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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n 19. 2024

화사의 <멍청이>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화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w_dqBFYm8 c? si=sO7 TQP_MkTyQbkFz

너는 멍청이

twit twit twit twit

I don't like it

Nobody likes it


가녀린 심청이

twit twit twit twit

I don't like it

Nobody likes it


- 화사의 <멍청이> 가사 중 -



 

멍청이야

세상에 여자 많잖아

왜 굳이 왜 날 골라

심봉사라도 살릴 셈이야


니 몸부터 돌 봐

아픈 줄도 모르면서

누굴 사랑한다고 나서


줄수록 종아야 하는데

너만 불행해지잖아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한 만큼

외로움도 니 몫이야

적당히 해


아니다

내가 멍청이다

다 나 때문이잖아

내가 널 선택하면

간단히 끝날 문젠데


근데 나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

같은 게 있거덩

그니까 빨리 포기해


이상하게
주지 않고 받기만 하는데도

영 기분이 그러네


너나 나나

길을 잃은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화사는 마마무의 멤버로 2014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안혜진입니다. 멤버인 휘인 씨와 중학교와 고등학교 동창 사이라고 하네요. 마마무의 프로듀서인 김도훈 씨는 이 두 사람을 먼저 확정하고 나머지 멤버를 합류시켰다고 합니다. 화사는 팀에서 보컬과 랩을 맡고 있습니다.

화사는 연습생 시절부터 다른 가수들의 피처링에 참여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도 좋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요. 마마무 데뷔 앨범에 실린 솔로곡 '내 맘이야'를 비롯해서 'Frekin Shoe', '덤덤해지네'도 작사작곡에 참여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도 화사가 직접 작곡과 작사에 참여한 곡입니다. 그녀의 솔로 데뷔곡이기도 하죠.

우리에겐 가수 활동 말고도 연애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서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언니들과 함께 <댄스 가수 유랑단>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했고요. 워낙 파격적인 의상과 안무로 보는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노래만큼이나 안무 솜씨도 일품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허리를 가장 잘 다루는 연예인 1등으로 꼽고 싶습니다. 하하하.

그녀를 알아보다 보니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마이웨이' 성향입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워낙 대표의 말을 안 들어서 잘릴 뻔하기도 했고 그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한 통의 편지를 쓴 것이 마마무의 데뷔앨범에 실린 솔로곡 '내 맘이야'라고 하네요. 연예인은 이런 곤조가 좀 있어야 한다는데 한표 투척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멍청이'입니다. 바보라는 뜻이죠. 이 노래에선 화자 자신만을 온리원하는 상대를 지칭합니다. 사랑을 하면 어느 정도는 다 멍청이가 되죠. 하나 주면 하나 받고 같은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게 되니까요. 이 노래에서는 어느 정도 멍청이인지를 파악하면 좋을 듯요.

'너는 멍청이/ 나밖에 모르는 사나이/ 가녀린 심청이/ 한 번씩 주위를 둘러봐/ 너는 아파도 모르고 있잖아'가 첫 가사입니다. 근데 여기선 '가녀린 심청이'가 더 눈에 들어오는데요. 심청이는 여자인데 왜 사나이를 말하다가 그쪽으로 넘어갔을까요? 자신을 돌보지 않고 부모에 대한 한결같은 효도의 마음을 은유한 것일까요?

'주는 게 많아/ 근데 왜 너만 불행해질까/ 나를 위해서만 숨을 쉬니까/ 너무 외로워 보여' 부분입니다. 화자가 상대를 걱정해 주고 있죠. 화자에게 퍼주기만 하고 사랑을 리턴 받지 못하는 모습이죠. 이 정도 되면 무언가를 받는 화자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네요.  

이 부분의 가사는 '주는 게 없지/ 근데 왜 나도 불행해질까/ 나를 위해서만 숨을 쉬지 마/ 너무 외로워 보여/ 너는 멍청이' 부분과 같이 봐야 합니다. 주기만 하는 사람도 받기만 하는 사람도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모습이죠. 둘 다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갇혀 있고요.

급기야는 '내가 멍청이/ 너를 병들게 한 싸가지/ 악마의 속삭임/ 욕심이 널 밀어내니까/ 내가 늦더라도 기다리지 마' 부분이 나오는데요. 상대가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화자를 통해 자신 역시도 멍청이였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 같죠. 그런데 상대보다는 괜찮을 것 같은 사람에 대한 기대를 놓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끝내 상대의 손길을 잡지 않으려 하죠.

그래서 마지막 가사가 'twit twit twit twit 우린 길을 잃었어/ twit twit twit twit 나 밖에 모르는 너는 멍청이'로 끝납니다. 사랑은 두 사람의 합이 맞아야 하는데 각자가 다른 방향을 보며 걸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다 보니 길을 잃었고요. 누가 더 멍청한 걸까요? 사랑 안 하는데 계속 대시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계속 대시하는 남자를 보며 안타깝다고 생각하며 언젠간 올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일까요?


자. 오늘은 '심청이'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심청전은 춘향전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고대 소설이죠. 먼저 줄거리를 간단 요약해 보죠. 가난한 봉사인 심학규의 딸로 태어난 심청이.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눈먼 아버지의 보살핌으로 자란 후 아버지를 지성으로 모시고 삽니다. 공양미 300석을 부처님께 바치면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제의의 제물로 자기 몸을 팔아 인당수에 풍덩, 용왕님이 그 뜻이 갸륵하야 연꽃에 태워 다시 보내주고 이를 뱃사람들이 보고 임금님께 내리고 갔죠. 심청은 왕과 혼인하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맹인을 대상으로 한 잔치를 열어 아버지를 찾는데 성공. 심청을 만나 깜짝 놀란 아버지가 눈을 뜨게 되죠.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요렇게 됩니다. 하하하.

자. 안티 들어갑니다. 도대체 딸내미 하고 공양미 300석을 바꾸는 게 말이 됩니까? 그전에 아버지 눈을 뜨게 한다고 기꺼이 물에 빠지겠다고 말하는 심청이는 제정신입니까? 쿄쿄쿄. 아무리 효가 중요한 사회라고는 하나 부모의 눈을 뜨게 하겠다고 자신의 몸과 체인지하는 발상이 유교적인지는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네요.

그리고 또 하나 이 소설은 불교에 한 잘못된 생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공양미 300석을 받으면 아버지 눈을 뜨게 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그런 거래를 하는 존재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을 믿고 그랬다면 귀가 얇거나 세상 이치에 너무 어두운 것이 아닐는지요.

마지막으로 말입니다. 물에 빠졌는데 아버지는 눈을 바로 뜬 게 아니죠. 딸내미가 안 찾고 그냥 왕과 살았으면 어찌 됐을까요? 부처님은 이렇게 전개될 것을 알고 바로 눈을 뜨게 해주지 않았을 거잖아요.

아주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곤란에 처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부잣집에 시집간 한 여성이라고 생각해 보죠. 뭐 이런 건 드라마에도 공식처럼 나오는 장면이니까요. 그런데 이 소설은 일면으로는 그 시대의 무기력한 양반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 심학규는 과부인 뺑덕어멈과 함께 지내죠. 당시 과부는 재가를 금하고 있었답니다. 나중에 맹인 잔치하러 가는 동안 뺑덕어멈은 냅다 도망치는 설정이고요.

가족을 위해 희생한 심청이에게 아버지 심학규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죠. 딸이 죽었는데 뺑덕어멈과 염분이 난 것도 모자라 나라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하다니요. 딸을 잃은 슬픔에 곡기를 끊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말이죠. 역으로 심청이는 그런 정도의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걸어다는 이야기 밖에는 안 되는 거죠.

이야기를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고대 소설이란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 것도 잘 압니다. 필연성보다는 개연성에 의존하는 느슨한 전개가 어린이들에겐 꿈과 희망을 주기도 하죠. 어른이 되면 저처럼 돌변하기도 하지만요. 저도 어릴 때는 안 그랬습니다. 하하하.

저는 심청이 이야기에서 효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그 관점에서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오점은 부모에 대한 공경을 바탕으로 한 '효'의 행위를 그리면서 그 반대인 부모가 자녀를 사랑으로 이끌어야 하는 '지독(어미소가 송아지를 햟는 사랑)'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효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원웨이(one-way)는 그 자체로 한계를 노출시키니까요. 지금까지 심청전에 대한 저만의 해석이었습니다. 재밌으셨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날씨가 더워져서 점점 기력이 달리는 것을 느낍니다. 점점 글에 대한 집중도가 낮아질 전망이니 대책을 마련해 봐야겠어요. 일단 자는 시간을 좀 더 늘려줘야 할까 봐요. 물 섭취는 늘리고 있습니다. 운동은 해 떨어진 다음에 하고 있고요. 또 뭘 해야 하더라. 하하하. 개인적으로 여름보단 겨울이 글쓰기에 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더위에 싸우느냐 정신이 혼미해질 걸 생각하면요. 글과 함께 여름을 이겨낼 각자의 방법을 고안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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