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Jul 14. 2023

거미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노래 거미 / 작곡 김도훈(RBW) / 작사 박경진, 황성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거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UpOVUMi1t8


벌써 넌 내가 편하니 웃으며 인사할 만큼

까맣게 나를 잊었니 네 곁에 있는 사람 소개할 만큼

...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모두 다 잊고서

다른 사람 만나는 널 보아도 슬프지 않게

...

눈 감지 말고 보낼 걸 가는 널 꼭 지켜볼 걸

차가운 너의 걸음에 마지막 내 눈물도 묻혀서 보내버릴 걸

...

혹시 네가 다시 돌아올까 봐 나의 곁은 아직 그대로

비워져 있어 너의 자리라서


거미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가사 中 -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고 소개를 받았습니다.

헤어진 나의 마음 따위는 배려도 없이

그 사람은 감정이 쿨하게 정리된 걸까요


지금 이 상황에 마음이 무너지지만

그렇게라도 헤어진 사람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행복해지는 건 왜일까요.

 

그냥 친구로 남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럼 지금의 이런 상황이

이토록 슬프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황을 회피해야 맞는데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만나는 일이 있다면

지금의 그 사람처럼

그때는 모른 척 지나가거나

환하게 웃으며 대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참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헤어짐을 피하지 않고

직면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러니 슬픔을 떠나보내지 못한 채

그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걸 보는 게

이리도 아픈 것이겠죠.


지금도 그 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사람도 나를 향한 마음이

저와 같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헤어졌지만 불편한 마음을

꾹꾹 가슴속에 눌러 담았으면 싶네요


그래서 그 사람을 위해

내가 옆자리를 비워둔 것처럼

제가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그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우연히라도 길거리에서 혹은 특정 장소에서 마주친 적 있으신가요?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동네나 학교 등으로 얽혀 있는 사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죠. 대한민국은 한 다리 걸쳐 다 연결되는 사회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노래 가사처럼 한쪽에서 짝을 대동하고 마주친 경우라면 어떨까요? 헤어진 사람을 잊지 못해 솔로가 되어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 상황이 대략 난감하리라 생각됩니다.

너무 어색할 겁니다. 어쩔 줄 몰라하게 될 겁니다. 지난 일을 쿨하게 잊고 같이 있는 사람을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정상일까 싶기도 합니다. 불편한 기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보지만 마음의 감정선은 요동을 치겠죠. 본인도 쿨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고 친구로 남았다면 훨씬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이 그렇게라도 그 사람을 보는 것을 반깁니다. 그 자리를 한 시라도 빨리 탈출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왜 인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더 있으려고 하죠. 다시 그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된 연유는 헤어짐을 직시하지 않아서입니다.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눈을 감고 그 상황을 외면했거든요. 그러니 헤어질 때 소화해야 하는 감정이 그 사이 소화불량을 일으켜서 지금까지도 아파하고 있죠. 미워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애증이라는 감정이 들끓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 사람도 연기를 하는 거였으면 좋겠습니다. 나처럼 아프지만 안 그런 척, 나에게 돌아오고 싶지만 안 그런 척, 편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안 그런 척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래야만 내가 그 사람이 돌아올 것을 대비해서 자리를 비워둔 것처럼 그도 그런 상황일 테니까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싶은 심정인 거죠.

친구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친구로. 첫 번째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오히려 너무 편한 관계가 연인으로의 발전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는 있긴 있지만 매우 드뭅니다. 싫어도 자주 얼굴을 봐야만 하는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같이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거나 다른 부서로 옮기는 등 갖은 애를 다 쓰잖아요.

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관계는 불가역적입니다.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물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가 하는 커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깨지고 두 번째 만났을 때, 두 번 깨지고 세 번 만났을 때의 관계는 이전과 다릅니다. 하물며 진지한 이별 선언을 한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관계는 A와 B가 같은 마음일 때 지속됩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다른 마음을 먹으면 그 관계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다른 관계로 설정이 되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헤어짐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관계의 재설정입니다. 이별 후 친구가 되는 것도 그중 하나이겠지요?

여러분들은 이별 후에 상대방과 어떤 관계로 남길 원하세요? 저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같은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완전 저 세상으로 넘어가 그 사람의 얼굴을 안 부딪혔으면 하고 안부를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으면 합니다. 친구 관계로 남아 그 사람의 얼굴을 자주 보는 것은 너무 괴로울 듯싶네요. 설사 제가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하더라도요. 하하하


PS> 다음 곡은 명곡제조기 이수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NO.7)

  

매거진의 이전글 HYNN의 <시든 꽃에 물을 주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