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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r 19. 2024

전유나의 <너를 사랑하고도>

작사/작곡 김진룡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전유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1 MSSJpiR5 M? si=LcLU94 K0 k0 VlZANr


이젠 더 이상 슬픔은 없어


너의 마음을 이젠 알아


사랑했다는 그 말 난 싫어


마지막까지 웃음을 보여줘


- 전유하의 <너를 사랑하고도> 가사 중 -




너를 사랑할수록

난 더 외로워져

슬픔에 짓눌려

목이 메어 와


어둠으로 뒤덮인 방 안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볼 뿐


처음 느낌

그대로이길 바랐는데

우리가 그리는

사랑의 모습은

너무도 달랐어


너에게 다가갈수록

아픔만 더해졌지


저 산 위의 하늘에

그려진 노을은

언제나 나의 창에 부딪혀

붉은 입술을 검게 멍들게 하지


멀어지는 슬픈 사랑의

초라한 모습을 감추려는 듯


이제 너의 마음 알았으니

그만 슬퍼해야지

사랑했다는 식상한 말은 하지 마

마지막까지 웃음을 지어줘




전유나는 1989년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이때 불렀던 노래가 <사랑이라는 건>이라는 곡이었죠. 기억나시나요? 전유나 씨 전 해에 대상을 탄 인물이 바로 무한궤도입니다. 노래를 얼마나 잘했는지 가늠이 되시죠.

현재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겸임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등에 출강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국방 FM에서 '너를 사랑하기에 전유나입니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노래하는 목소리 못지않게 말하는 목소리도 일품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91년에 선보인 1집 타이틀 곡입니다. 그녀를 대표하는 곡이죠. 1992년 2집에는 <너를 위한 이별>이라는 곡이 있고요. 1995년 발매한 3집 앨범에는 <혼자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3집이 그녀의 마지막 정식 앨범이었습니다. 2012, 2019년, 2021년에는 미니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음악에 손을 놓치 않고 관련 일을 꾸준히 해 온 점은 참 다행스럽습니다. 브라운관에도 얼굴을 간혹 비췄는데요. 불타는 청춘에도 출연하기도 하고, 2019년에는 복면가왕에 나와서 정승환, 태연, 10CM 요즘 가수 노래만 불러서 방청객을 깜놀시켰죠. 아무도 맞췄습니다. 하하하.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너를 사랑하고도'입니다. 뭔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들죠? 너를 사랑했지만 blah blah balh처럼 뒤에 무슨 말을 붙을 것 같잖아요. 말을 하다가 만 것 같은 화장실 갔다 왔는데 찜찜한 뭐 이런 기분이랄까요. 하하하. 이 노래는 그 뒤에 넣을 적절한 표현을 찾는 것이 가사 해석의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싶네요.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고/ 어두운 방구석에 꼬마인형처럼/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만 보네'가 첫 가사입니다. 상대를 사랑했지만 늘 외로웠다고 말합니다. 상대가 화자와 함께 할 시간을 내주지 못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멘다'는 표현이 참 기가 막힌 가사죠. 얼마나 슬프면 목까지 메게 되는 걸까요? 그만큼 화자는 상대를 향할수록 더욱 외로움이라는 수렁에 빠지는 어긋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지난번 '인형의 꿈'에서 '고정된 시선'과 관련한 내용에 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어두운 방구석에서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멍한 눈으로 바라만 본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연상시키죠?

'너를 처음 보았던/ 그 느낌 그대로/ 내 가슴속에 머물길 원했었지만/ 서로 다른 사랑을 꿈꾸었었기에/ 난 너의 마음 가까이 갈 수 없었네' 부분입니다. 상대를 처음 보았을 때 사랑이라는 부픈 꿈을 꾸었을 겁니다. 그 느낌 그대로 지속되기를 원했겠죠. 하지만 조금 상대에게 다가가 보니 서로 그리는 사랑의 모습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죠.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전해지네요.
그다음에는 이 노래에서 해석이 가장 어려운, 최근 들어서 가장 난도 높은 가사가 나옵니다. '저 산 하늘 노을은 항상 나의 창에/ 붉은 입술을 부딪쳐서 검게 멍들고/ 멀어지는 그대와 나의 슬픈 사랑을/ 초라한 모습 감추며 돌아서는데' 부분입니다.

 '저 산 하늘 노을'처럼 명사를 나란히 나열한 것도 특이하고요. '붉은 입술은 부딪쳐서 검게 멍들고'라는 가사가 압권이죠. 저는 이 부분을 붉은 노을이 창에 부딪혀서 검게 멍든다로 이해했습니다. 아름다워야 하는 붉은 노을이 창이라는 장애물에 가로막혀 검게 변하는 모습으로 화자와 상대의 사랑을 은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변한 검정(사랑의 좌절)은 서로가 헤어짐으로 발생하는 초라한 모습을 감추는 데 사용되고 다시 저 먼 하늘로 돌아가 버렸다 정도의 해석이 어떨까 합니다. 여러분들의 해석이 궁금해지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젠 더 이상 슬픔은 없어/ 너의 마음을 이젠 알아/ 사랑했다는 그 말 난 싫어/ 마지막까지 웃음을 보여줘' 부분입니다. 이건 화자가 하는 다짐과 바람일 겁니다. 끝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를 통해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겠다. 그리고 담담히 이별할 수 있도록 나에게 마지막까지 웃음을 선사해 달라고요.


음. 오늘은 '창'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이 노래에서 보면 멍하니 창을 보거나 '노을은 항상 나의 창에'라는 가사도 나오잖아요. '창', 영어로는 Window죠. 오래간만에 어원을 좀 찾아봤습니다. '바람의 눈' 혹은 '눈구멍', '눈 문', '숨 문' 등을 뜻한다고 하네요. 뭔가 지나가야 하는 통로가 연상되네요.

'마음에 창을 낸다'라는 표현에서 보더라도 창은 어떤 닫힌 공간에서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해주는 매개체 혹은 통로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마도 노래의 화자는 창을 통해 저만치 있는 상대방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 창너머 상대방에게 다가서려고 하면 매번 창의 유리에 가로막히게 되는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이 노래 가사에서 '붉은 입술은 부딪혀서 검게 멍들고'가 그런 상황을 은유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몸은 하나의 큰 관 형태입니다. 먹고 싸는 것을 생각하면 단박에 이해가 되실 텐데요. 그것 말고도 눈, 코, 귀 등 다양한 신체 기관이 우리 몸의 창 역할을 하죠. 심지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열심히 운동을 하면 땀샘이 폭발한다고 하는데, 피부에도 일명 숨구멍, 땀구멍이 존재합니다.

'막히면 죽고 뚫려야 한다' 이런 표어는 왠지 변비 광고에서나 들을 법한데요. 하하하. 창은 통로이자 어딘가와의 연결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차단을 목적으로 하기도 하죠. 비바람이 세차게 불면 창을 닫게 되고요. 날씨가 맑으면 햇빛이 들어오게 열어놓고 바람이 불면 바람길 역할을 하게 되죠.

이러한 막힘과 뚫림이 주변 환경에 맞게 이루어진다면 참 좋은데, 그렇지 않을 때가 문제가 되는 것이겠죠. 햇빛이 비추는데 문을 꽁꽁 닫아놓는다던지 비가 오는데 문을 활짝 열어놓는 경우요. 외출했다가 화들짝 놀라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 적 한 두 번쯤 있으시죠?

이 노래의 주인공은 열려 있어야 하는 숨구멍 혹은 사랑 구멍이 닫혀 있어서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멥니다. 막힘과 뚫림만 능수능한해도 우리 삶이 한층 풍요로워질 것 같은데요. 창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인생살이를 하면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열린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조언이나 충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방어막'이나 '지조'의 모습도 그려집니다.

물이 차면 문을 열어 비우고, 물이 고일 땐 문을 닫아 물을 가둬두는 지혜가 필요하겠죠? 그때가 언제인지를 적확히 안다면 인생살이가 좀 쉬워질 텐데요. 늘 인생은 이런 식입니다. 뭐라고 딱 안 가르쳐주는 오묘함 그 자체죠. 여러분의 창은 지금 열려 있나요? 닫혀 있나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제가 아무 말 대잔치를 한 것 같습니다. 월요병이 발병했기도 하고 날씨가 너무 포근해져서 몸이 적응하느냐고 컨디션이 엉망이네요. 하하하. 여러분들은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햇빛 들어온다고 블라인드를 죄다 내려놔서 창으로 들어와야 할 숨구멍이 막힌 것은 아니겠죠? 브런치도 저에게는 하나의 창입니다. 저의 생각을 여러분들에게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니까요. 앞으로도 배수가 잘 되도록 물길 관리, 창 관리 잘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뵈어요. See you. Coming Soon.(NO.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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