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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r 10. 2024

산들의 <취기를 빌려>

작사/작곡 새봄(Seavom)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산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2 ytH5 mymWY? si=CcLsLPr0 CSItzAWj

취기를 빌려

오늘 너에게 고백할 거야

하루하루 네가 좋다고


괜히 어색할까

혼자 애만 태우다

끝끝내 망설여왔던 순간


알잖아 

나 무뚝뚝하고

말도 없는 걸


서툰 표현이 쑥스러워서 

괜히 쓰다 지울 

문자만 바라보다

멋쩍은 쓴웃음만


- 산들의 <취기를 빌려> 가사 중 - 




습관 

그거 무섭더라고

네가 그랬어


점점 스며든다고 할까

눈 뜨면 시작되고

눈을 감아야 끝이 나지


혹시 이런 맘이

부담스러울까

주저하게 돼

오늘밤도 

후회 일색이야


마주칠 때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어색한 손인사만 나누고

끝내하고픈 말을

꺼내보지도 못했으니까



취기라도 빌려볼까 봐

첫눈에라도 의지해 볼까 봐

진심으로 고백하면 

달라질 수도 있는 거잖아


언제까지 혼자 애만 태우다

망설이기만 하다

놓쳐버리면 

나만 속 쓰린 거지


근데 그러기엔

난 너무 말주변이 없는 듯해


지금도 봐바

문자만 열심히 쓰고 지우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다

못난 내 모습만 

덩그러니 남아 있잖아




산들은 보이그룹 B1A4로 2011년 데뷔했습니다. 현재는 뮤지컬 배우도 겸하고 있죠. 데뷔 전인 2010년 '대한민국 청소년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2009년과 2010년에 대학민국에서 하는 가요제란 가요제는 다 나가서 입상하며 '나 가수 되겠다'를 만방에 알린 느낌입니다. 

산들은 활동명이고 본명은 이정환입니다. 고2 때는 SBS <스타킹>에 '노래 잘하는 친구'로 출연하기도 했고요. 이런 노래 실력을 감안하여 B1A4에도 메인 보컬을 담당하고 있죠. 매년 하나 정도의 뮤지컬을 소화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네요. 영화뮤지컬학과를 졸업한 것도 이런 맥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2~2016년까지 꽤 오랜 기간 동안 KBS2 <불후의 명곡>과 MBC <복면가왕>에 참여해서 한참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다음 웹툰 BEST작 <취향저격 그녀>의 OST 곡으로 2020년 발표되었습니다.  2015년 이민혁 씨의 곡을 리메이크했습니다. 저는 웹툰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달콤한 러브스토리가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하하하. 사를 검색해 보니 산들을 비롯해서, 그레이, 규현, 카 더가든, 몬스타엑스의 셔뉴/민혁 OST 라인업도 만만치 않을 걸 보니 엄청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룹 활동하면서 솔로 활동도 병행하고 있고요. 작년에 군대 다녀와서 다시 리부팅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OST나 뮤지컬 활동이 더 활발해질 듯하네요. 맑은 감성 발라더로 승승장구하길 응원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취기를 빌려'입니다. 딱 봐도 상대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드시죠. 네. 그런 노래입니다. 그 고백 과연 성공했을까요? 웹툰의 이미지를 봤을 때는 그런 것 같던데, 가사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지를 살펴보시죠.

'언제부턴가 불쑥/ 내 습관이 돼버린 너/ 혹시나 이런 맘이/ 어쩌면 부담일까/ 널 주저했어'가 첫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감정이 생겨서 그 감정과 함께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맘을 상대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을까 봐 망설이고 있는 모양새죠.

'언제부턴가 점점/ 내 하루에 스며든 너/ 아침을 깨우는 네 생각에/ 어느샌가 거리엔/ 어둠이 젖어들고' 부분입니다. 이번에 습관에 이어 사랑하는 상대를 생각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는 가사죠. 아침부터 해가 지는 저녁까지 오롯이 상대만을 생각하는 화자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2절에서는 '언제부턴가 가끔/ 너와 마주칠 때마다/ 한참을 머뭇거린/ 어설픈 손 인사만/ 오늘 밤도 후회로 잦아들고' 부분이 나오는데요. 왜 지금까지 고백을 못하고 있었는지가 이해가 되시죠? 화자가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지녔기 때문이랄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제목 '취기를 빌려'로 시작합니다. '취기를 빌려/ 오늘 너에게 고백할 거야/ 하루하루 네가 좋다고/ 괜히 어색할까/ 혼자 애만 태우다/ 끝끝내 망설여왔던 순간/ 알잖아/ 나 무뚝뚝하고 말도 없는 걸/ 서툰 표현이 쑥스러워서/ 괜히 쓰다 지울/ 문자만 바라보다/ 멋쩍은 쓴웃음만' 부분이죠.

저는 이 부분 조금 헷갈렸습니다. 취기라도 빌려 고백한다는 내용인 줄 알았다가 가사를 곱씹어 보니 결국 못했다는 걸로 이해해야 맞지 않나 해서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들리시나요? 혼자 독백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끝 부분 가사가 '멋쩍은 쓴웃음만'이어서 그리 봐야 한다에 한 표 걸겠습니다. 하하하.

마지막 가사는 '첫눈을 빌려/ 오늘은 꼭 고백할 거야/ 작은 너를 품에 안고서/ 눈을 마주하고/ 너무 사랑한다고/ 함께 하고 싶다고' 부분이 나오죠. 내용만 보여 용기를 내 보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고백 전이고 이렇게 하고 싶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네요. 이론. 뭘 자꾸 빌려. 그냥 하지


음. 오늘은 '뭘 하기 전에 자꾸 핑계를 대는 마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이 노래 가사에 보면 그냥 고백하면 되는데, 그 예비 동작으로 술도 필요하고 눈도 필요하고 그러죠. 술은 '용감한 마음'을, 눈은 '로맨틱한 마음'을 각각 뜻하겠죠. 그런 지원군을 등에 업고 고백이 실패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캐릭터를 가진 분에게 고백을 받는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고백을 받아주실 건가요? 참고로 전 안 받습니다. 하하하. 왜 나고요? 누굴 좋아하는 걸 말하는데 이리 여러 가지 핑계가 필요한 사람이라서요. 그냥 좋으면 좋은 거지. 술은 뭐고 눈은 뭐고 너무 복잡한 듯합니다. 

사랑만 그럴까요? 우린 뭘 하기 전에 세상에 모든 핑계를 대는 데 아주 도가 튼 사람들입니다. 정초부터, 뭐가 되면 등등 무언가를 하기 위한 조건들을 수도 없이 나열하곤 하죠. 벌써 3월인데요. 여러분들은 정초에 세운 나름의 계획들 순항 중이신가요? 글쎄요. 저는 전략적으로 계획을 안 세워서 실망할 일도 만들지 않습니다만.

우리가 뭔가를 할 때는 항상 2%씩 부족합니다. 여행을 예로 들어볼까요? 젊어서는 체력이 좋고 시간은 많으나 돈이 넉넉지 않죠. 중년 때는 돈의 여유가 좀 생기고 체력도 그럭저럭 괜찮은데 시간이 없습니다. 노년에는 당연히 체력이 발목을 잡죠. 우린 언제 여행을 해야 할까요? 

이처럼 하지 말아야 하는, 혹은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으면 논거는 의외로 탄탄해집니다. 이 노래의 화자도 왜 지금까지 고백을 못했냐 물으면 쑥스러운데 술이 없어서 로맨틱한 분위기가 필요한데 눈이 안 와서 이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자기 안에 없는 것들이라 어딘가에서 '빌려'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2%가 부족한데 외부에서 그 2%를 채워야만 고백이라는 행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지 않나요?

저도 첫 책을 쓸 때까지 온갖 좋은 세상의 핑계를 무진장 대곤 했죠. 아직 글감이 무르익지 않았다라든가, 팔리는 책을 써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한 세월 보내다가 그냥 앞뒤 안 보고 저질렀습니다. 책 많이 안 팔렸는데 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가 채워지길 기다리다간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거든요. 책을 내고 보니 2%가 아니라 20%로 넘게 부족함이 느껴졌죠. 늦게라도 그걸 알게 돼서 많이 안도를 했습니다.

조건이 무르익을 때를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삶의 태도 중 하나입니다. 생각도 안 하고 뭐든 몸부터 움직이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 조건이라는 것에 한 번 꽂히면 내가 아니라 외부의 어떤 것이 주인 행세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내 의지보다 외부 조건이 훨씬 중요해서 나를 흔들어 버릴 수 있으니까요.

지금도 고백을 망설이는 대상에게 사귀고 있던 대상이 사라지고 난 후의 고백은 성공할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니 2%의 조건 타령에 목매지 맙시다. 제가 경험한 바로도 2%는 자신이 설정한 것이지 객관적인 것도 아니더이다. 하하하. 핑계는 핑계일 뿐. 따라 하지 맙시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의외로 무언가 진심을 전달할 때 '취기'를 동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알코올이 들어가야 서먹서먹해진 관계에 기름칠이 된다나 뭐라나. 술이 용기를 부스팅 해주는 것은 맞지만 술 없이도 해 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항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눈 내리면 고백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100년 만에 눈이 안 오는 이상현상이 발생하면 어떡해요. 하하하. 그러니 외부 조건에 기대지 마시고 홀로 담대히 한 발 한 발 내딛는 방향을 선택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내일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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