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B.E.P, Jeon Goon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청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15 ZZX9 n56 M? si=phs_m0 QB4 aQGfAhP
아쉬워 벌써 12시
어떡해 벌써 12시네
보내주기 싫은걸
알고 있어 how you feel it
- 청하의 <벌써 12시> 가사 중 -
청하는 2016년 데뷔했습니다. 그룹 아이오아이의 멤버였죠. 본명은 김찬미입니다. 유년 시절 미국에서 7년 동안 생활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한국으로 돌아왔고요. 그래서 영어가 꽤나 유창합니다.
JYP 연습생이었습니다. 공채 9기 오디션을 봤고 남다른 춤사위를 보여줬다는 후문입니다. JYP를 나와 NHN엔터테인먼트로 이적을 했고 <프로듀스 101>에 참가해 4등을 하며 그룹 아이오아이로 데뷔합니다. 그룹 활동 시에는 리드 보컬을 맡았고 유닛 활동에서는 메인 댄서로 두각을 드러냅니다.
그룹 활동을 마치고 2017년 솔로 데뷔합니다. 솔로 데뷔 1년 7개월 만에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19년 발표된 곡입니다. 미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차트 TOP6까지 진입했죠.
2020년 첫 정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2023년 모어비전으로 이적했고요. 최근에 다시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팬들이 아이오아이 재결합을 원하고 있습니다. 멤버들과 돈돈히 잘 지내고 있으니 좋은 소식이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자 솔로로 노래와 춤을 매우 잘 소화하는 가수라는 생각입니다. 예전 핑클의 이효리의 2020년대 버전 같은 느낌도 들고요. 화제성도 있어 보이고요. 꾸준히 활동하기보단 확실한 히트곡을 들고 나오는 게 특징입니다. 조만간 그녀의 행보가 눈에 띄길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벌써 12시'입니다. 시간이 빨리 흘렀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고요. 신데렐라를 연상시킬 만큼 12시 종이 울리면 귀가를 해야 하는 것인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하하. 화자에 12시는 어떤 의미일까요?
'Yeah I like it 네가 말을 놓는 것도/ Like it 너의 작은 말투도/ 나쁘지 않은 걸/ Boy you know know know know/ Like the way 말없이 손을 잡고/ Like the way 조금은 놀래도/ 싫지가 않은걸/ You know boy boy boy boy' 부분입니다. 화자가 여자라면 순진한 남자의 손을 덥석 잡은 사황이네요. 남자는 쑥스러운지 매미 같은 목소리를 하고 손을 잡자 화들짝 놀래고 있는 듯한데요. 화자는 그런 모습이 더 좋다고 말합니다.
'물감처럼 파랗던/ 하늘은 벌써 까맣고/ 감정은 더 깊어져 yeah/ I gotta tell you this/ 우리 둘만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 나도 너무 좋아 but it's too late' 부분입니다. 둘은 낮에 만났지만 벌써 저녁이 되었네요. 그 사이 감정이 깊어지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땐 다 그렇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쉬워 벌써 12시/ 어떡해 벌써 12시네/ 보내주기 싫은걸/ 알고 있어 how you feel it' 부분입니다. 12시가 되고 둘은 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화자가 여자고 상대가 남자라고 생각하면 어딘가 어색하죠. 오히려 거꾸로가 더 맞을 듯합니다.
'음악에 맞춰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솔직히 우리 둘 맘이 같은 걸/ Gotta go gotta go 12시/ 같은 생각인 걸 알고 있는데/ 더 이상은 솔직할 수 없는 걸/ Gotta go gotta go 12시' 부분입니다. 서로 통한 것 같네요. 더 이상 감추고 싶은 것도 없을 만큼 상대에게 솔직해졌네요.
'어쩜 우린 닮은 것도 많아/ 취향 취미 먹을 때도 말야/ You're reading my heart/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돼 yeah' 부분입니다. 귀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겠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서로를 일찍 알았다면 더 좋았겠다고 말합니다. 이건 욕심 아닌가요? 지금이라도 만나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별들은 더 빛나고/ 시간은 점점 지나고/ 감성은 더 짙어져 yeah/ I gotta tell you this/ 너에게만 느껴지는 포근한 느낌/ 나도 너무 좋아 but it's too late' 부분입니다. 사랑하기엔 낮보다 밤이 분위기를 내는데 유리하죠. 세상이 어두워지고 내 앞에 한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고 미세한 움직임과 소리도 잘 듣게 되고요.
'구석에 맘 한구석에/ 조그만 끈/ 붙잡고 있는 걸/ Baby don't wanna be alone/ 늦으면 더 늦어지면 어쩌면 다 놓아버릴지 몰라/ I'm really trying to make you see'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주인공의 실제 마음이겠네요. 가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여차하면 집에 안 갈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 말이죠. 하하하.
음. 오늘은 제목에 있는 '벌써'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는 '예상보다 빠르게'라는 부사입니다. 평상시에 많이 쓰시죠? 벌써 다 했다거나 벌써 사 버렸다거나 뭐 이런 식으로요. 이 노래에서는 시간이 화자도 모르게 어느 틈에 흘러 12시가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시간의 신은 크로노스입니다. 누구나 느끼는 객관적 시간을 말하죠. 하루 24시간이 이에 해당됩니다. 반대편에는 카이로스가 있죠. 개인이 느끼는 상대적 시간이죠. 남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도 누구는 벌써라고 인식하는 반면 다른 누구는 아직도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을 말하죠.
우린 무언가에 집중해서 시간 가는 것을 잊거나 너무 재미있는 일에 빠져 있으면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몰입을 잘하는 것이 인생을 사는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여기에 반기를 드는 1인입니다. 예전에 장자 편에 나온 이야기를 전해 드린 바 있는데요. 먹이를 쫓는 어떤 동물은 몰입을 하는데 자신도 다른 동물의 먹잇감을 된 것을 까맣게 잊죠. 몰입이 꼭 좋은 것인가 하는 반전을 선물합니다.
시간 측면에서도 몰입은 다소 부정적입니다. 내가 쓴 시간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체크가 불가능하죠. 열심히 인생을 살아오다 발에 돌이 걸리면 우린 그때서야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요. 그 전의 상황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시간 가는 것을 볼 겨늘이 없었음을 시인하는 행위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다소 심심한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잠깐 동안의 몰입은 괜찮으나 몰입이 너무 자주 오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노래의 화자 역시 상대에게 푹 빠졌죠. 그러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수밖에요. 몰입을 하는 것만큼 몰입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잘해야 인생이 순탄해지죠.
그런 의미에서 벌써 뒤에 붙은 12시는 의미가 있는 시간입니다. 하루가 24시간으로 구성되고 그중 12시간은 오전, 나머지 12시간은 오후라고 부르죠. 화자가 보내고 있는 시간은 오후의 끝자락에서 오전으로 넘어가는 지점입니다. 오전이 다가오면서 오후의 끝자락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죠.
여러분들은 보통 몇 시에 주무시나요? 대략 12시를 전후로 해서 잠에 들지 않나요? 물론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그 보다 일찍, 나이가 적으신 분들은 그 보다 늦게 누울 겁니다. 12시는 하루의 끝입니다. 오후 12시까지 무언가를 정리하지 못한 채 오전은 맞이하는 것은 그림이 딱히 좋진 않죠.
과유불급.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마치 12시를 훌쩍 넘기는 것은 그런 이미지를 연출하죠. 오늘이라는 시간을 잘 마무리해야 내일이라는 시간도 잘 찾아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 늦게 자면 다음날 피곤함을 느끼고 하품을 여러 번 하게 되니까요.
사랑을 할 땐 더 가면 낭떠러지일 줄 알면서도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과 마음이 상대와 하나가 되는 일체유탈을 꿈꾸게 되니까요. 마치 내일은 없는 사람들처럼 지금이 영원할 것처럼 불을 뿜어내죠. 이것도 사랑의 한 장면이긴 한데 매일 그럼 죽습니다. 하하하.
제가 어린 시절에는 냄비 근성이 들끓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였죠. 100일을 사귄다 치면 하루 10분이라도 거의 모든 날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죠. 안 까인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열정도 있었고 의지도 있었고 무모함도 있었습니다. 지금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NO입니다. 아니할 수 있어도 그리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죠.
우리는 하루를 단위로 살아갑니다. 그 하루들이 모여 달이 되고 연이 되고 그러죠. 물론 살다 보면 밤도 새워서 놀기도 하고 잠을 설쳐서 눈 뜨고 있는 시간이 훨씬 많은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가죠. 오늘만 날이 아니라는, 내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일을 미리 당겨서 오늘에 써 버리면, 마치 밤새 술 마시고 다음날 골골하는 것과 같죠. 오늘 자기 주량만 마신 사람은 내일도 같은 양을 마실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사랑하는 감정은 조절은 쉽지 않죠. 오늘 10% 사랑하고 내일 10% 사랑하고 그렇게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 100%를 쓰는 선택은 위험합니다.
사랑하는 자는 반드시 그만큼의 외로움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죠. 보고 싶을 때마다 과거의 저처럼 매일 찾아가며 살 순 없는 노릇일 테니까요. 다시 말해 절제의 미덕이 필요합니다. 그 절제의 힘이 사랑을 좀 더 길고 멀리 가게 해 줍니다. 그래서 이 노래의 12시는 절제의 선으로 읽힙니다.
입에 단 것은 당시에는 좋은데 나중에 보면 가까이하지 말았어야 할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의 절제력을 무참히 무너뜨리기 때문이죠. 우리 인생에서도 12시와 같은 절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12시라는 선을 그어 놓고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제가 요즘 중년이라는 화두를 잡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자신의 나이를 볼 때 벌써라는 부사를 많이 떠올리게 됩니다. 어찌 보면 절제 없이 내키는 대로 살아온 삶에 대한 반성일지도 모르겠네요. 인생을 잘 사는 건 다름 아닌 크로노스에 가까운 시간을 느끼며 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네요. 시간으로 마음이 쫓기는 삶을 집어던지고 시간을 관조하며 살아보아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