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탁재훈의 <참 다행이야>

작사 이태건 작곡 김건우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탁재훈'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hBm2 xgp5 q4? si=-0 YYvDwfHLT3 eF_1

바보야 왜 울어

어느 하나

잘해주지 못한

내가 가는데


눈감을 세상

그곳에서 어쩌면

널 잊을지도 몰라


웃어 이 바보야

제발 모르겠니

함께 만든 사랑

꼭 여기까지야


지우지 못하고 갈 추억

바래져 가도록 기도할게


- 탁재훈의 <참 다행이다> 가사 중 -




탁재훈은 1995년 데뷔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락발라드였죠. 그러다가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신정환과 함께 컨츄리꼬꼬라는 그룹 활동을 하죠. 아마도 그 시절 그의 가수 활동을 본 적이 없다면 예능인으로 알고 계실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솔로 가수를 하기 전 그는 패션모델을 했습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솔로 1집이 기대만큼 뜨질 못하면서 컨츄리꼬꼬로 재기를 꿈꾸었고 나름 성공했습니다. 소속사 문제로 팀 활동이 중단되었지만 특유의 입담과 순발력에 힘입어 KBS 연예대상까지 수상하게 되죠. 그러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자숙 기간을 갖게 되고 2020년 즈음부터 미우새와 돌싱포맨 등 연예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04년 에스파파라는 활동명으로 발매한 1집이자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커버를 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원래 배우를 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재연배우를 시작으로 <가문의 위기> 등 주연급 배우로 출연해서 흥행도 거두었습니다. 가수, 연기자, 예능인의 삼색 모습 중 좋아하는 캐릭터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성공한 분야는 단연 예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매력이죠. 최근에는 너튜브에 <노빠꾸> 영상이 많이 눈에 띄네요. 게으른 천재의 모습이 데자뷔 되는 그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참 다행이야'입니다. 이 노래는 이별 노래인데요. 이별을 하고도 다행이라고 말하는 화자입니다.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요? 궁금하시죠?

'그만하자 여기서 끝내자/ 그만하자 더 아프기 전에/ 어떠한 변명도 너를 힘들게만 할 뿐야/ 이쯤에서 끝내자 니가 먼저 돌아서' 부분입니다. 화자는 무슨 연유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상대를 끊어내려합니다. 이별 현장에서는 무슨 변명이라도 해서 상대를 붙잡아두려고 하는 촌극이 연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러지 않죠.

'오 그저 넌 날 미워하면 돼/ 이기적인 남자라고 욕해/ 하지만 약속해 내 앞에서 보인 눈물/ 이젠 더 이상 흘리지 않겠다고' 부분입니다. 상대에게 자신이 최악의 남자가 될 테니 욕이라도 하면서 떠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떠난 후에는 더 이상 눈물은 흘리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2절을 볼까요. '미안하다 널 두고 떠나서/ 미안하다 아직 못 잊어서/ 하지만 가끔씩 스쳐가는 바람으로/ 잠시 만지고 이내 돌아설 테니' 부분입니다. 2절은 헤어진 후에 화자가 내뱉는 말인 것 같습니다. 보내긴 했는데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읽힙니다. 이젠 살의 접촉이 이루어질 수 없는 까닭에 바람이라도 동원해서 스치는 정도로 만족을 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전해지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바보야 왜 울어/ 어느 하나/ 잘해주지 못한/ 내가 가는데/ 눈감을 세상/ 그곳에서 어쩌면/ 널 잊을지도 몰라/ 웃어 이 바보야/ 제발 모르겠니/ 함께 만든 사랑/ 꼭 여기까지야/ 지우지 못하고 갈 추억/ 바래져 가도록 기도할게' 부분입니다. 화자는 자신을 나쁜 남자로 이미지화해서 상대에게 이별의 아픔을 감경시켜 주려 노력하죠. 어서 이번 사랑의 끝을 인정하고 상대가 웃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다시는 전하지 못할 마지막 그 한 마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오 사실 난 두려워 널 못 잊을 나보다/ 사랑했던 만큼 아파할 너기에/ 내가 준 아픔까지 모두 안아줄 사람과/ 행복해줘/ 참 다행이야 널 사랑했으니' 부분입니다. 그렇습니다. 화자는 상대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죠. 그래서 자신도 아프지만 이별의 아픔을 느낄 화자가 걱정입니다. 그동안 자신을 살뜰히 챙겼던 사람이기에 이별은 아프지만 이별 전의 사랑은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 시간을 허락해 준 상대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음. 오늘은 '다행'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뜻밖에 일이 잘 되어 운이 좋음'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이 잘못되었으나 목숨만은 부지했을 때 '참 다행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 차악으로 끝난 것에 안도하는 표현이죠.

다행의 한자는 '많을 다'와 '행복할 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많은 행복, 행복이 많다 이렇게 해석이 되는데요. 앞에 불운이 찾아왔다가 전화위복이 되는 상황을 그렇게 적용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리의 행복에는 기준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이전의 상태보다 나은 상황이 되었을 때를 행복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죠. 바닥에 만원이 떨어져 있는 것을 봤습니다. 한 푼이 아쉬운 사람이 그 만원을 손에 쥐는 상황과 삼성그룹의 이재용 회장이 만원을 줍는 극단적인 상황을 떠올려 보죠.

전자는 행복이라 부를 수 있지만 후자는 아닐 겁니다. 아마 줍지 않는다가 더 정답에 가까울 수 있죠. 하하하. 만원이라는 횡재가 부자인 누군가에는 껌값도 안 되는 금액이니 횡재가 아닐 수 있습니다. 행복감을 전혀 주지 못하는 것이죠.

어느 지역에는 비가 퍼붓습니다. 집이 물에 잠겼지만 목숨은 가까스로 부지했습니다. 다른 지역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전자는 다행인 상황이죠. 더 나빠질 수 있었는데 목숨은 건졌으니까요. 다른 지역 사람이 보면 그게 무슨 행복이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린 행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중간 단계에서 기쁜 일이 발생하는 단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간 단계에서 아래로 떨어지면 불행하다고 느끼죠. 그런데 행복이라는 감정은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바닥에 있을수록 행복감을 느낄 확률은 커지는 아이러니가 있죠.

모든 것이 갖춰진 사람들은 오히려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습니다. 매일 근사한 호텔에서 1급 요리사가 해 주는 밥을 먹으면서도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죠.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공짜 티켓이라도 생겨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며칠 전부터 기대만발하겠지만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처지인데도 사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냥 마트 가서 사면 될 일을 손수 무언가를 만드는 식이죠. 만드는 과정에서 성취감이 생깁니다. 행복감의 일종이죠. 게다가 고유성도 자랍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라는 의미부여가 가능하니까요.

불행에서 조금 빠져나온 상태를 왜 행복이 많은 단계라고 표현했는지를 조금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합니다. 불행을 경험하지 않은 자에게 우리가 다행이라는 말을 안 쓰는 것도 그런 이유일 거고요.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행복의 기준점이죠. 지금으로도 충분한데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욕심이 작동하며 행복의 기준점을 높입니다. 그래서 지금을 불행의 단계로 만들어 버리죠. 거꾸로 자신을 더 불행한 단계로 가져가야 행복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일부러 팔다리를 고생시켜야 그 속에서 제대로 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노래에서 화자는 이별을 아파하면서도 이런 좋은 사람을 만나서 그동안 행복했던 것을 다행이라 말합니다. 이별을 하고 나면 자신을 힘들게 한 상대를 욕하거나 미워하기 마련인데 성숙한 이별의 자세라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이별이라는 최악을 겪으면서도 그 사람과 함께 한 지난 시간을 생각하며 차악으로 매도지하는 모습이 꽤 괜찮아 보입니다. 이별을 최악으로 단죄하면 그 속에 있는 자신도 최악이 되는 꼴이니까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늘 짝을 이루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최악과 차악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은 한 사건의 일단락이 되었다는 의미이기에 다행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어떤 일이 좀 안 되었을 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최악 같은 일은 언제나 다행을 달고 온다고 말이죠. 더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 불행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다행이라는 표현을 삶 속에서 자주 음미하면 어떨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녁 시간이 정말 바쁘게 느껴지네요. 가사 일하고 어제 못 다 읽은 책 마저 읽고 운동하고 샤워하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몸은 녹초가 되었고 눈꺼풀이 점점 내려앉습니다. 도망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이 글을 쓰고 있네요. 하하하. 아 참 누워서는 듀오링고로 일본어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오늘 저녁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이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제 삶이 고난의 행군인 걸까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김진표의 <아저씨>(feat. 제이레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