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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n 21. 2024

이정현의 <와>

작사/작곡 최준영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이정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QqRqISX0 k? si=VZvghQ51 khRGx9 mZ

설마 했던 니가 

나를 떠나버렸어


설마 했던 니가 

나를 버렸어


깊었던 정을 

쉽게 잊을 수 없어


늦었어 

이미 난 네 여자야


- 이정현의 <와> 가사 중 -




말도 안 돼

네가 나한테 어떻게

두 눈 찔금 감고

안 본 걸로 할게


헤어지는 것보단

덜 슬픈 걸 택할래

우리 사랑이 잘못되는 거

난 못 보겠어


두 번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남자는 너로 끝내고 싶었는데

눈물과 절망만 남았잖아


설마 했는데 

네가 날 버리고 떠난 거야

이대로 끝낼 순 없어

물귀신 작전이라도 해야 하나


나 독한 여자라고 해도 좋아

널 이대로는 못 보내

사랑했으니 책임져




이정현은 배우이자 가수로 1999년 데뷔했습니다. 1996년 영화 <꽃잎>로 영화계에 입문했고 1999년 1집 음반을 발매하며 가수로서도 이름을 알렸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1집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후속곡으로 나온 <바꿔>도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해 신인 가수상을 휩쓸 정도였으니까요.

이 외에도 <너><미쳐><반> 등 짧은 제목에 강렬한 테크노 사운드가 실린 곡들을 발표하며 리스너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죠. 무대 의상을 비롯해서 무대 매너가 압권이었습니다. 음악만 놓고 보면 가수라기보다는 아티스트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와>에서는 새끼손가락에 마이크를 끼기도 했고요.

연기자로서도 성공했죠. 청룡영화상 신인상과 주연상을 모두 거머쥐었으니까요. 영화 <꽃잎>이 3천대 1의 경쟁력을 뚫고 뽑힌 것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범죄소년><명량><군함도> 등 굵직굵직한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모습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형외과 전문의와 결혼해서 딸을 키우고 있는 모습을 비췄죠. <신상출시 펀스토랑>에서 감추어 두었던 요리 솜씨를 맘껏 뽐내며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0년까지 7개의 정규 앨범을 냈고요. 연기자로는 2022년 <헤어질 결심>에서 정안 역을 소화한 것까지가 검색되네요. 가수로서의 복귀는 힘들겠지만 연기자로서는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와'입니다. 감탄사일까요. 반말일까요. 네 이 노래에서는 떠난 사람에게 자신에게 돌아오라는 명령어로 들리네요. 약간 터프하죠?

'사실이 아니길 믿고 싶었어/ 널 놓치기 싫었어/ 혹시나 우리의 사랑이 잘못돼/ 끝나면 어떡해/ 가슴은 아프지만 모른 척해야 해/ 이별보단 덜 아플 테니까'가 첫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을 핀 모습이라도 본 걸까요. 헤어지기 싫어서 놓치기 싫어서 이별의 원인을 보고도 못 본 척합니다.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 사랑에 금이 가며 아파할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서죠.

2절을 보실까요. '다시는 사랑에 속지 않기를/ 나 간절히 바랬어/ 니가 내 인생에/ 마지막 남자가 돼주길 바랬어/ 하지만 이게 뭐야 눈물뿐이야/ 이제 남은 건 절망뿐이야' 부분이 나옵니다. 1절에서 못 본 척하려 노력했는데도 이별을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동안 사랑에 적지 않게 상처를 받아온 화자는 이 사람을 인생의 마지막 남자로 생각하며 굳게 믿고 있었던 것 같죠. 하지만 결과는 눈물 반 절망 반이었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설마 했던 니가 나를 떠나버렸어/ 설마 했던 니가 나를 버렸어/ 깊었던 정을 쉽게 잊을 수 없어/ 늦었어 이미 난 네 여자야/ 오------- 독한 여자라 하지 마/ 오------- 사랑했으니 책임져' 부분입니다. 그냥 순순히 인정하고 떠날 분위기가 아니죠.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화자입니다. 그리고 부인을 해 보죠. 이미 너무 깊게 들어와서 나갈 수가 없다는 논리를 펼칩니다. 본인을 독한 여자 프레임으로 가두지 말고 상대에게 사랑했으니 책임지라고 전가를 하고 있죠. 

랩 부분을 볼까요. '날 봐 잘 봐 내 사랑을 다시 봐/ 와와 봐봐 이번이 마지막/ 뭣하러 뭣하러 떠나 날/ 뭣하러 뭣하러 버려/ 이제 잔소리 말고/ 내게로 다시 와줘 와 줘' 부분입니다. 돌아서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봐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버리는 게 말이 되냐면서요. 입 닥치고 다시 오라 명령합니다. 여러분은 상대방이 이렇게 말하면 돌아가실래요?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에 '잔소리'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매일매일이 도전이네요. 하하하. 아이유의 <잔소리>라는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여러분들은 학창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잔소리를 많이 들으셨나요? 현재 자신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신가요?

잔소리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는다' 혹은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한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말하는 잔소리는 후자입니다. 잔소리는 관심의 표현이죠. 보내는 사람은 관심인데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잔소리가 되는 격입니다. 

제 경험담을 하나 말씀드려 보죠. 제가 좀 애늙은이 같은 게 있습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감 놔라 배 놔라 참견을 좀 했더랬죠. 당시 연예를 한 번도 안 해 본 제가 연예하는 친구에게 조언이랍시고 한 말을 생각하면 지금은 낯이 뜨거워질 정도네요. 하하하.

대학교에 와서도 그 버릇을 못 버리고 친구를 위한다는 마음에 이러쿵 저러쿵 입을 놀렸습니다. 그런데 하나둘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머리가 다들 커졌는지 제 말이 더 이상 안 먹히지 뭐예요. 화김에 묵언 수행에 들어갔습니다. 난 친구를 위해 입 아프도록 떠드는 건데 반응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한동안은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하지 않고 살았죠.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가 집에서 나갈 때마다 다 큰 자녀에게 '차 조심해라'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염려가 담긴 잔소리죠. 그래서 우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어머니의 잔소리에 대응하는 스킬을 장착하게 되었죠. 

그런데 주변 지인이 최근에 차 사고를 당했다고 칩시다. 매일 듣던 그 말이 좀 새롭게 들리지 않을까요? 그 당시에는 그 말의 중요성을 잘 못 느끼다가 그 말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상황을 겪어보거나 근거리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지겹도록 지겨웠던 잔소리가 따뜻한 조언 따위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잔소리가 무용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린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잔소리를 듣는 누군가가 바뀌길 원하는 아니면 잔소리를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기 때문이 아닐까요. 잔소리를 주고받는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하는 사람 입장도 받는 사람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욕심으로 인해 속에 담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어느새 묻혀 버리곤 하죠. 그래서 잔소리를 하면 그만하라고 응수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그 말이 현실이 되면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죠.

저도 한 때 잔소리 무용론에 빠져 철이 없게 묵언 수행을 했습니다만 잔소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하는 것까지가 자유이고, 잔소리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뜻을 따르거나 안 따르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잔소리를 해 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죠. 

뒤늦게 잔소리의 효용성을 발견하고 나서 잔소리를 해 준 사람이 진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입에 바른 소리 귀에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이 진짜인 줄 알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잔소리하는 누군가가 끝까지 자신의 곁을 지켜줄 사람일 수도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잔소리를 한다고 너무 나무라지 맙시다. 그 관심과 사랑만큼은 순수한 마음을 받읍시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잔소리를 많이 하면 꼰대처럼 보이곤 하죠. 근데 전 일부러라도 좀 하는 편입니다. 당장은 꼰대로 비출지 몰라도 나중에 혹시라도 그걸 경험하면 '그때 그 사람이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거였구나'라고 알 수도 있잖아요.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잔소리하는 사람 하나쯤 있어도 삶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가끔은 구수한 어머니의 잔소리가 그리워지기도 하고요. 여러분들은 잔소리 잘하시는 편인가요? 잘 듣는 편인가요? 하하하. 오늘은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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