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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r 24. 2024

다이내믹 듀오의 <BAAAM>

작사 개코, 최자  작곡 개코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다이내믹 듀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I-XK1 HKOIUI? si=aQ4 F92 J9 jsju1 hzk

그녀는 BAAAM BAAAM BAAAM 같은 여자


근데 왜왜왜 끌리는 걸까


내겐 너무 예뻐서


you're always in my heart


그녀는 BAAAM BAAAM BAAAM 같은 여자


- 다이내믹 듀오의 <BAAAM> 가사 중 -




메아리 없어

맥아리 없어

당기는 중

낚이는 중


묻혀놓고 가냐

얻어먹고 가냐


고민하는

희망의 채찍

난 어둠의 기사


애매한 태도

예매한 티켓

넌 날 들었다 놨다 해


끊겼다가도

술 사달라고

불 붙였다가도

그만하자고


답답해

잡히지 않는 연기처럼

미끄러지는 뱀처럼

잡히지 않는 너


알 수 없는 너의 매력

이 죽을 놈의 호기심

넌 뱀 같은 여자




다이내믹 듀오는 2인조 힙합 듀오로 2004년 데뷔했습니다. 최자와 개코가 멤버죠. 최자는 '최강의 자신감 혹은 최감의 남자'라는 의미고 개코는 사자코에서 변형된 말이라고 합니다. 두 멤버는 중학교 당시부터 절친이었고 고등학교 때 그룹을 결성해서 언더로 활동했다고 하죠.

CB MASS에서 3집까지 내며 3년간 활동했지만 돈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체되고 둘이 결정한 그룹이 바로 '다이내믹 듀오'였습니다. 1집 <Taxi Driver>를 내고 나얼이 피처링한 'Ring my bell'을 타이틀곡으로 했죠. 2005년 2집 <Double Dynamite>에서는 <고백(Go back)>이라는 곡이 실려 있습니다. 2007년 3집에 실린 <동전한 닢 Remix>는 29명의 레퍼가 등장하고 러닝타임이 10분 35초나 됩니다. 하하하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3년 발매된 7집 <LUCKYNUMBERS>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이 노래로 다이내믹 듀오는 결성 14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기록합니다. 작년에 정규 앨범 10집을 내놓았네요. 여기에 이병헌 씨가 내레이션을 했네요. 한 번에 여러 곡을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 아니라 2~3곡씩 나눠서 발표했다가 나중에 하나로 묶는 방식이 좀 특이해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이내믹듀오가 내놓는 노래의 제목을 유심히 관찰하게 됐는데요. 한국어로 나는 소리를 영어로 표현하는 맛이 있더라고요. 이번 노래도 그렇고요. 힙합이 사실 언어유희가 자유로운 분야여서인지 그런 능력이 가사뿐만 아니라 제목에서도 잘 느껴지더라고요. 지난 20년간 힙합이라는 장르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점이 보기 좋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BAAAM'입니다. 우리 말로는 '뱀(snake)'이죠. 총을 발사할 때 혹은 크게 후려칠 때 나는 쿵, 쾅 뭐 이런 종류의 소리를 영어로 'BAM'이라고 하는데, 뜻은 한국어를 채택했고 소리는 영어를 채택해서 전 시원하게 뱀을 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앞에서 말씀드린 다이내믹 듀오만의 네이밍법이 낳은 결실이 아닐까 합니다.

전체적으로 가사는 화자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여자를 '뱀'으로 표현하고 잡으려 해도 자꾸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사랑의 모습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화자는 속이 타는 상황으로 이상한 마력에 끌려 진퇴양난에 빠져 있죠. 오늘은 힙합이라 가사가 긴 나머지 주요 부분 위주로만 해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전에 보낸 문자는 메아리가 없어/ 하루 종일 내 기분은 맥아리가 없어/ 친구들에겐 밀고 당기는 중

사실 니가 던진 떡밥에 완전 낚이는 중'이 첫 가사입니다. 화자가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죠. '뒤집어놓지 내 속과 니 전화/ 어깨 근처에 향수만 묻혀놓고 가냐/ 내가 너의 옹달샘은 아닌데/ 왜 항상 커피 아님 술만 얻어먹고 가냐' 부분입니다. 만나긴 하는데 마음은 주지 않는 상대의 모습이죠. 그러니 화자는 늘 계산은 하지 않고 가버리는 상대의 모습을 나무라고 있죠.

'넌 논란의 캐릭터 뱃걸(bat girl)/ 희망이란 채찍으로 내 맘을 고문해/ 난 어둠의 기사 여기 벨트 매/ 걸쭉하게 취한 널 집에다 모셔주네/ 왠지 넌 사연 있는 여자 같아/ 가벼운 덤벨처럼 들었다 놨다/ 헷갈리게 해 너의 애매한 태도/ 어디야 지금 영화 예매했대도!' 부분입니다. 화자는 늘 헷갈리게 하는 상대를 벳걸이라고 말하고 있죠. 화자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지만 어느 선 이상으로는 관계가 발전하지 않는 모습이랄까요.

2절에는 '연락이 뚝 끊겼다가도/ 늦은 새벽에 불쑥 날 찾아와 술 사달라고/ 콧소리 내면서 내 맘에 불 붙였다가도/ 갑자기 정색하곤 해 오늘은 그만하자고' 부분이 나오는데요. 여자분이 밀땅의 화신인 것으로 보이죠.

'아 답답해 내 맘은 굴뚝같은데/ 너는 연기처럼 날아가는 게/ 마치 손아귀에 잡힐 듯 가까이 왔다가도/ 왜 뱀처럼 미끄럽게 빠져나가는데?' 부분입니다. 저는 이 가사가 이 노래의 주제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상대의 속성을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뱀이라는 동물로 은유하고 있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녀는 BAAAM BAAAM BAAAM 같은 여자/ 근데 왜왜왜 끌리는 걸까/ 내겐 너무 예뻐서/ you're always in my heart/ 그녀는 BAAAM BAAAM BAAAM 같은 여자' 부분입니다. 그런데도 묘한 마력에 끌려 그녀와의 관계를 쉽게 끝내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음. 오늘은 '애매함'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애매라는 단어는 '말이나 태도가 흐리터분하여 분명하지 않다'의 의미입니다. 보통 동의어인 '모호'라는 말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죠.

왜 우리는 애매하게 말하고 애매하게 행동하는 것일까요? 자신의 진심을 말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되거나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에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 발뺌의 여지를 두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애매한 말의 최고봉은 단연 정치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해석의 여지에 따라 이렇게 보면 그런 거 같고 저렇게 보면 아닌 것은 화법을 제시해야 뒤탈이 없어서 일 겁니다.

특히 언어는 그 자체로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어서 애매함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하죠. 적당히, 충분히, 맘껏 등등 말하는 사람에 따라 그 정도는 다 다르게 됩니다. 가끔은 비꼬는 투로 거꾸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싫은 사람한테 저 잘해주는 경우도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언어에 '위계 사회'를 반영하죠. 높임말, 낮춤말이 발달되어 있죠. 미국과 중국은 '나', '너' 다시 말해 위계를 잘 구분하지 않은 수평 사회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 반대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언어사회적 특징이 미래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위계사회의 언어의 특징이 바로 애매모호함입니다. '~듯해요', '~같아요' 등의 꼬리말을 많이 사용하게 되죠. 듣기에 따라서 그것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한 마디로 불분명한 말로 언제든 말을 뒤집을 수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구체성이 결여되면서 각종 오해를 낳기도 하며 인간사를 시끄럽게 하곤 하죠.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자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하는 자가 충돌하게 되는 것이죠. 누가 옳으냐 따지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논쟁은 아닙니다만.

이 노래에서도 상대는 만나기는 하는데 돈은 한 번도 안 내고, 콧소리를 냈다가 갑자기 정색하고, 잡으려 하면 빠져나가고 등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를 판별하는 능력치를 가졌다면 모를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바로 대놓고 질문하는 것이 아닐까요?

상대방의 의도를 모른 채 자신이 그의 말과 태도, 그리고 행동으로 2차 해석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나하나 꼬치꼬치 물어보는 건 좀 그래도 화자처럼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진실이 무엇인지에 다 가기 위해서 상대에게 진지하게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우린 자기 자신이 한 행동을 원인 따위를 다 설명할 순 없죠. 그럴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가급적 오해되는 말이나 오해되는 행동은 자제하며 사는 게 낫겠죠. 여러분들은 삶에서 찾아온 애매모호함을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계속 질문하고 계신가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사랑할 때만큼 말이나 행동 분석기가 작동하는 경우도 없죠. 상대의 말, 표정, 분위기, 행동 등 모든 데이터를 빠짐없이 수집해서 해석하고 이를 자신의 행동에 반영하고 싶어 지니까요.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요. 하지만 상대의 데이터량은 우리의 CPU 용량을 늘 초과하기 마련입니다. 우리 머리는 자신 외의 누군가를 100%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늘 오류 투성입니다. 그러니 모르면 묻고 애매해도 묻는 수밖에요. 상대의 기쁨은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할 때보단 반감되겠지만 그래도 딴 길고 가는 것보단 낫겠죠? 하하하. 그럼 내일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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