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는 1998년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그 해 베스트 신인상'과 '베스트 여성가수' 두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고 스웨덴에선 여가수 상을 수상했죠. 오늘 소개 해 드릴 노래가 데뷔앨범인 1집의 타이틀 곡입니다.
이 노래는 1998년 개봉한 김유진 감독, 박신양/전도연/정진영 주연의 <약속>의 OST로 사용되면서 국내 많은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은 곡입니다. 1993년 발표한 호주 출신의 팝 밴드이자 남성 듀오인 '에어 서플라이'가 발표한 노래를 리메이크한 노래입니다.
그녀는 세네갈 출신의 아버지와 스웨덴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요. 스웨덴 음악학교를 졸업한 후 가수 데뷔 전에 백업 싱어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변변치 않은 수입으로 모델과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부업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무명 생활이 있었기에 그녀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러다가 스웨덴 팝 음계가의 실력자인 프로듀서 데이즈 팝에 눈에 띄면서 마침내 가수 데뷔의 길에 오르게 되는데요. 싱글 앨범을 2개 발매하며 유럽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른 여세를 몰아 정규 앨범 1집을 발표한 것이죠. 이후 <To be Able to Love><Miracle> 등 다양한 곡을 발표했고요. 미국 록 밴드 '브레드'가 원곡인 'Lost Without Your Love'라는 곡을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굿바이'입니다. 이별을 암시하는 인사말이죠. 이 노래는 '헤어지고 싶어 하는 연인의 모습을 보면서 거짓으로 사랑을 유지하고 싶지 않으니 이제 당신을 보내주는 작별인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는 이별 노래'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I can see the pain living in your eyes(당신의 눈에 고인 아픔을 알 수 있어요)/ And I know how hard you try(당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알아요)/ You deserve to have so much more(당신은 더 많은 사랑을 받을 만해요)'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상대의 눈 속에서 슬픔을 넘어 아픔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 그런지도 알고 있죠.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상대에 가슴 아파합니다.
'I can feel your hurt and I sympathize(당신의 상처를 느낄 수 있고 공감해요)/ And I'll never criticize
(난 절대 나무라지 않아요)/ All you ever meant to my life(당신은 내 삶의 모든 것이니까요)' 부분입니다. 상대를 비난할 마음은 없어 보입니다. 삶의 모든 것이었던 상대의 상처를 위로해 줄 수 없는 화자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어서겠죠. 상대를 잃는 건 고통스럽겠지만 그런 자격조건(?)이 화자를 가로막고 있는 듯합니다.
'I don't want to let you down(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I don't want to lead you on(당신을 억지로 끌고 가고 싶지도 않아요)/ I don't want to hold you back(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게)/ From where you might belong(당신을 붙잡고 싶지도 않아요)' 부분입니다. 떠나고 싶어 하는 상대를 보내 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죠?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고 있는 듯합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You would never ask me why(당신은 묻지도 않을 거예요)/ My heart is so disguised(본심을 왜 숨겼는지)/ But I just can't live a lie anymore(하지만 더 이상 거짓으로 살 수 없어요)/ I would rather hurt myself Than to ever make you cry(당신을 흐느끼게 하기보다는 내가 상처를 받는 게 나을 거예요)/ But there's nothing left to say But goodbye, uh~, goodbye~(하지만 이 말 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 안녕이라는 말 밖에는)' 부분입니다.
상대는 화자가 왜 진심을 보여주었는지 묻지도 않을 만큼 속이 깊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 상대의 모습에 더 이상 거짓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끼죠. 동시에 상대가 상처를 받는 것보다는 자신이 그 상처를 대신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별의 인사를 건네죠.
추측건대 화자는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해 오지 않은 것 같군요. 그래서 상대는 그것으로 오랜 기간 힘들어했고요. 그 지난한 기간을 견디다가 그만 두 손 두 발 다 든 상황이 아닐까 싶네요. 화자도 상대를 사랑하지만 마음을 100% 보여 줄 수 없는 상황으로 이별을 선택하는데요.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음. 오늘은 '안녕'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외국어를 보면 만나는 상황과 헤어지는 상황에서 건네는 인사말이 분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안녕만 봐도 그게 하나로 묶여 있죠. 일본어나 영어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인사가 각각 다르죠. 그리고 헤어질 때는 '사요나라'나 '굿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침, 점심, 저녁 가릴 것 없이 '안녕하세요?'라고 안부를 건네죠.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고 하고요.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일까요 아니면 나와 만나든 안 만나든 그 사람이 아무 탈 없이 편안한 상태가 되기를 바라는 휴머니스트적인 표현일까요?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 왕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의 안부를 묻고 답할 때 '안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보릿고개나 외적의 침입이 잦았던 탓에 하루도 평안할 날이 없던, 각박한 조상들의 삶을 대변하는 인사말이라고 보는 쪽도 있습니다. 이건 조금은 슬프죠?
'안녕'이라는 단어는 일제 강점기가 끝난 후에 교과서에 편입되었다고 하네요. 편안할 '안'과 편안할 '영'이지만 영혼 '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반갑습니다'나 '고맙습니다'에서 '반'과 '고마'는 다 하늘과 신과 같이 크게 밝은 존재를 뜻하죠. 일맥상통하는 것 같죠.
결국 우리말의 인사 속에는 '신과 같이 사람을 여긴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보입니다. 신과 같은 사람은 나와 관계를 맺고 안 맺고에 따라 신이 사람이 되거나 사람이 신이 되는 것은 아니죠. 그러니 이별 여부와 관계없이 우린 타인을 만나면 '안녕'이라는 말을 건넨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 노래에서 'Good bye'는 안녕의 의미라기보다는 '잘 있어' 정도에 더 가까울 듯합니다. 서구의 경우에는 아시다시피 사람은 사람이고 신은 신이라고 생각하죠. 일명 이원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죠. 신의 나라와 사람의 나라는 다른 나라이고 사람은 신을 섬겨야 한다는 논리죠.
그에 반해 동양 문화권은 일원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가 강조되는 식이죠. 좀 더 어렵게 표현하면 '손등이 손바닥이고 손바닥이 손등이다'처럼 하나로 뭉뚱그려 바라보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홍익인간 사상이나 동학사상 역시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합니다.
안녕이라는 말 하나에도 담긴 이야기가 참 많죠? 네. 누군가와 헤어진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잊어야 할 쓰레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와 연이 맞지 않은 것이고 그 사람 자체는 하나의 고귀한 신인 것이죠. 이걸 인정하는 인사말이 곧 '안녕'이라고 본다면 좀 과한 해석일까요? 하하하.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행위가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제 본 사람, 하물며 낮에 본 사람을 저녁에 봐도 반갑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시나요? 내가 신으로 대접받길 원한다면 나부터 먼저 상대방을 신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겠죠? 여러분 안녕.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예전에 16대 대통령 후보로 나온 민주노동당 소속 권영길 후보의 인사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였죠. 그분은 이 안녕의 숨은 의미를 알고 계셨던 걸까요? 그랬다면 우린 위대한 지도자를 놓친 것일 수 있겠네요. 하하하. 네 물질적인 풍요로움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넘어설 순 없겠죠. 우리 서로 안녕을 기원합시다. 안녕 안녕 안녕. 오늘도 편안한 노동절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