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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07. 2024

마지의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작사/작곡 양정승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마지(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ITxs9 lPrMsU? si=mDkzjROc2 qUB3 Ude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이쯤에서 그만 헤어지자

사랑이 식어버린 걸 다 알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

난 너에게 아무 후회도 없어

스쳐 지나가는 사랑일 뿐야


- 마지의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가사 중 -




한 번 내 안에 들어온 사람을

밀어내는 일이 쉽겠어


그래서 몇 걸음 떨어져

네 뒷모습을 바라봐


손만 잡고 걸어도

좋았던 때가 떠올라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이

브레이크 없는 내 사랑을

예견했는지도 몰라


도대체 왜 돌아온 거야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볼썽사나운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사랑은 식었고

더 만날 필요도 없어졌고

아무 후회도 없어


그 여자에게 가

뭘 망설여

이렇게 단념해 주자나

얼마나 좋아


난 스쳐 지나간

사랑이라 생각할게


최선을 다했어

뜨겁게 사랑했고

가장 행복했거든


그러니

이쯤에서 헤어지자




마지(연)는 싱글앨범 '흔한 여자'로 2011년 데뷔했습니다. 앨범은 발매했지만 좀처럼 인지도는 상승하지 않았죠. 데뷔하고 참 무명생활이 길었다고 나와 있네요. 그러다가 2019년 '창현거리노래방'에 게스트로 참가해 데뷔곡인 '흔한 여자'가 역주행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었죠. 그 덕분에 KBS <열린 음악회> 등 공중파에도 출연하게 되었으니까요.

'창현거리 노래방'은 예전에 제가 즐겨보던 너튜브였습니다. 가수 뺨치는 일반인들이 나와서 거리에 노래방 기계가 가져다 놓고 노래 부르는 형식이었는데요. 최근에는 가수 분들도 종종 출연하시고 그러더라고요. 그냥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되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흔한 여자를 함께 만들었던 양정승 작곡가와 10년 만에 다시 만나 2020년에 내놓은 곡입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버텨오면서도 음악을 놓지 않은 그녀가 보인 야심작이었다고나 할까요. 저는 우연히 너튜브를 보다가 귀에 걸려서 알아보게 된 노래입니다.

그동안 미니 앨범만 내 오다가 2018년 1집을 발매했고 2023년 10월에는 첫 번째 자작곡인 '나는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라는 곡을 선보였네요. 발라드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고 생각되네요. 무명 생활이 길었던 만큼 많은 리스너들이 그녀의 노래에 귀기울리기를 기대해 보면서 앞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노래 제목이 심상치 않습니다.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입니다. 이별을 표현하는 말들이 참 많지만 이 제목도 많이 실생활에서 쓰이죠. 제 추정인데 아마도 누군가의 이별 경험이 반영된 작사가 아닐까 합니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이별의 말을 꺼내 들었을지 한번 쫓아가 보시죠.

'널 밀어내려 할수록/ 더 선명하게 다시 찾아와/ 다 지워버리고 싶은데/ 잘 안돼 그게 잘 안돼'가 첫 가사입니다. 헤어지는 시점이니 마음속에 있는 상대를 밀어내려고 애써보는 거겠죠. 당연히 그 시도는 실패할 공산이 클 테고요. 그런 생각과 감정을 가슴에 담아두기엔 너무 아파서 비워내 보려는 시도라고 이해해야겠네요.

'잠시 먼 걸음에 서서/ 너의 뒷모습을 봐/ 너를 보내면 내가/ 괜찮을 줄 알았어/헤어지고 싶다고 그렇게 날/

울린 후에야 왜 다시 온 거야' 부분입니다.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자 이번에는 물리적 거리를 떨어뜨려 놓아 봅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효과 없음이죠. 그런데 상대는 먼저 헤어지고 말해 놓고 다시 돌아오는 설정이죠. 탐구 대상입니다.

2절에서는 '그땐 참 좋았었잖아/ 손만 잡고 걸어도/ 내 심장 소리가 커서/ 들킬까 봐 겁났어/ 처음 만났던 순간 그때부터/ 난 걱정 했었어 널 많이 사랑할까 봐' 부분이 나옵니다. 첫 만남이 아련한 추억처럼 펼쳐집니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게 될까 봐 걱정할 정도였으니 두 말하면 잔소리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이쯤에서 그만 헤어지자/ 사랑이 식어버린 걸 다 알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 난 너에게 아무 후회도 없어/ 스쳐 지나가는 사랑일 뿐야(이미 내 모든 걸 다 줬으니까)' 부분입니다. 이번엔 화자가 헤어짐 선언을 하죠. 잊지 못하고 있는 상대가 다시 돌아왔으면 기뻐해야 하는데, 이제 치쳤다 우린 끝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게 좀 이상한데요.

후렴구에 보면 '이제 그녀에게 돌아가'라는 가사가 보이거든요. 네. 상대가 딴 눈을 판 것이죠. 그게 잘 안 돼서 돌아왔는지는 몰라도 그걸 계기로 화자는 이미 사랑이 식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을 해 온 흔적도 보이죠. 그러니 아무런 후회도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념하는 게/ 널 위한 마지막 선물인 걸/ 이제 알잖아' 부분에서 보면 고이 헤어져 주는 게 배려라고 말하고 있죠.

여기서 오랜만에 딴지를 좀 걸겠습니다. '나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줘/ 그래도 잊지 말아 줘 내 사랑/ 죽도록 사랑했던 한 사람/ 나 영원히 너를 기억할 거야/ 뜨겁게 사랑했던 시간 안녕/ 가장 행복했던 내 사랑도 안녕' 부분인데요. 아무리 사랑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나를 잊지 말아 달라고 하는 건 전개가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거든요. 그냥 '한 때나마 사랑했던 나의 시간이여 안녕' 정도가 어땠을까 싶네요.


음. 오늘은 '이별을 알리는 말'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죠. 여러분들은 이별을 알리는 말로 어떤 문장이 떠오르시나요? 단도직입적으로 '우리 헤어져' 혹은 '우리 사랑이 식었어', '각자의 길을 가자', '그동안 즐거웠다' 뭐 이런 부류의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노래에서는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라 표현했죠.

제가 이별을 알리는 말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그런 말이 이별임을 상대에게 알리는 역할도 하지만 그동안 상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혹은 앞으로 상대의 앞길이 어떻게 되길 원하는지 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 입니다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는 왠지 '더 나가면 못 볼걸 보게 될걸'이라는 표현이 뒤에 이어질 것 같지 않나요?

지금까지도 충분히 감내했고 이제 더 이상은 참기 어려울 것 같다는 뉘앙스 말이죠.

또 한 가지는 '~하자'라는 말이 '~하는 게 어떨까'라고 말하며 상대의 동조를 구하는 표현이라기보다는 '~해'라는 일종의 통보 같은 어감을 주죠. 한 마디로 너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고 내 의사는 이래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좋은 이별의 단어라고는 생각되진 않네요.

이별 순간에 어떤 말이든 고깝게 들리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마음이 비뚤어져서 좋은 이야기조차 좋게 안 들리는 상황일 테니까요. 그러니까 역으로 한 단어 한 단어 더 신경을 써서 입 밖으로 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자신의 뜻이 정해졌더라도 형식적으로라도 상대의 의사를 묻는 표현법이 어떨까 싶습니다. '내 생각은 이런데, 니 생각은 어때" 정도의 표현 말입니다.  

이별의 말은 어떤 이에게는 인생 전반을 뒤흔들 만큼 큰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그냥 좋은 말이 나올 수 없는 순간에 세계에 있는 나쁜 말을 다 모아서 그놈의 정을 끊어보려고 한 소리지만 어떤 이는 그것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고 꺼내보면 그 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죠.

물론 누군가를 사랑했던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 이제는 남이 되는 다른 사람을 챙겨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참 어렵죠. 마음은 그대로인데 누군가를 말로 설득해서 돌려보낸다는 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테니까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별의 말을 상대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자신에게 한다고 말이죠. 세상에서 가장 덜 상처받는, 가장 잘 이해가 되는 말을 찾아서 해 보려고 시도하지 않을까요? '우리 여기까지만 하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정도의 문장으로 변화되지 않을까요?

적절한 이별의 말을 준비해서 꺼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 같은 거 일 겁니다. 차라리 침묵을 선택해 보는 것도 방법일 듯하고요. 그럼 중간이라도 갈까요? 하하하. 살다 보면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합니다. 모든 헤어짐이 쿨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상대가 있는 헤어짐은 늘 예상밖의 전개로 나아가곤 하죠.

이별의 말이 그 사람과 나누는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하면 끝 페이지의 말에 붙은 의미는 그 이상일 겁니다. 화도 나고 열도 받지만 러브 스토리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만들어 보려고 애써 보는 시도는 어렵지만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자신이 보내왔던 시간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말이죠. 그 시간까지 깡끄리 날려버리는 건 자기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을 테니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많은 분들이 아는 노래를 위주로 <가사실종사건>을 하기로 했습니다만 가끔 꽃 피지 못한 무명가수를 소개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더군요. 너튜브를 조회하다 보니 라이오 방송 <힘든 가수>에 출연한 영상을 보면서 가슴 한편이 짠하더라고요. 힘들고 싶은 가수는 없을 테니까요. 물론 다수의 힘든 가수가 있기에 힘나는 가수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꼭 뜨는 것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말이죠. 긴 연휴가 끝나고 생업으로 잘 돌아오셨나요?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NO.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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