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ina는 2008년 데뷔한 미국 출신 가수입니다. 뉴욕에서 태어났고 도미니카와 아르메니아 인의 혼합된 혈통이라고 하는데, 그녀의 까무잡잡한 피부색이 그걸 말해주죠. 그녀는 무려 6개국 언어로 노래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야~. 영어는 기본이고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아랍어, 터키어, 프랑스어 요렇게요.
음악가 집안에서 나고 자라 3살 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았고, 유치원 때는 클래식을 주로 쳤다고 합니다. 뉴욕의 전문 공연 예술학교를 다녔고요. 그런 음악적 재능 덕분인지 13세에 3개의 음반사에서 그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입찰 전쟁에 나섰다고 전해입니다.
그녀의 첫 앨범 <First Love>가 2008년 발매되었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거기에 실린 곡이죠. 이 노래 외에도 여러 곡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그래미상 '최고의 R&B' 부문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상을 받진 못했죠. 이 노래는 그녀의 곡 중에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국내 여가수들에게 특히 커버가 많이 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가수만 해도, 수지, 아이유를 비롯해 최근 태연이 영상이 떠돌고 있죠.
활동 기간에 대비해서 그렇게 많은 곡을 발매하진 않았습니다. 데뷔 앨범을 내고 7년이 지난 2015년 새 싱글 'Love Right Next To You'를 발표했을 정도니까요. 가뭄에 콩 나듯 싱글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재능이 아깝지 않도록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Slow Motion'입니다. 느린 움직임 정도로 해석이 되겠네요. 이 노래에서는 저돌적으로 대시를 하는 남성과 그 속도를 못 따라가는 여성이 그려지죠. 화자인 여성으로 그래서 조금만 천천히 사랑의 길을 걷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사가 참 좋습니다. 한 번 같이 한 줄 한 줄 해석해 보시죠.
'I know that you've been calling me(알고 있어요. 당신이 계속 전화해 왔다는 것)/ And I'm happy that we met(나도 우리의 만남은 즐거웠어요)/Don't think that I'm not interested(내가 관심 없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요)/I'm just playing hard to get(단지 쉬워 보기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가 첫 가사입니다.
남자가 화자에게 계속 전화를 한 상황이죠. 아마도 안 받은 거죠. 화자 역시 그와의 만남이 즐거웠지만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것이 혼란스러웠던 걸까요? 관심은 있지만 쉽게 보이는 것은 싫었다고 말하네요.
'So much about this crazy game they call love(사랑이란 부르는 이 말도 안 되는 게임)/ That I'm trying to understand(나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so could you be my best friend(그러니까 내 좋은 친구가 되어 줄래요)/ Before you call yourself my man(내가 당신을 내 남자로 부르기 전에)' 부분입니다. 아마 상대가 이런 말을 직접 들으면 뒷목 잡고 쓰러지지 않을까 합니다. 연인을 꿈꾸는 상대에게 화자는 좋은 친구를 거쳐 가자고 하니까요. 아마도 화자는 감성보다는 이성이 발달한 사람이 아닌지 싶네요.
2절을 보시죠. 'You seem to know just what you want(당신은 스스로 원하는 걸 잘 아는 것 같아요)/ And I like your confidence(나도 그런 자신감이 좋죠. 그런데)/ Somethings a girl should never rush(여자에게는 절대 서두르면 안 되는 것이 있어요)/ Cause if you do you hurt yourself(서두르면 상처받게 될 테니까요)' 부분입니다. 상대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이렇게 속도를 내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죠. 현실에서 이런 이상 야릇한 말을 하면 상대는 또 한 번 뒷목을 잡게 될 겁니다.
후렴구를 먼저 살펴보시죠. 'I'm too young for tears in the night(눈물로 이 밤을 지새우기에 난 너무 어리고)/ And it's too soon for this to be right(괜찮아지긴에는 너무 이르죠) / Don't wanna mess with your pride(당신의 자존심을 망치고 싶은 게 아니에요)/ The question is not when but why(문제는 언제가 아니라 이유잖아요)' 부분입니다.
저는 이 후렴구에 이 노래의 주제가 담겨 있다고 보는데요. 화자는 상대를 시험에 들게 할 의도로 이러는 게 아니라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때보다는 움직여야 할 이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쉽게 말해서 상대는 F 성향, 화자는 T 성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Why can't I love you in slow motion(당신을 천천히 사랑할 수 없을까요)/ Take my time(서두르지 말고)/ Take away the pressure on my mind(내 마음에 부담감도 떨쳐버리고)/ Really get to know you(당신을 알아가고 싶어요)/ But rewind(다시 되감아서)/ Wanna love you in slow motion (당신을 천천히 사랑하고 싶어요)/ Why can't I(왜 그럴 수 없나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다시 되감어서'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아마도 혼자 너무 빨리 내달려버린 상대에게 자신이 진행하는 속도로 다시 되돌아왔으면 한다는 의미겠죠? 카세트테이프가 생각이 나네요. 하하하
음. 오늘은 '문제는 언제가 아니라 이유잖아요'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몸부터 움직이고 나서 생각한다 아니다. 생각하고 나서 움직인다. 여러분들은 이 중에 어떤 스타일이신가요? 보통 우리가 저돌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는 부류는 전자이고 신중한 타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후자에 해당되겠네요.
저는 후자입니다. 뭔가 머릿속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쉽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타입이죠. 아마도 이 노래속 화자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1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분들도 있죠. 네. 제가 아는 지인 중에도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저랑 안 맞는다 이런 표현을 쓰곤 하죠.
뭐가 정답이냐는 논쟁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요. 이 경우 서로가 성숙한 상태가 아니라면 상대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겠죠? 두 사람의 성향이 이처럼 다른 경우에는 어떤 일을 할 때 속도 차이를 보입니다. 벌써 결론에 도달해 있는 1인과 아주 한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 존재하는 것이죠.
한쪽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꾸물거리지 말고 바로 행동하라고요. 또 다른 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니 뒤치다꺼리는 내가 다 해야 하는 거냐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다른 스트레스를 주며 나의 생각을 바꿔볼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죠. 물론 상황에서 따라 혹은 결론을 디밀면 누가 더 합리적인 방법이었는지는 나중에 밝혀질 겁니다. 하지만 그 결론까지 가는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문제죠.
이 노래에서도 화자와 상대는 사랑의 속도 차이로 갈등합니다. 상대는 이미 이 여자는 내 여자라고 말하는 수준이고 화자는 친구부터 하면 안 될까라고 제안하고 있죠. 보통 사랑을 할 때 남자분들이 이런 적극적인 성향을 보이고 여자분들은 주저하는 경우가 왕왕 있죠. 뭐.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런데 이런 경우 진행 속도는 빨리 가는 쪽이 아니라 늦게 가는 쪽에 맞춰지기 마련입니다. 최대치보다 최저치가 승리한다는 것이죠. 그게 싫으면 사랑을 파투 내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사랑의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사람이라면 상대의 느린 걸음을 배려해 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넌 왜 나를 사랑하지 않으냐고 으름장을 놓게 될 겁니다. 사랑의 속도 차이만큼 사랑을 의심하게 하는 경우도 없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 혹은 내게 맞는 자리를 찾아가야 하는가? 뭐 이런 논쟁하고 비슷한 게 아닐까 싶은 데요. 먼저 진행하다 보면 없던 마음도 능력도 생긴다고 하는 쪽과 평양 감사라도 할 마음을 낸 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 쪽인 거죠. 여러분들은 어느 쪽에 배팅하시렵니까?
이런 속도 차이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기준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행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애끓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랑은 자신에게 맞는 사람, 혹은 자신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맞출 수 있는 배려나 희생을 배우고 나의 부족함을 발견하는 과정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에서는 화자의 '이기심'이 보이기도 하네요. 화자가 말하는 속도는 화자가 원하는 속도이지 상대가 원하는 속도는 아닐 테니까요. 물론 상대가 원하는 속도로 가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 일 못지 않게 지금이라는 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사랑에선 중요한 키워드일 테니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대학 시절에 호주에 연수를 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누군가가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가까운 뉴질랜드 여행을 하자고 제안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의 대답은 '(이런 이런 이유로) 나중에'였지요. 그 나중에라는 말이 세월이 지나서 보니 '영영 못 간다'로 바뀌어 있더군요. 그 이후로 저는 사랑도 그 무엇도 이유보다는 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성향은 T지만 행동이나 마음만큼은 F로 살려고 늘 생각하고 있답니다. 하하하. 이번주가 벚꽃의 절정이겠네요. 주변에 핀 벚꽃 나무를 배경으로 찰칵 사진 한 방 남겨 보아요. 그럼 See you. Coming Soon-(NO.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