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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l 10. 2023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작사 윤하 / 작곡 윤하, JEWNO(손준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윤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sCuCg_-PyWc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가사 중




# 곡 해석


여기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당연히 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남자와의 헤어짐입니다.


이로 인해 생각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 생각을 끊어내기 위해

지금은 행동이 필요한 시간이라 여기죠.


헤어짐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헤어진 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그녀는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조차

그 순간이 지속될 수 없음을 떠올리며

마냥 좋아하기보다 울음을 터뜨렸던 그녀였으니까요.


그 사람으로 인한 설렘과

환대가 없는 세상을 산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아직은 버거운 일입니다.

그라는 별은 이제 그 생명을 다해서 폭발을 한 후

점점 우주 먼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블랙홀이 그 우주 먼지를 다 빨아들이면

서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게 되죠.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속에서 만큼은

그 흔적을 한동안 꺼내볼 수 있을 거라 말합니다.

우린 이걸 추억이라고 부르죠.


그녀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헤어짐은 또 다른 삶의 시작임을 알고 있거든요.

익숙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여전히 자신 없습니다.

하지만 한 때나마 그녀를 사랑해 준 사람이기에

고마움을 남기며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세계인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떠납니다.




벤의 <180도>가 수학을 응용한 노래라면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은 천체물리학을 꺼내드네요. 접근이 참 신선합니다. 발표했을 때만 해도 큰 반향이 없다가 역주행한 곡이죠. 별을 주제로 한 노래는 익히 들어봤지만 빅뱅을 가사에 접목시키다니 천재성이 돋보인다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이 안 되네요.

노래 가사를 살펴보기 전에 제목 먼저 보죠. 사건의 지평선은 빅뱅 연구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빅뱅은 강력한 중력이 한 곳에 모여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드립니다. 별이 수명을 다할 때 폭발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죠. 빅뱅은 동그란 하얀 띠 모양처럼 보이는데 여기에 사건의 지평선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이 용어가 자주 회자가 되는 이유는 그 하얀 띠 밖에 있던 세계가 그 안으로 한 번 발을 내딛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죠

저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을 들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첫 번째는 모든 별은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연인 사이에 죽는다는 것은 이별을 의미하잖아요. 사랑 앞에 '영원히'라는 가사를 많이 쓰는데 그만큼 현실 세계에서는 사랑의 속성이 영원하지 않아서 일 겁니다. 역으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바람을 담고 있는 거죠.

두 번째는 사건의 지평선은 A라는 세계와 B라는 전혀 만날 수 없는 두 세계의 경계선입니다. 이별이란 함께 있던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죠. 한 인간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사는 것, 그것이 헤어짐의 다른 정의입니다.

저는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화자의 태도가 좋게 보입니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애절한 이별도 있지만 왠지 절제된 미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한 사람과의 이별이 또 다른 세계에서의 새로운 시작일 거라는 말하는 것은 성숙한 이별의 자세일 테니까요. 물론 가 보지 않는 길이기에 두려움이 따르지만요.

모든 것들은 변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는 변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죠. 하지만 원자, 분자, 양자 등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는 한 시도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로의 감정 어딘가에서는 부지불식간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죠.

사랑이 변하는 것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변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사랑을 하기 전 상태에서 사랑하는 상태로 변화했듯 사랑하는 상태에서 헤어지는 상태로 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요. 여러분들은 살면서 어떤 것들을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떠나보내셨나요? 자의였나요?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요?


PS> 개인적으로 꼭 다뤄보고 싶은 노래였지만 참 해석이 난해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의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요즘 너무 많이 클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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