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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Feb 19. 2024

이태호의 <간대요 글쎄>(feat. 유라)

작사 조동산 원희명 작곡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태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8yaD3Gu1OXc?si=YlU-sq278jG_vIN_


가야 한데요

가야 한데요


이 한잔 커피를

마시고 나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대요


자기밖에 모르도록

모르도록 만들어 놓고


남의 사람 되려고

간대요 글쎄

남의 사람 되려고

간대요 글쎄


싸늘한 커피잔에

이별을 남기고

돌아가야 한대요


- 이태호의 <간대요 글쎄> 가사 중 -




이태호는 1986년 '돌 같은 사나이'라는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어머니 밑에서 외동아들로 자랐습니다. 가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영주에서 서울로 상경해서 낮에는 공장에 다니고 밤에는 음악학원에서 1년 정도 교습을 받았다고 하네요.

당시 작곡가 겸 음반제작자 박춘성 씨에게 발탁돼 활동명을 본명 이정호에서 이태호로 바꾸고 1집을 발표하게 되죠. 하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88년 2집에 나오고 여기에 실린 '미스고'가 대박을 쳤죠. 원래 제목은 '미스고'가 아니라 '미스김'이었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89년에 발매된 <89 이태호 전속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가수들이 커버하는 레전드 곡입니다. 이 앨범에 10곡이 실렸는데, <아버지의 강><임진강> 등 명곡들이 다수 들어있죠. 이 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수 박상철 씨가 부른 <자옥아>도 이태호 씨의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고요. <버팀목>이라는 곡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태호 씨는 2013년 <여유만만>이라는 방송에 나서와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함께 소개된 적이 있고요. 2016년에는 걸그룹 파파야 출신 조은새 씨와 함께 매주 1회 KBS2 <저녁 생생정보>에서 노래강의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뮤지컬 주연으로 활동했다고 나오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간대요 글쎄'입니다. 가면 안 된다는 야속함이 느껴지죠. 어떤 사연이 숨어있길래 화자는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걸까요? 가사를 따라가 보시죠.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면 꼭 들어갈 장면이 커피숍 씬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연인은 커피숍에서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바라고 있습니다. 이별의 순간이고요. 이별통보를 하는 사람과 이별을 부정하는 상대를  연출해야겠죠. 모락모락 올라오던 커피잔의 김이 사라지는 순간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커피숍을 나가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가야 한데요/ 가야 한데요/ 이 한잔 커피를/ 마시고 나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대요'가 첫 가사입니다. 이 연인은 커피를 마신 후와 전으로 관계가 급변하는 사이임을 알 수 있죠. 여기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서로를 몰랐던 남남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자기밖에 모르도록/ 모르도록 만들어 놓고/ 남의 사람 되려고/ 간대요 글쎄/ 남의 사람 되려고/ 간대요 글쎄' 부분입니다. 그 사람에게 완전히 빠져 있는데 떠나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더니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뉘앙스죠. 이 노래에서 보면 같은 가사를 2번씩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화자의 입장에서는 믿기지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 수도 있고 제삼자에게 화자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함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싸늘한 커피잔에/ 이별을 남기고/ 돌아가야 한대요' 부분입니다. 상대가 결혼한 사람이었던 걸까요? 가사만 봐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상황에 딱 어울리긴 합니다. 2절에서는 '텅 빈 커피잔에/ 이별을 남기고/ 글쎄 가야 한데요'가 나옵니다. 비슷한 맥락의 가사죠.

이 노래에서는 커피잔을 눈여겨봐야 하는데요.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을 함축하고 있는 물건이죠. 처음 나온 커피잔은 뜨겁죠. 시간이 흐르면서 온기가 사라지고 싸늘해집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커피잔이 텅텅 비기도 하고요. 마치 두 연인 간의 사랑을 은유하는 것 같죠. 한 때는 뜨거운 커피잔처럼 펄펄 끓는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사랑의 막바지이고 이별의 순간으로 커피잔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상태니까요.

이별통보를 받은 화자입장에서 헤어짐도, 헤어지는 이유도 납득이 안 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누가 봐도 화자가 억울할 것은데요. 그래서 그 억울함과 야속함을 담아 누군가에게 <(그가 그런 이유로) 간대요 글쎄>라고 말하고 있네요. 흑흑흑.


음. 오늘은 '커피에 대한 넋두리'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여러분들은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이나 드시나요? 이 노래처럼 커피와 얽힌 사연이 있으신가요? 전국의 커피숍 수가 편의점 수를 추월해서 10만여 개에 육박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주변을 봐도 한 집 건너 커피숍이 자리한 것을 보면 얼추 그런 것 같네요.

커피의 기원이나 살롱 문화의 변형 등 학술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요. 커피값이 밥값에 준하는 수준인데도 점심시간만 되면 인파가 이어지면서 자리를 찾기 어려운 세태를 꼬집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커피에 녹아져 있는 이런저런 넋두리라고 봐주심 좋겠네요.

저도 한 때 스타** 마니아였습니다. 별 모아서 공짜 커피 한 잔 먹는 것을 그리도 좋아했었죠. 6~7년 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핸드폰, 건강기능식품처럼 고정비성으로 이 비용을 내가 죽을 때까지 써야 한다면 어떨까 하고요. 그래서 현타가 왔죠.

참고로 저는 그런 고정비성 제품이나 서비스에 민감한 편입니다. 핸드폰도 무제한 요금제 같은 거 사용 안 하고요. 건강기능식품은 하나도 안 먹습니다. 그런데 커피는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다가 직접 내려먹기 시작했죠. 사 먹는 커피 대비 1/10 정도 가격이면 가능하더라고요.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는 이 커피 내려먹는 이야기를 '매너리즘'이라는 꼭지에 소재로 활용한 바 있습니다. 내가 사 먹지 않아도 누군가가 사 먹을 커피를 소비하는 것에서 매너리즘이 싹트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그 돌파구로 '불편'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해 보기도 했고요.

저는 커피숍 하면 '오프라인 만남'이 연상됩니다.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테이크 아웃을 해서 커피를 마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 커피를 사이에 두고 누군가와 1시간 안팎의 시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전제되어야 커피숍에 발을 들여놓는 거죠. 커피 자체를 즐기는 분이 아니라면 대부분 비슷할 거라 생각되는데요.

이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커피숍은 우리 인생의 축소판 같아요. 단순한 친목 만남부터 공시족 비롯해서 이 노래처럼 누군가의 이별  혹은 사랑이 이루어지기는 장소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린 단순히 쓰디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쓰디씀을 마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네요.

커피에는 카페인이라는 중독 물질이 들어 있다죠. 평소에 나에게 힘을 불어주었던 커피지만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현상이 생기잖아요. 우리 인생도 계속하던 대로 하면 관성이 생겨서 갑자기 바꾸려 하면 잘 안 됩니다. 이것 역시 인생과 커피가 닮은 점이 아닐까 싶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 서점에 가보면 그 안에 커피숍도 있고 다양한 물건 파는 곳도 생기면서 책 자체를 진열해 놓는 공간은 점점 축소되고 있던데요. 이제 필요한 책은 서점이 아니라 온라인서점에서 사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은 느낌도 받습니다. 책이 전자제품이나 커피숍에 밀리는 그 상황이 어찌나 지금의 세상과 일맥상통하던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서점에 책을 사서 커피숍에 가서 책을 보는 그림까지가 자연스러워 보이는데요. 여러분들도 이런 생각해 보신 적 있을까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D-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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