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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Feb 25. 2024

베이비복스의 <우연>

작사/자곡 임병옥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베이비복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6 nCyHE_CDag? si=LZNpVrOAU_YLrlxy


다정한 서로의 연인을 보며

너와 난 말없는 질툴 느꼈을 거야


눈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뒤돌아서며

서로의 행복을 비는 우울한 날일 거야


- 베이비복스의 <우연> 가사 중 - 




변해버린 모습

서로 다른 연인

같은 영화관


서로 마주친 우리

모른 척 태연한

시치미를 잡아 때기 바쁘지


감출 수 없는 당혹감

피하고 외면하면서도

만나는 사람의 얼굴은

궁금해했던 거야


건널목 앞에서

다시 마주쳐 버린 우리

급하게 건넌 신호등


길 건너에 날 바라보는 너

버스가 우리 사일 가로지르고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나


2년이나 흘렀고

우린 끝이라 믿었지만

오늘의 우연 앞에

그 시간들 속에서

방황한 흔적만


말없는 질투

눈인사를 고사하고

서로의 행복을 비는 척


운명의 장난으로

우울한 내 마음




베이비복스는 1997년 데뷔한 5인조 여성 걸그룹입니다. 김이지, 이희진, 심은진, 간미연, 윤은혜가 멤버죠. 그룹명은 Baby Voice Of eXpression의 약자입니다. 감미로운 목소리를 표현하는 그룹 정도로 해석이 되네요. 굳이 세대를 따지자면 20C에 데뷔한 1세대로 봐야겠죠. 핑클과 SES에 인기에 밀리는 감이 있지만 10년이라는 활동 기간으로 이를 커버하고 있죠.  

1997년 첫 번째 앨범 <Equalizer Her>를 발표하지만 폭망 합니다. 그 충격으로 초창기 멤버 3명이 이탈하고 간미연, 심은진, 이가이를 영입해 팀을 정비한 후 2집을 발표하죠. <야야야>와 <Change>가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2집 활동 종료 후 이가이가 빠지고 윤은혜가 팀에 합류합니다.

1999년 <Get up>과 <Killer>가 실린 3집 <Come Come Come Baby>가 대성공을 거두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이 이루어지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죠. 하지만 4집과 5집이 그저 그렇게 되면서 반전을 꾀하게 되는데, 오늘 소개할 2002년 스페셜 앨범에도 수록된 곡이죠. 프로듀서 김형석 씨와 결별하고 김창완 씨와 작업이 이루어지죠. 이 노래는 3인조 혼성그룹 '콜라'의 <우울한 우연>을 리메이크한 곡이라고 하네요. 제목까지 바꾼, 제가 찾은 3번째 사례입니다. 하하하.

오래 활동한 걸그룹답게 본의 아니게 여러 가십과 사건으로 시끌벌 쩍 했고요. 걸그룹 최초로 랩 장르를 도입했고 섹시 코드의 원조이며, 일본 중심의 SES에 이어 동남아까지 해외 진출했던 한류 그룹이 이기도 했습니다. 워낙 끼가 많은 멤버들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우연'입니다. 네. 사귀다가 2년이 지나고 나서 서로에게 다른 이성이 생긴 상황. 우연처럼 영화관에서 이 둘은 마주치죠. 이런 경험 겪어보신 분 있을까요? 만약 자신이 이런 상황이라면 아는 척을 한다 아니면 이 노래처럼 모른 척한다 어느 쪽이세요?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심각했지/ 우린 서로가 서로를 모른 척을 해야만 했어/ 변해버린 모습과 (오) 서로 다른 연인과/ 같은 영활 보러 갔다 우린 마주쳤었지'가 첫 가사입니다.

'너와 눈이 마주치던 그 순간/ 나는 태연한 척하려 애를 썼지만/ 당황하는 너의 표정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그만 멈칫하며 당황했던 거야' 부분입니다. 네. 태연한 척해 보려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죠. 멈칫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아마도 가슴속 깊은 곳의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너는 나를 피했었고 나도 너를 외면했었지만/ 니 옆에 있는 연인의 얼굴이 궁금했어/ 나는 뒤를 돌아봤고 너도 나를 보고 있었지/ 우린 서로 말없이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지' 부분입니다. 서로 안 본 척 연기를 했지만 곁눈질로 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과 만나고 있나 궁금해져 그 얼굴을 확인하며 궁금증이 해결하려 하죠.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고 있나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요?

'시간은 벌써 2년이나 지나갔고/ 그땐 우리 얼마나 많은 방황을 했었나/ 영원히 널 못 볼 거라 믿었었는데/

우연은 또 너를 내 곁에 데려다 놓았어' 부분입니다. 2년 전 헤어졌고 서로가 죽었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조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내용이죠.

'다정한 서로의 연인을 보며/ 너와 난 말없는 질툴 느꼈을 거야/ 눈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뒤돌아서며/ 서로의 행복을 비는 우울한 날일 거야'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주제절이야 하이라이트 구간이라는 생각인데요. 헤어진 연인과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마주친 상황. 그냥 지나치기엔 정리되지 않은 감정 속 질투가 들끓고, 상대의 연인과 자신을 저울질하는 심리, 하지만 화자의 곁에도 만나는 사람이 엄연히 자리하고 있어 어찌할 수 없는 몸. 얄궂은 우연 앞에 좌절하며 우울해하는 화자의 모습만이 그려집니다.

이 노래에서 주문 같은 가사가 나오는데요. 찾아보니 스페인어라고 하고요. 해석은 아래와 같습니다. 전혀 가사 내용과는 연결이 안 됩니다. 둘이 마주친 장소가 춤을 추는 장소였으면 좀 연결이 될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은 아쉽네요.

발라 발라 꼬미꼬 라 발라 발라 보니따(Baila baila conmigo, la (chica) baila baila bonita / 춤춰요 나와 함께 춤을 춰요, 그 소녀가 예쁘게 춤을 춰요)/ 발라 발라 무에뻬 라 치카 발라 보니따(Baila baila mueve, la chica baila bonita / 춤춰요 춤을 추며 움직여요, 그 소녀가 예쁘게 춤울 춰요.)


음. 오늘은 '마주침'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세상살이는 나라는 존재와 세상과의 마주침이라고 할 수 있죠.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해도 어제는 해가 쨍쨍했는데 오늘은 비가 오듯이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영역이고 우린 그것에 따라서 일정한 영향을 받곤 하니까요.

잘 알고 계신 니체라는 철학자는 이걸 '객관'과 '주관'으로 다루었던데요. 우리가 보는 세상은 누구나 동일하거나 비슷하지만 그 객관과의 마주침으로 생기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 따위를 뜻하는 주관은 저마다 다르다고 요. 이러한 '객관'은 통제불능이니 '주관'의 영역을 잘 살펴야 좋은 삶이라고 하죠.

전 이 부분에서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은데요. 첫 번째는 무엇과 마주치느냐의 문제, 그리고 두 번째는 일반화의 오류 문제 이렇게요. 먼저 마주침의 대상은 이 노래처럼 우연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고요. 다른 하나는 나의 의지를 발동해서 무언가 마주치는 경우죠.

여기서는 후자가 중요한데,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도 '낯섦'이라는 섹터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는데요. 익숙함과 주로 마주치는 삶과 그 반대편에 있는 낯섦과 마주치는 삶의 모양새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니까요. 우리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대부분 익숙함 쪽을 선택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의 인식의 확장을 도모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낯 섬이라는 단어를 끌어안아야 하죠.

무언가와 마주치는 경우 우리 뇌는 그 정보를 해석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것이 일반화의 오류죠. 자신이 마주한 것이 세상의 전부인 양 착각하지 않는 태도 말이죠. 내가 본 것, 내가 경험한 것으로 그 정보값을 확정하게 되면 곤란하잖아요.

이런 경우도 있구나.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건가 이렇게 의심을 품는 선에서 생각을 유보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죠. 물론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공통분모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어느 정도 서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고 말합니다. 낯 섬의 영역에서 익숙함의 영역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듯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때론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우연'을 '운명적 만남' 따위로 확장해 해석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처지나 상황이, 이 노래에서는 사귀고 있는 사람과의 만족도에 따라 그 해석값은 달라질 수밖에 없죠. 만약 화자가 지금의 상황에 너무 만족하고 있고 헤어진 연인에 대해 미련 한 방울 안 남아 있다면 그 우연이라는 마주침의 사건에서 보이는 태도는 이렇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세상과의 마주침에서 그 소스(Source)와 해석은 각자의 몫입니다. 어떤 소스를 좋아하고 인생이라는 음식에 어떤 소스를 뿌려 먹을 것인지, 색다른 맛과 익숙한 맛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자신이 아는 맛보다 세상에 더 많은 맛이 있다고 여기는지, 사람마다 같은 음식에서 다른 맛을 느끼고 있진 않은지 등등 이런 질문과 의구심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예전에 3세대 걸그룹을 다뤘었는데, 1,2,4세대를 순서 없이 도전해 보고자 관련 매거진을 만들어 봤습니다. 베이비복스가 2세대쯤 되는지 알았는데 1세대여서 깜놀했습니다. 이 노래가 콜라라는 그룹이 1996년 불렀던 것인지도 몰랐고요. 콜라라는 그룹은 나중에 따로 한 번 다뤄야겠어요. 콜라에서는 클론 강원래 씨와 부부의 연을 맺은 김송 씨가 멤버로 있네요. 하하하. 앞으로 <가사실종사건> 걸그룹 2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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