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Feb 12. 2024

김지애의 <물레야>(feat. 김병민)

작사 금나영 작곡 박춘석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지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8 psuBhGhCA? si=XZfe70 TMN0 XD1-AZ


한밤이 지났느냐 돌아라 물레야

홀로 타는 등불마저 쓸쓸한 밤을

너 아니면 나는 어떻게


하루 이틀 기다린 님이

달이 가도 해가 가도

물레만 도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무심한 님이시여

돌아가는 물레야


- 김지애의 <물레야> 가사 중 -




김지애는 1983년 <목포 부르스>를 리메이크한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짧은 머리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죠. 1986년 오늘 소개해 드릴 <물레야>를 발표하며 일약 스타가 되었죠.

그로부터 3년 후 가수 전영록 씨가 작사/작곡한 <얄미운 사람>이 KBS <가요톱 10>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죠. 그리고 연이어 발표한 1990년 <몰래한 사랑> 역시 많은 사랑을 받으며 2 연타 어택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 노래는 가수 이용 씨가 작곡한 곡입니다. 이때가 그녀의 전성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1991년에는 <미스터 유>, 1992년에는 <남남북녀>가 히트를 쳤습니다만 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었죠. 이후 결혼하고 이혼하는 과정에서 브라운관에서 사라졌죠.  한 인터뷰를 보니 남편이 연예계 활동하는 것을 저어했다고 하네요. 2000년경 다시 복귀해서 현재까지도 간간히 활동을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딸에게는 연예인를 절대 안 시킨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는 가수 생활이 그리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닌 듯한 인상이네요. 전성기가 짧고 강렬했던 탓인지 지금도 후배 후배가수들이 그녀의 노래를 많이 커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물레야>라는 곡이 단연 앞도적인 선택을 받고 죠.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물레야>입니다. 물레를 사람처럼 부르고 있죠. 의인화를 킨 것일까요? 흔히 과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물레방앗간은 사랑을 꽃피우던 장소였죠. 어른들의 눈을 피해 젊은 청춘이 사랑을 나누던 공간으로 자주 보입니다. 물레방앗간이라고 쓰고 사랑방앗간이라고 읽는 장소죠. 그래서 제목 물레야는 떠났거나 만날 수 없는 님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가사가 무지무지하게 짧습니다. 해석을 덧붙이는 게 민망할 정도로 시조를 연상시키죠. 딱 3줄입니다. 이렇게 짧은 곡이었다니. 그리고 2절은 1절을 다시 한번 부릅니다. 원래 후렴구 정도만 다시 부르는 게 일반적인데 가사가 너무 짧은 나머지 1절 반복을 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 저는 애 좀 먹을 예정입니다. 하하하.

'한밤이 지났느냐 돌아라 물레야/ 홀로 타는 등불마저 쓸쓸한 밤을/ 너 아니면 나는 어떻게'게 첫 가사입니다. 화자에게 오늘 밤은 유독 길게 느껴지나 봅니다. 어찌나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웠던지 아무 감정 없이 돌고 있는 물레에게 시간을 묻고 있네요. 홀로 타는 등불에는 자신의 쓸쓸한 마음을 투영해 봅니다. 너란 존재가 부재한 상황에서 어찌할 줄 몰라하고 있죠.

'하루 이틀 기다린 님이/ 달이 가도 해가 가도/ 물레만 도네' 부분입니다. 오늘 밤만이 아니었는데요. 매일매일 물레 앞에서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고 있죠. 하지만 물레는 그런 화자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속도로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윗물을 아래로 떠나보내는 일만 반복합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무심한 님이시여/ 돌아가는 물레야' 부분입니다. 이 노래는 감정도 없는 물레와 화자의 애끓는 마음을 배치시켜 '무심함'이라는 감정을 도출해 냅니다. 화자가 울고불고 울부짖어도 오라는 님은 오지 않고 물레만 하염없이 돌뿐이죠. 오지 않는 님보다 무심한 물레가 더 미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 노래는 물레가 힘차게 물레질을 해서 자신을 소식을 님이 있는 그것으로 전해 달라는 의미로, 혹은 물레가 도는 것이 시간의 변화를 의미하는 만큼 님이 오는 시간이 빨리 다다르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가사는 짧지만 참 생각해 볼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하하하.


자. 오늘은 '사물에 마음을 투영하는 일'이라는 주제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이 노래에서 화자에게 물레란 '무심함'으로 읽힌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만약 물레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이 물레를 보게 된다면 그에게는 물레가 '신기함'일 겁니다. 물레라는 사물은 똑같은데 보는 사람에 따라 이처럼 대하는 것이 다른 것이죠.

사물에는 감정이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독서유감> 브런치에서 '뉴턴의 무정한 세계'라는 책 소개한 거 기억하시나요? 무심함과 무정함은 거의 같은 의미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듯 우리가 사는 세계에 있는 사물이나 현상은 인간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죠.

그런데 말이죠. 우리는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사물을 다르게 바라봅니다. 자신의 기분이 울적할 때 내리는 비라든가 데이트하러 가는 날 유독 맑게 보이는 하늘이 그런 경우죠. 바로 사물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해서 보는 행위죠. 이런 메커니즘은 사물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노래를 듣거나 미술을 볼 때도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거나 영감을 받기도 하는데요. 자신 안의 무언가를 작가가 노래나 미술 등 예술 작품에 선 반영해 놓았고 그것을 마주한 순간 우린 알 수 없는 내적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예술을 제대로 즐긴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결국 사물에 투영되거나 사물에서 반사되어 나에게로 돌아오는 무언가의 주인은 자신의 마음입니다. 마음을 밖으로 꺼내보기도 하고 밖에 있는 유사 마음을 보며 미처 보지 못한 내향에 있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는 것이죠. 유독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면 그와 관련된 마음이 내 안에 있는 것이겠죠.

사물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마음만이 요동치는 것이죠. 답답한 마음이 바다를 부르고, 지루함이 번지점프를 생각나게 하죠. 또는 외로움이 혼자 쭈그리고 있는 강아지로 향하고 그리움이 그와 같이 있었던 장소의 간판을 한없이 바라보게 하는 것이죠. 모두가 사물과 장소에 담긴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어떤 사물에 어떤 장소에 어떤 마음을 그리고 있으신가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휴~~~


PS.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커버해서 누구의 커버 노래를 올릴지 좀 망설였습니다. 여자가수니까 남자가수가 부른 것에 높은 점수를 주었고요. 정통 트로트니까 꺾기에 능수능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위 영상을 선택하게 되었네요. 뭐 사람마다 듣는 귀는 다른 거니깐 아니라고 하셔도 이해합니다. 하하하. 트로트는 참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 한 주에 하나씩 해도 일 년에 52곡 정도니깐 평생 우려먹어도 좋을 아이템 같아요. 다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과제는 늘 남아 있지만요.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이네요. 마무리 잘하시고요.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208)

매거진의 이전글 노사연의 <바램>(feat. 임영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