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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n 26. 2024

박남정의 <널 그리며>

작사/작곡 박남정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박남정'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Xi0 hnaHnLuY? si=V6 MnS-QqAXYgOEQh


왜 난 이리 널 그리는 걸까


왜 내 모습 보이지 않는 걸까


너는 내 마음을 알고 있겠지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 박남정의 <널 그리며> 가사 중 -




박남정은 댄스 가수로 1988년 데뷔했습니다. 데뷔곡은 <아 바람이여>였습니다. 원래 트로트곡으로 받았는데 본인이 댄스가수를 활동하고 싶어서 장르를 바꿔서 부른 노래였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989년 발표한 2집 타이틀 곡입니다. ㄱㄴ춤을 전국적으로 히트시켰죠.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달성한 노래입니다. 후속곡이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메가 히트곡이고요.

노래와 춤만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한 점이 놀랍네요. 당시는 기획사의 놀음에 놀아나는 때라 혼자 죽치고 장구 치는 게 거의 불가능했던 시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작사작곡 실력도 발군이네요. 1989년 3집 <안녕 내 사랑>, 1990년 4집 <여인이여>를 발표했습니다. 1992년 기획사의 영향력으로 좀 더 자유로워져 선보인 노래가 5집 <비에 스친 날들>이었죠.  6집을 본인과 기획사의 버전으로 2번 발매되었고요. 2000년대 아이돌이 대거 등장한 가운데 2004년 7집을 발매하는 것을 끝으로 공식 활동은 마무리되었죠. 

당시 한국의 마이클 잭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작은 키에서 나오는 그만의 댄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기에 충분했습니다. 흑인음악 기반으로 박남정의 성공은 이후 현진역, 양현석, 강원래, 구준엽, 유영진 등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그만큼 이 분야의 선구자라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10년 넘게 합창단 생활을 했다고 하고요. 도대체 춤은 어디서 배운 건지 그게 전 궁금하네요. 요즘도 간간히 TV에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딸이 걸그룹 STAYC의 멤버 시은 씨입니다. 인터뷰에 보니까 따님에게 듀엣 제안을 계속하신다던데 부디 성공해서 음원으로 만났으면 싶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널 그리며'입니다. 그냥 무난하죠. 뭐 딱히 해석을 달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오랜만에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봤는데 상당히 가사를 잘 쓴 노래이구나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네요. 같이 감상해 보시죠.

'별빛 반짝이는 저 하늘 아래/ 도시의 가로등 웃음 지을 때/ 난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아무런 말없이 홀로 거니네'가 첫 가사입니다. 밤이라는 시간적 설정이고 도시의 가로등이 웃음 짓는다는 표현이 시적이죠? 어떤 생각에 잠겨 밤거리를 화자 혼자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 그려지시나요?

'외로운 밤 소리 없이/ 어디론지 가고 싶어/ 흘러가는 구름처럼/ 정처 없는 이 내 발걸음' 부분입니다. 밤은 깊어지고 있는데 화자는 목적지 없이 흘러가는 구름처럼 갈 길을 잃었습니다. '어디론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쉽게 말해서 님이 있는 그곳이겠죠? 하지만 무슨 일인지 그곳으로는 갈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네요.

'허전한 내 마음 그대는 알 거야/ 귓가에 맴도는 그대의 속삭임/ 왜 이리 내 마음 적시어 있는지/ 애타는 마음을 너는 알겠지' 부분입니다. 아~~ 누군가가 너무 보고 싶으나 볼 수 없는 상황이지 않을까 합니다. 마음 한편이 헛헛한데 환청처럼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여오는 상황입니다. 굳게 먹으려던 마음이 여려지고 보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르고 있는 거 보이시나요? 2절에서는 '어둑어둑해진 밤하늘 아래/ 어딘가 들리는 휘파람 소리'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밤이 되면 고요해지고 유독 상대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왜 난 이리 널 그리는 걸까/ 왜 내 모습 보이지 않는 걸까/ 너는 내 마음을 알고 있겠지/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부분입니다. 왜 자꾸 그 사람이 떠오르는지를 묻고 있죠. 그 사람이 너무도 크게 마음속에 자리 잡아 자신의 모습을 가립니다. 그만큼 상대를 좋아한다는 표현이겠죠.

이 노래에 보면 상대는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알 것이다는 가사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마지막 가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화자 자신의 마음속 풍경이 상대의 마음과 같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 같습니다. 진짜 누군가가 좋으면 내 감정=네 감정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거죠.

어둠이 내리고 밤이 되자 너를 그리는 마음으로 혼자서 정처 없이 떠돈다.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상황. 어딘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움에 사무쳐 나의 존재는 작아질 대로 작아지고 그 사람만 보인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까 그 사람도 내 마음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며 혼자서 위로한다 뭐 이런 전개가 아닐까 싶네요.


음. 오늘은 아무리 가사를 수십 번 읽어봐도 쓸 소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에라이~~~ 하하하. 그래서 오늘은 박남정이라는 가수의 음악에서 썰을 찾아볼까 합니다. 바로 '장르' 이야기입니다. 장르는 프랑스어입니다. 영어로는 발음이 '잔러'라고 하네요. 우리나라 말로는 '갈래' 정도로 번역이 될 듯하네요.

일반적으로는 영화, 음악, 게임, 만화처럼 구분의 의미로 쓰이는데요. 이 노래를 부르는 박남정은 1980년데 한국 흑인음악, 클럽 댄스계를 주도하던 인물이었죠. 대중화에 성공하지 않았지만 랩 장르도 처음 시도했고요. 이처럼 가요계나 다른 업계에서도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면 우린 그걸 '장르'라고 말합니다. 이때의 장르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오늘 말씀드린 장르는 후자입니다.

저도 이 장르라는 걸 전자로만 바라보다가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책을 읽고 후자의 개념을 되짚어 보게 되었는데요. 한 마디로 창의성의 끝판왕이 '장르'인 것 같았거든요. 제가 300회 특집으로 소개해 드린 '서태지와 아이들'편 기억나시나요? 기억 안 나셔도 됩니다. 아무튼 서태지와 아이들은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장르의 곡을 선보였고 그걸로 국내 음악계를 한 때 들었다 놓았죠.

네. 장르라는 것이 탄생되려면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존의 질서를 뒤흔드는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여야 하고 또 하나는 그게 장르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먹혀야 합니다. 사랑받아야 하는 것이죠. 그냥 낯설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 포문을 연 자는 역사 속에 길이길이 기억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죠.

천동설에서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혁명이기도 한 동시에 장르의 변경이라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큰 호응을 못 얻은 게 문제였죠. 산업 혁명 역시 인력에서 기계로 이동하는 장르의 변경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처럼 장르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드는 등 예술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만의 장르를 누구나 좋아하는 보편의 장르로 만드는 것을 꿈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처음에는 듣보잡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고 기존의 룰을 파괴하는 범법자 취급을 받기 딱 좋죠. 그런 무수한 비난의 화살을 뚫고 자신만의 장르를 드높인 자만이 역사의 부름을 받는 것이겠죠.

네. 제 꿈은 그런 겁니다. 미친놈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장르의 글쓰기를 하고 싶고요.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저의 장르가 사랑받았으면 하고요. 흔히들 자신을 표현할 때 000 큐레이터니, 000 퍼실리터니 이상한 전문가 딱지를 붙이곤 하는데, 이것도 그만의 장르를 창출하기 위한 눈물 섞인 사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붙인다고 해서 실제로 그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시작점은 될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브런처로서 자신만의 unique 한 장르를 만들어 가는 중이시겠죠?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그런 브런처가 되는 그날까지 함께 달려보아요. 오늘의 브런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 저녁 날씨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저녁엔 바람도 제법 불어주고. 저녁 산보하기에 딱입니다. 이 글 쓰다 마지막 부분을 남기고 그만 나갔다 왔네요. 하하하. 소재도 고민하기 바쁜 데 장르까지 고민해야 되나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에세이는 잘 써봐야 에세이지만 시와 에세이를 섞으면 '시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지죠. 할 수만 있으면 하고 싶은 참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 싶네요. 10년쯤 후엔 저만의 장르로 글을 쓰는 저를 떠올려봅니다. 햄 뽁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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