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주현미 씨의 외조를 도왔죠. 만약 그 반대였으면 대한민국 트로트의 별 하나를 잃을 뻔했네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해서 약사 면허를 가지고 있어서 실제로 졸업 후 약국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줍음 많고 원칙주의자라 약국이 금방 문을 닫았다고 하네요. 다행이라고 해야겠죠?

중학교 2학년 때 첫 음반을 적이 있고, 중앙약대 그룹사운드에 참여해 MBC 강변가요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러다 약사활동을 하던 중 1984년 김준규 씨와 함께 메들리 앨범 '쌍쌍파티'를 발매했는데 이게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심으로 대박이 났다고 하네요. 300만 장 팔렸답니다. 우와

이것으로 가요계 데뷔는 확정적이었죠. 데뷔 이후 <신사동 그 사람><짝사랑><잠깐만><추억으로 가는 당신><또 만났네요> 등 주옥같은 곡들을 내놓으며 공중파 3사 가요대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90년 발표한 11집에 실린 곡입니다.

90년대 중반에는 공백기를 보내다 2000년 <러브레터>, 2003년 <정말 좋았네>로 재기에 성공하죠. 올해가 데뷔 40주년의 되는 해입니다. 각종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심사역으로 고정출연하고 있기도 하죠. 최근에는 유튜브 방송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한번 들어가서 볼까 봐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잠깐만>이죠. 무언가 다른 일을 보거나 마음을 가다듬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 내뱉는 말입니다. 이 노래에서는 화자가 왜 잠깐만이라고 말한 것일까요? 그 사연을 쫓아가 보시죠.

'잠깐만 잠깐만/ 그 발길을 다시 돌려요/ 이제는 내가 미워/ 이제는 내가 싫어/ 간다 간다 아주 가'가 첫 가사입니다. 서두에 나오는 잠깐만 X2가 가는 사람을 불러 세우죠. 뭔가 해야 할 말이 남아 있는데 그새를 못 참고 가버린 상황인 듯 보입니다.

그 야속함을 담아 내가 미워서 그러는 거냐 싫어 그러는 거냐라고 묻고 있죠. 이렇게까지 야박하게 굴어야 하는 이유가 뭐 하면서요. 이런 화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대는 개의치 않고 쌀쌀맞게 화자를 떠나고 있죠. 2절에서는 '발길'이 '마음'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만날 때 아름다운 사랑보다는/ 헤어질 때 아름다운 사랑이 되자' 부분입니다. 네. 지금은 헤어짐의 현장입니다. 화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지점이죠. 안 그래도 슬픈데 차근차근 대화라도 나누면서 정을 떼도 될 일을 말도 못 붙이게 도망가듯이 가야 했다며 만날 때처럼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 이어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2절에서는 '헤어질 때'가 '돌아설 때'로 바뀝니다.

'잠깐만 잠깐만/ 그대 나를 이리저리 스쳐가지마/ 불러도 대답은 깜깜' 부분입니다. 그렇게 알아듣게 설명을 했는데도 상대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죠. 그래서 다시 한번 잠깐만 X2로 상대를 불러봅니다. 한 때 연을 맺었던 사람인데, 어찌 지나가는 행인처럼 그냥 지나쳐 가느나며 따져 묻고 있죠. 하지만 이미 상대는 화자의 물음에도 대답할 수 없는 먼발치로 사라진 뒤였죠.

2절에서는 '그대 나를 이리저리 스쳐가지 마'가 '쏟아지는 그 추억을 밟고 가지 마'로 바뀌어 있습니다. 아직도 미련이 남은 화자의 마음을 추억이 쏟아지고 있고 있다고 비유한 듯 보입니다. 그 화자의 마음을 지르밟고 가지 말라는 표현인 거죠. 좀 좋은 가사가 아닐까 싶네요.


음. 오늘은 '만날 때 아름다운 사랑보다는 헤어질 때 아름다운 사랑이 되자'에 대해서 썰을 풀어볼까요? 이게 말이 쉽지 가능할까요? 하하하. 서로가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삶을 살다가 같이 있으면 죽을 같아 헤어짐을 택하는 사랑의 양면성을 극복하고 만날 때나 헤어질 때나 아름다운 사랑이 되자니요. 하하하.

아마도 책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사랑할 자유가 있는 만큼 떠날 자유도 있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눈 씻고 찾아볼래도 없죠. 제 주변에서는 안 보이네요. 얼마나 마음의 품이 넓어야만 이게 가능할는지 저는 가늠조차 되질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이 노래에서 여러분들은 화자의 모습에 가깝나요? 아니면 상대의 모습에 가깝나요? 화자는 정이 넘치는 스타일로 상처를 잘 받은 것 같고, 상대는 아주 매몰차고 냉정한 듯 보이죠. 그런 두 사람이 만나서 한 때 사랑을 했다는 것이 의아할 만큼 말이죠. 그땐 자신에게 없던 상대의 대쪽 같은 성격이 매력적으로 보였겠죠?

어떤 이유로든 갈라서야 한다면 그동안의 시간들을 복귀해 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겁니다. 그 안에서 유독 고통에 민감한 상대, 홀로서기에 익숙지 않은 상대, 늘 자신보다 나를 배려했던 상대의 모습이 발견된다면 우린 마음이 약해져서 때론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이별이라는 단어를 다시 삼켜버리는 일도 일어납니다. 누군가는 이 지점이 너무 우유부단하고 말할 수 있지만 저는 인간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사랑이란 게 참 묘합니다. 사랑하면 상대가 알고 싶어지고 알게 되면 사랑이 식어버리는, 이 과정이 길어야 3년밖에 못 가니까요. 그래서 사랑하는 상대를 바꿔보는 시도를 해 보지만 그 속성은 변함이 없죠. 사랑했던 만큼 이별의 아픔은 배로 다가옵니다. 그걸 깨우치고 나면 잔잔히 사랑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 못지않게 상대가 떠나가야 하는 이유 역시 그토록 공부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으련만. 헤어질 때 아름다운 사랑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서로 헤어지는 이유를 납득하고 보내주는 것일까요? 내 욕망과 바람을 누르고 상대의 앞길을 응원하며 보내 주는 것일까요? 어렵습니다.

누군가를 알아갈 때는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데 반해 누군가가 떠나갈 땐 너무도 그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혹은 떠나는 이유를 가늠조차 할 수 없어서 고구마의 영역이 그 자리를 꽤차죠. 어디서 보니 아름답다에서 '아름'이 '나'라고 하던데요. 각자의 나답게 헤어지도록 합니다. 결국 상대가 아닌 나 자신에게 묻고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트로트는 듣기도 쉽고 부르기도 쉽지만 저한테는 가장 어렵습니다. 몇 줄 안 되는 가사로 해석의 살을 붙이는 작업이 그리 녹록지는 않네요. 제 경험이 혹은 제 인식이 아직 트로트에 담긴 가사나 정서만큼 농익지 않은 까닭일까요? 제 기준에서는 4세대 걸그룹 가사와 같이 매한가지로 적응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도전 의식 같은 것도 생기고요. 아름다운 브런치를 하려면 저 다운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거겠죠? 하하하. 오늘도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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