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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n 11. 2024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

작사/작곡 김종환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종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cIfQUPKihpY? si=zrH0 XCOI5 ziMSzaw

알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미래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하지만


니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

니가 있어 

나는 살 수 있는 거야


-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 가사 중 - 




다시 만날 걸 믿어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보고 싶어도 참는 거야


반드시 돌아갈 거야

오래 걸리지 않아

너무 슬퍼하지 마


조금 늦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너에겐 미안하지만

남자란 원래 그런 거야


정말 미안해

지금 아파한 거

나중에 두 배로 갚아줄게

다 우리 미래를 위한 거잖아


너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어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건데


너의 사진을 보며

다시 만날 날을 그려봐

그땐 정말 널 놓치지 않을게


앞으로 지금보다 힘든 일이

날 기다리고 있는지 몰라

그게 두렵기도 하지만


니가 있다면 

난 이겨낼 수 있어

난 살아갈 수 있어


기다릴 수 있겠니




김종환은 1985년 데뷔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언더 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다가 1985년 옴니버스 앨범에 참여하며 가요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쉴 곳 없는 나>라는 곡이었는데 흥행은 참패했습니다. 1990년 1집을 발매했지만 발칙한 가사로 방송금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음반회사 부도가 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원래 전직은 초등 교사였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의 존재를 알린 곡이죠. 1996년에 발매한 2집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TV 드라마 <첫사랑>의 OST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곡이죠. <첫사랑>은 이승연, 최수종, 배용준 등 거물급 스타가 출연하며 평균 시청률 35.1%, 마지막 회는 무려 65.8%를 찍은 어마무시한 드라마였습니다. 그 덕에 2집 앨범은 70만 장이나 팔렸다고 하네요. 와우~~

그 여새를 몰아 발매한 1997년 3집은 이것을 뛰어넘어 110만 장이 팔렸는데요. <사랑을 위하여>라는 노래가 담겨 있죠. 당시 최고 아이돌 HOT와 김건모, 신승훈 씨 등을 모두 재치고 1998년 골든 디스크 대상을 받게 됩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성인 가요로 대상을 받는다는 게요. 

김종환 씨의 놀라운 점은 자신의 곡으로도 누적 300만 장에 이르는 앨범을 판매했지만 민해경 씨의 <미니스 커를>를 비롯해서 김수희 씨의 <아모르>, 그리고 제가 소개한 적 있었던 노사연 씨의 <바램> 등을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JYP가 생각나네요. 팔방미인이라는 말 밖에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존재의 이유'입니다. 제목부터가 의미 심장하죠. 철학 개론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쉽게 말하자면 사랑하는 상대가 화자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곡입니다. 단순히 사랑해라는 말보다는 굉장히 무겁고 깊이가 더해진 표현이 아닐까 싶네요. 

'언젠가는 너와 함께하겠지/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니가 보고 싶어도/ 참고 있을 뿐이지/ 언젠간 다시 만날 테니까'가 첫 가사입니다. 저는 이 가사 부분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진 상황이 연상되긴 하는데, 이산가족이 떠오르는 건 왜 일까요? 만나게 되는 일이 기정사실이 아니라 희망인 것 같아서 일까요?

'그리 오래 헤어지진 않아/ 너에게 나는 돌아갈 거야/ 모든 걸 포기하고/네게 가고 싶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려줘' 부분입니다. 뭔가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에 전념하느냐고 화자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이네요. 도대체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조차 미룰 정도의 무언가가 궁금해집니다. 

이 노래는 중간에 내레이션이 있습니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조금 늦는다고 바뀌는 건 없겠지/ 남자란 때로 그 무엇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때도 있는 거야/ 넌 이해할 수 있겠지/ 정말 미안해 널 힘들게 해서/ 하지만 너무 슬퍼는 하지 마/ 너의 곁엔 항상 내가 있을 테니까/ 우리의 미래를 위해/ 슬퍼도 조금만 참아줘/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니가 있기 때문이야 널 사랑해' 부분이죠. 여기선 군대가 생각납니다. 하하하. '남자란 때로 그 무엇을 위해서'라는 가사 때문에요. 

2절을 보실까요. '저녁 늦게 나는 잠이 들었지/ 너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너무나 피곤해서/ 쓰러져 잠이 들었지/ 난 왜 이렇게 사는 거야' 부분입니다. 몹시 고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을 만큼 여유 없는 삶을 반성합니다. 원양어선이라도 탄 걸까요? 하하하.

'눈을 뜨면 또 하루가 가고/ 내손엔 작은 너의 사진뿐/ 너를 다시 만나면/ 꼭 안고 놓지 않으리/ 헤어져 있던 시간만큼' 부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한 상황은 삭막하고 메마릅니다. 부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만나고 싶은 욕망도 커지고 다시는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배가 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알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미래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하지만/ 니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 니가 있어 나는 살 수 있는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네게 달려갈 테니/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니' 부분입니다. 물음으로 끝날 것을 봐선 화자만의 생각이지 상대방의 동의까지 구한 상황은 아닌 것이 확실해 보이네요. 가사는 평이합니다만 '니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라는 명문장이 눈에 띄죠.

도대체 화자는 사랑하는 상대와 어떤 이유로 떨어져 있는 것일까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곡. 그게 이 노래의 매력일까요? 이산가족, 군대, 원양어선 이 정도 했음 뭔가 걸려야 정상인데.... 하하하.


음. 오늘은 당연히 범상치 않은 제목 '존재의 이유'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겠죠. 네 저도 이 주제에 대해 한동안 천착한 적이 있었습니다. 존재론을 그리도 파고 팠었죠. 그러다 '존재가 의미(이유)에 우선한다'는 말도 알게 됐고 '산속의 다람쥐나 들판에 핀 꽃은 이유를 따져 묻지 않는다'는 말에도 귀가 기울어지더군요.
존재의 이유를 쫓아가다 보면 당연히 우주의 탄생 과정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이 만들어진 과정을 역추적해 가다 보면 탄소, 산소 같은 원자 단위까지 가게 되니까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존재의 이유가 존재의 의미로도 해석이 되곤 하죠. 그러다 찾은 것이 의미는 과거 시점에 발생하는 후행성을 지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건 말씀드린 바 있죠.

과연 우리가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걸까요? 제가 의미의 후행성을 발견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려 보죠. 전 풀리지 않는 문제는 1년이고 2년이고 그냥 버리 속에 판단중지 상태로 놓아두는 버릇이 있는데요. 그러다 신박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걸 꺼내서 적용이 가능한지 맞춰보곤 하죠. 누군가는 이런 저의 버릇을 보고 정말 머리 아프게 산다고 타박을 한 적도 있는데요. 전 이런 게 머리 아프긴커녕 즐겁기만 합니다. 하하하.

독일에서 한국에 온 다니엘이라는 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분이 토크쇼에 나와서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독일에서는 질문을 던지고 답이 찾아지지 않으면, 그 질문을 바꿔본다'고요. 그때 제 머리에서 종이 울렸더랬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자가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느껴서였죠.

만약 우리가 존재의 의미를 물으려면 태어나기 전에 그런 이유가 있었고 그다음에 태어났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존재의 이유는 '답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세상엔 답이 없는 문제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설사 그 답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사는 동안 풀 수 없다면 그건 그 사람 기준에서는 답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래서 질문을 바꿔보게 되었습니다. 존재의 이유나 의미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나 의미를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말이죠. 과거가 아닌 미래 시점을 향해 질문을 던져 본 것이죠.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방향을 바꾼 것만으로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조금은 쉬워지더군요. 

존재를 말할 때 꼭 언급되는 시가 있습니다. 아시죠? 바로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입니다. 잠시 감상해 보시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캬~ 언제 봐도 좋죠?

네. 의미나 이유는 불러주는 행위를 통해 완성됩니다. 불러줌이라는 과거 시제에 함몰되면 답을 영영 찾을 수 없지만 불러줌의 행위에 주목해 보면 답이 어렴풋이 보이죠. 이 노래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의 이유라고 했을 때, 태어날 때부터 존재의 이유는 아니었을 겁니다. 사랑함이라는 행위가 있은 후에 상대가 존재의 이유가 된 것이죠. 중요한 것은 시점보다 행위가 아닐까요?

살다 보면 질문의 무거움이 우리 삶을 억누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들요. 사람마다 정의하는 바가 다르니 답은 수천 수백가지겠죠. 그런데 질문을 바꿔봅시다. 어떤 인생이 좋은 인생인가? 어떤 인간이 좋은 인간인가?처럼요. 좋은 질문이 좋은 삶을 만든다는 말이 괜히 나온 표현은 아닌 듯합니다. 하하하. 여러분들은 인생의 이유를 찾으셨나요? 안 풀리는 질문을 다른 질문으로 바꿔보신 적은 있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조금씩 더위가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러다 잠 못 드는 열대야가 찾아올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해가 떨어진 저녁에는 식사 후에 산책이 고파지는 그런 날씨죠. 제 방 창에는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아이들 소리가 끊이지 않는데요. 요즘은 늦은 저녁 시간에도 그런 좋은 날씨 때문인지 늦게까지 놀이터를 떠나지 않는 것 같네요. 날씨가 불쾌해지기 전에 모두들 시름은 내려놓으시고 오늘 저녁에는 주변 산책 한 번 해 보심 어떨까요? 오늘은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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