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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30. 2024

이안의 <물고기자리>

작사 김선민 작곡 황규동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안'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V8_n3LVBI?si=qtk32VSNQAaYn1lk

사랑한다면 저 별처럼

항상 거기서 빛을 줘요


그대 눈부신 사랑에

두 눈 멀어도 돼


하늘에 박힌 저 별처럼

당신의 아픔으로 묶여


움직일 수가 없지만

난 변하지 않을테니


- 이안의 <물고기자리> 가사 중 -




혹시 어쩌다가

그대가 사랑에 지쳐서

나를 외면하진 않겠죠


어딘지도 모를

낯선 곳에서

나 혼자

방황하지는 않겠죠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리는

별이 되고 싶지 않아요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리는

이슬이 되고 싶지 않아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는 꽃처럼

구름에 가릴지언정

그 자리에 있는

별이 되고 싶어요


그대 사랑에

눈이 멀어도 되니


저 별처럼

항상 그자리에

나를 환하게 비춰줘요


움직일 수 없는 별처럼

당신을 바라보는 일이

아픔일지라도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변치 않을게요




이안은 2004년 1집 <물고기자리>로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이동희입니다. 국립국악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를 졸업했을 만큼 국악인이라고 봐야겠죠. 2002년 6개월간 2명의 친구와 16개국에서 국악 연주 여행을 한 것이 MBC <심야스폐셜>이라는 프로그램에 다뤄지면서 얼굴을 알려졌습니다.

2003년 국악 신동 3명과 함께 MBC <대장금>의 OST '오나라'로 유명세를 치뤘죠.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를 2004년 발표했죠. 국악을 하다가 이렇게 발라드를 티 안나게 부르기가 쉽지 않을텐데. 이런 경우를 크로스오버 가수라고 한다네요. 이 노래는 먼데이키즈 이진성 씨가 2021년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습니다.

2006년 2집 <Call It Love>를 발매한 바 있습니다. 이게 공식적인 정규앨범으로는 마지막이었고요. 이 후 다양한 국악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맡았습니다. 2003년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이라는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네요.

한 때 전원책 변호사에게 던진 발언으로 곤혹을 치뤘고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를 신청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음악 관련 일에만 전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죠. 물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요. 최근 근황은 검색을 해도 잘 잡히지 않네요. 노래만큼은 쭉 하셨음 하고 바래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물고기자리'입니다. 물고기자리는 태양의 궤도 분할하는 12개의 별자리 중 12번째라고 합니다. 왜 제목을 물고기자리라고 붙였는지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알 수가 없네요. 쩝. 그래서 제 나름의 의견을 붙여봅니다. 물고기자리는 물고기 두마리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양인데요. 아마도 화자와 상대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별 중 물고기자리를 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혹시 그대가 어쩌다가/ 사랑에 지쳐 어쩌다가/ 어느 이름모를 낯선 곳에/ 날 혼자두진 않겠죠' 부분이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님과 헤어져 혼자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아찔해 하고 있죠.

'비에 젖어도 꽃은 피고/ 구름 가려도 별은 뜨니/ 그대에게 애써 묻지 않아도/ 그대 사랑인걸 믿죠' 부분입니다. 하지만 비가 와도 꽃은 피고 구름이 가려도 별은 뜨는 것처럼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님을 향한 사랑에 대한 믿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치 본인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듯 해보이죠.

'저기 하늘 끝에/ 떠 있는 별처럼/ 해뜨면 사라지는/ 그런 나 되기 싫어요' 부분입니다. 2절에서는 '작은 꽃잎위에/ 맺힌 이슬처럼/ 해뜨면 사라지는/ 그런 나 되기 싫어요' 부분이 나오는데요. 별은 밤에만 보이죠. 해가 뜨는 낮이 되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해서 밤이 되면 사라지는 별과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님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밤으로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슬 역시도 마찬가지죠. 해가 뜨면 이슬은 공기중으로 증발해서 자취를 감춥니다. 환경이 변한다고 자신이 사랑하는 님이 사라져 홀로 남겨져야 하는 상황이 싫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한다면 저 별처럼/ 항상 거기서 빛을 줘요/ 그대 눈부신 사랑에/ 두 눈 멀어도 돼/ 하늘에 박힌 저 별처럼/ 당신의 아픔으로 묶여/ 움직일 수가 없지만/ 난 변하지 않을테니/ 변하지 않을테니' 부분입니다.

화자 자신은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자신을 위해 하늘에 떠 있는 저 별처럼 환하게 비춰달라고 하죠. 그 빛이 너무도 강렬해서 자신이 눈이 멀어도 좋다면서요. 하지만 그 별은 한 가지 단점이 있죠. 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만 있을 수 있죠. 다시 말해 화자에게 다가오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죠. 이는 고정된 별을 보는 것은 화자 자신에게 안도의 한 숨을 내뱉게 하는 존재인 동시에 가까워질 수 없는 아픔을 선사하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그 별이 그 자리를 지켜주길 원합니다. 물고기 자리에서 다른 물고기에게 실낱같은 연결의 고리를 간직한 채 말이죠.


음. 오늘은 기사 중에 '비에 젖어도 꽃은 피고/ 구름 가려도 별은 뜨니'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자연을 잘 관찰하면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깊은 깨달음을 얻곤 하는데요. 제가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는 도덕경이 바로 그런 점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책이죠. 시간되시는 분들은 꼭 죽기 전에 한 번은 도덕경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해설을 붙인 책이 이해하기 참 좋았습니다.

이 노래에서도 자연과 관련된 표현을 활용하고 있죠. 힘든 상황에서도 자연 현상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화자 자신도 상황이 곤궁해지더라도 자신이 믿고 있는 님에 대한 사랑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자연 현상에 은유하고 있는 것이죠.

꽃이 제대로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은 태양 빛과 물일 겁니다. 밝은 태양 아래 꽃은 평온해 보이죠. 하지만 빗방울은 꽃을 떼리며 가끔은 꽃잎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물속에 꽃 전체를 잠수시키도 합니다. 늘 태양만 내리쬐는 사막은 황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적당한 물의 힘이 있어야 꽃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자란 꽃은 비의 괴롭힘을 충분히 감당해 것일 겁니다.

사랑 역시 늘 좋을 때만 있는 것이 아니죠. 태양처럼 사이가 뭘 해도 좋은 시점도 있고 반대로 비가 내리는 것처럼 악화일로를 걷는 시점도 존재하죠. 적당한 틀어짐이 발생하고 이를 봉합하는 과정이 동반되면 두 사람의 사이는 비가 오기 전보다도 더욱 단단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홍수로 인해 물에 잠긴 꽃처럼 두 사람의 사랑도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게 될 겁니다.

이번에 구름과 별을 볼까요? 구름이 있으면 당연히 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구름에 가린 것이죠. 그렇다고 별의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죠. 구름이 없는 화장한 하늘에서는 별이 제법 반짝입니다. 그래서 우린 구름을 시련이나 어두운 존재 따위로 비유하곤 하죠. 먹구름에 가려 이렇게요.

이 지점에서 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구름의 가변성과 별의 고정성입니다. 구름은 때에 따라 별을 가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별은 구름을 불러 자신의 몸을 가릴 수도 가린 구름을 걷어낼 수도 없는 처지죠. 별이 뜬다고 우리가 표현하지만 사실상 별은 늘 그자리에 있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다가 보이게 되었을 때 이를 뜬다라고 표현하는 것이죠. 희망의 별이 보이지 않을 땐 침울했다가 별이 보이면 다시 마음의 안정감을 찾곤 하는데, 사실 별은 우리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늘 그 자리에 떡하니 있었죠. 구름은 우리 마음의 걱정과 근심 따위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고난(비)를 극복하고 근심(구름)의 걷어내는 일은 '믿음'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힘들고 고단하거나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믿음이 약해지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한 비와 구름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흔들리는 건 믿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어떨까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 저는 얼굴에 발생한 피부 트러블로 고난을 겪고 있고 거울을 볼 때마다 근심이 생깁니다. 살면서 이렇게 거울을 자주 봤던 적이 있었던가 할 정도네요. 하하하. 네 피부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 사이 피부전문의 마크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스테로이드 제제에 대한 공부도 꽤 하게 되었네요. 더디긴 하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나을 거라는 믿음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있는 제 모습이 마치 '비에 젖어도 꽃은 피고/ 구름 가려도 별은 뜨니'를 연상케 하네요. 하하하. 오늘은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NO.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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