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은 1990년 정규 1집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했습니다. 우리나라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죠. '발라드의 황제'라는 칭호도 수여받은 바 있고요. 1990년대에 1위를 가장 많이 한 가수라는 진귀한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91년 2집에 실린 타이틀 곡으로 14주 연속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가사 '~꺼야' 부분에서 여중고생들이 나자빠지곤 했죠. 하하하.
대학교 통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노래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하죠. 그러다 작사가 신재각 씨의 눈에 띄면서 김창환 씨를 소개받고 본격적으로 가수에 데뷔하게 됩니다. 1집 140만 장, 2집 160만 장, 3집 170만 장, 4집 140만 장, 5집 247만 장, 6집 130만 장, 7집 100만 장, 8집 84만 장 등 내는 앨범마다 거의 역대급 판매 실적을 거뒀죠. 총 1,700만 장이 판매되며 BTS가 나오기 전까지 1위를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죠.
신승훈은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본인이 앨범 타이틀곡 모두를 작곡하죠. 기타나 피아노 연주가 특기인데요. 어딘가에서 배운 게 아니라 본인이 독학을 한 것이라고 하네요. 거참. 난 놈일세. 그러고도 어려서 피아노학원 갈 돈으로 쿵후 학원 간 것을 후회할 정도로 완벽주의의 전형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인물이죠.
김건모와 많이 비교가 되곤 했는데, 누가 노력 파고 누가 천재 파냐 논쟁이었죠. 본인들에게 물어봤을 때는 너무 겸손하게도 다 노력파라고 답했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천재가 노력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Mnt <더콜>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에일리와 함께 신곡을 선보이기도 했죠. <Fly Away>라는 곡이었습니다. 듣기 좋은 노래죠.
뭐 히트곡을 나열하면 제가 타자 치느냐 손만 아플 정도입니다. 딱 하나의 곡을 꼽으라면 저는 <엽기적인 그녀>에 OST로 삽입된 'I Believe'라는 노래가 떠오르네요. 전성기는 지났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을 계속하실 것 같아서 늘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보이지 않는 사랑이죠. 꽤나 어려운 제목이 아닐까 합니다. 굳이 사랑을 왜 보이지 않게 해야 하는 건지 말이죠.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일까요? 이 노래는 가사를 통해 제목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일 듯싶네요.
노래의 처음이 독일어로 시작하죠. 'Ich liebe dich so wie du mich am A bend und am Morgen'입니다. 베토벤이 만든 가곡의 일부라고 하는데요. 우리말 해석은 '저녁과 아침에 나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하네요. 단박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가사죠.
'사랑해선 안 될 게 너무 많아/ 그래서 더욱 슬퍼지는 것 같아/ 그중에서 가장 슬픈 건/ 날 사랑하지 않는 그대' 부분입니다. 사랑해선 안 될 게 너무 많은 게 아니라 사랑하면 아픈 게 너무 많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가 최악이라고 말하고 있죠.
'내 곁에 있어 달라는 말 하지 않았지/ 하지만 떠날 필요 없잖아/ 보이지 않게 사랑할 거야/ 너무 슬퍼 눈물 보이지만' 부분입니다. 상대에게 뭔가 특별히 바라고 기대한 바도 없는데 떠나버렸다는 가사죠.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겠네요. 이 상황에서 화자는 너무 슬퍼서 눈물이 흐르지만 보이지 않는 사랑을 할 거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의 가사 해석을 좀 더 선명히 하자면 가수의 연애사가 도움이 될 듯한데요. 가수가 되기 전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별 볼일 없는 가수가 된다고 해서 헤어졌다고 하죠. 아마도 그 점을 이렇게 노래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다시 말해서 화자는 아직도 상대를 향한 마음을 거둘 의사가 없는 것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어제는 사랑을 오늘은 이별을/ 미소 짓는 얼굴로 울고 있었지/ 하지만 나 이렇게 슬프게 우는 건/ 내일이면 찾아올 그리움 때문일 거야' 부분입니다. 사랑하다 이별해서 내일부터 찾아올 그리움을 생각하면 슬픈데,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죠.
신승훈 씨의 노래를 보면 이처럼 슬프지만 겉으로는 이를 들어내지 않는 정서가 많이 그려집니다. 슬픈데 얼굴은 웃고 있는 것처럼 극과 극을 배치해서 슬픔의 크기를 확장하려는 장치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냥 슬픈 것보다 웃으면서 슬프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잖아요. 이 노래 가사도 그런 식으로 마무리가 되네요.
음. 오늘은 정신 바짝 차리고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제 일탈한 제가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여주여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면서요. 하하하.
오늘의 주제는 '척하다'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말하죠. 못 본 척, 좋은 척 등등. 유사어로는 '~체'가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보면 슬픈데 안 슬픈 '척' 미소를 짓고 있잖아요. 바로 '척'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값을 뒤로 감추고 거짓값을 보여주고 있죠. 여러분도 이런 '척' 많이 해 보시죠. 뭐 자신과 안 맞는 사람과 있을 때 수많은 척질이 필요하잖아요. 싫어도 좋은 척, 안 친해도 친한 척, 모르겠는데도 아는 척하면서 말이에요.
여기서 이런 걸 한 번 생각해 보죠. 우린 왜 척하는 걸까요? 당연히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감정 따위를 전달하지 않기 위함이겠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척척하면 불쾌할 일은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둘 사이는 순간 껍데기가 되고 말죠. 진정성이 없는 관계가 될 테니까요. 척도 감정 노동의 일환이라고 봐야겠죠?
그럼 상대방이 척하는 것을 우리는 구별해 낼 수 있을까요? 모두가 일정 정도의 척을 하고 산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죠. 여러분들은 오늘 누군가가 나에게 척한 것을 족집게처럼 짚어내실 수 있나요? 아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 해도 아마 모르는 게 더 나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들키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부자인 척했던사람이 푼돈 가지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주변에 들켰다면 한 마디로 모양이 빠질 테니까요. 자주 척해야 하지만 척을 함부로 들키면 안 되는 007 작전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 같죠?
'척'은 실제는 그렇지 않으나 실제가 드러나면 상대가 실망할까 봐 혹은 내가 작아질까 봐 불리해질까 봐 정반대로 하는 말이나 행동일 겁니다. 사실 속아줘도 걱정, 간파당해도 걱정이죠. 진실을 감추기 위함이 '척'인 것이니 속이려는 자는 들키지 않아야 하고 속임을 당하는 자는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불을 켜고 지켜보게 되죠.
슬프면 그냥 눈물 한 바가지 흘리고, 웃기면 배꼽 잡고 웃으면 되는 건데 정반대로 행동하려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그래서 감정 노동인가? 그런데도 우린 많이 합니다. 왜냐고요. 그러면 자신이 더 멋있게 더 사람답게 보일 것 같아서겠죠. 척한다고 해서 누군가를 속일 순 있어도 실제값이 바뀌는 건 아닐 텐데 말이죠.
대인 관계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척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이 생깁니다. 하지만 자기가 원해서 간 자리인데도 척을 하고 있다면 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겠죠. 진실의 은폐는 언젠가 발각될 위험이 있어서 전전긍긍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급적 척하는 자리는 가지도 말고 끼지도 맙시다. 그게 신체와 정신 건강에 좋을 듯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 도전 천곡의 1/4을 넘어섰네요. 250개의 브런치를 달성했죠. 글의 퀄리티를 보장할 순 없으나 브런치 글 수로는 상위권에 포진하고픈 마음은 있습니다. 한 3년쯤 해서 4 자릿수가 된 걸 보면 저 자신에게 무지하게 뿌듯할 것 같습니다.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지는 지켜봐야 알겠죠. 그 사이 저도 '척'하는 자세를 버리고 가급적 진실되게 브런치를 해 나갔으면 하는 것이 내용면에서 목표하는 바입니다. 꾸밈없는 솔직 담백한 글을 쓰자고 또 한 번 다짐을 해 봅니다. 하하하. 그럼 내일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