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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03. 2024

이창섭의 <천상연>

작사/작곡 유해준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창섭'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oaUYK-Xeeb8? si=LhfFbNsK0 o9 xkY9 W

사랑해 널 잊을 순 없을 거야

미안해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을

너의 행복한 모습 나 보기를 원해

부디 새롭게 시작하길 바래


하늘이 우리를 갈라놓지만

눈물로 너를 보내려고 하지만

너를 얼마나 내가 사랑했는 줄 아니

영원히 너를 지켜보며 살 거야


- 이창섭의 <천상연> 가사 중 -




바람도 안 통했어

기도도 말을 듣지 않아


너 없는 가슴으로

힘겹게 살아가


사랑했던

소중했던

지난날이 서러워


내 삶의 전부였던 너

행복했으면 해


사랑해

이별이 막아서도


미안해

너를 지키지 못해서


원해

너의 행복한 모습을


바래

새롭게 시작하길


무심한 하늘

눈물로 보내는 너


널 사랑했던 만큼

영원히 지켜볼게




이창섭은 2012년 비투비 멤버로 데뷔했습니다. 비투비는 전에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비투비에서 서은광 씨와 함께 고음 파트를 담당하고 있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수원가요제에서 김건모의 <서울의 달>로 대상을 수상하며 무려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호원대학교 실용음악학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개인 솔로 활동은 2018년 말에 시작되었고요. 가수 활동을 하면서 뮤지컬 배우도 겸하고 있습니다. 너튜브에서 <전과자>라는 채널을 운영하는데, 본인이 대학의 특정 과를 경험해 보는 설정입니다. 100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을 만큼 인기있는 채널입니다. 저도 몇 번 봤는데 참 재미있더라고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할지를 전달하는 나름 정보성 콘텐츠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올해 2월에 발매한 곡으로 원곡자는 '캔(CAN)'입니다. 한 마디로 리메이크 곡이죠.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웹툰 <선녀외전>의 OST곡이죠. 천상연은 하늘천, 위상, 사모할 연이라는 한자를 써서 '천상에서 맺은 인연이 지상에서도 이어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웹툰에서는 잃어버린 선녀옷을 되찾기 위해 21C 선녀의 튀는 복수, 증오,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그려 있다고 하네요.

초창기 이창섭과 목소리와 지금의 목소리는 다소 변화가 있습니다. 맑은 미성의 고음에서 현재는 나이만큼 표현력이 좋아지면서 호소력이 짙어졌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꾸준하게 가수라는 본업을 소화하면서 너튜브 등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캔이 '천상연'을 발표한 것이 2000년입니다. 캔의 첫 앨범에 수록되어 있죠. 타이틀 곡은 아니었습니다. 7번 트랙에 있는 곡이었는데 이걸 어찌 발굴해 리메이크 했는지가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보니 이번에 이창섭 씨가 부른 게 24년 만이네요.

'아니길 바랐었어/ 꿈이길 기도했지/ 너 없는 가슴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 내게는 너무 힘겨운 걸'이 첫 가사입니다. 누구도 이별을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은 없죠. 수많은 이별의 화살이 있지만 나만은 피해나가길 간절히 바래보죠. 그 화살을 맞는 순간 이제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비우고 혼자의 가슴으로 살아가야 하니까요.

'그렇게 사랑했던/ 너무도 소중했던/ 지난날이 서러워 자꾸 눈물이 흘러/ 내 삶은 너뿐인데' 부분입니다. 일장춘몽이라고 했던가요. 사랑했던 지난날이 꿈처럼 사라져 가고 있죠. 그 과정이 서러워 눈물이 흐릅니다. 한때 자신과 한 몸이었던 사람을 떼어내는 일은 녹록지 않는 일일 테니까요.

이 노래의 하리이라이트는 ' 사랑해 널 잊을 순 없을 거야/ 미안해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을/ 너의 행복한 모습 나 보기를 원해/ 부디 새롭게 시작하길 바라/ 하늘이 우리를 갈라놓지만/ 눈물로 너를 보내려고 하지만/ 너를 얼마나 내가 사랑했는 줄 아니/ 영원히 너를 지켜보며 살 거야' 부분입니다.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었지만 하늘이 다시 서로를 갈려 놓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쉽게 잊힐 리 없겠죠. 사랑했던 감정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감정이 뒤섞입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떠난 상대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어딘가에서 늘 지켜보겠다고요.


음. 오늘은 이 노래의 모티브가 된 '선녀와 나무꾼'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기억나시나요? 최대한 간단히 요약을 해 보면 이렇습니다.

나무꾼이 숲에서 사슴을 도와주자 선녀들이 있는 장소와 날개옷을 숨기면 그의 아내가 된다고 귀띔해 주었죠. 사슴이 말해준 대로 나무꾼은 그녀의 옷을 감춰 선녀를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화에 감춰두었던 날개옷을 꺼내는 바람에 그 옷을 입고 선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게 됩니다. 슬퍼하고 있던 나무꾼에게 사슴이 나타나 그 연못으로 가서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도록 일러주죠.그래서 하늘로 올라가 아내와 아들들과 조우합니다.

땅에 있는 어머니가 걱정되었고 아내가 천마를 내주며 무슨 일이 있어도 땅에 발이 닿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좋아하는 팥죽을 끓여 먹다가 그만 말등에 떨어뜨려 땅바닥에 떨어지고 천마만 하늘로 유유히 떠나죠. 결국 하늘로 못 올라간 나무꾼은 그 자리에서 닭이 되어 목놓아 울었다는 스토리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몇 가지 짚어볼 지점이 있는데요. 우선 날개 옷을 입고 잠시 지상의 세계로 내려온 선녀를 천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 것이 과연 정당한 행위였는지입니다. 선녀가 날개옷을 보자마자 하늘로 간 것으로 봐서는 선녀의 의사에는 반하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다음은 왜 아내가 하늘로 갈 때 어머니를 남기고 아이들만 데려갔을까요? '효'라는 것이 지상계에만 통용되는 가치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천마를 얻어 지상에 내려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마저도 불상사가 생겨 천마만 하늘로 가버리게 되죠. 어찌보면 장가 간 사내가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어머니 편을 들어준 것이 온당한 처사가 아니라는 점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부주의로 넘기기엔 나무꾼은 거듭된 실수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첫째 선녀에게 지상 세계에서 함께 지내고 싶으냐는 자유 의사를 묻지 않았고, 둘째 날개옷을 절대 보여주면 안 된다는 조언을 어겼으며, 셋째 땅에 발이 닿으면 안 된다는 금지선을 넘어버렸죠. 그래서 결론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매일 아침마다 닭이 되어 하늘을 향해 목놓아 울부짖게 된 것이죠.

하늘 세계와 땅의 세계는 분리된 세계입니다. 각각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야 평온해지는 것이죠. 이 이야기에서는 날개옷, 두레박, 천마가 천상계와 지상계를 연결하는 기제가 되죠. 천상계의 선녀를 지상에 묶어두고 지상계에 살아야 하는 사람이 천상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설정은 두 세계가 결코 하나의 세계가 될 수 없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는 '천상연'이라는 제목입니다만 그 인연이 깨지죠. 엄밀히 따지고 보면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라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자신의 행위로 인해 만들어진 인연을 '천상연'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동화나 옛날이야기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나름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흥부와 놀부>이야기가 지금 시대에서 보면 완전히 반대로 읽히는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쓴 사람이야 어떤 목적으로 썼든지 간에 해석은 시대마다 그 쓰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스토리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는 선녀와 나무꾼이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 아니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버전으로 읽히네요. 하하하. 내일부터 오래간만에 3일 연휴가 시작되네요. 다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See you. Coming Soon-(NO.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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