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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n 14. 2024

이소정의 <함께 했는데 이별은 나 혼자인 거야>

작사/작곡 DOKO,  손박사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소정'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_STekrOit5 o? si=oRKX0 WJ-q0-TnH8 g

날 사랑한다며
절대 안 떠나겠다며
너를 많이 사랑했는데
모든 걸 함께 했었는데
이별은 나 혼자인 거야


왜 이런 거냐고
잠시 내가 미워진 거라면
기다릴 수 있어

네가 돌아올 때까지
날 놓지 말아 줘


- 이소정의 <함께 했는데 이별은 나 혼자인 거야> 가사 중 -




이소정은 5인조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로 2013년 데뷔했습니다. 데뷔전에 <보이스 코리아 시즌1>에 출전해 준결승전까지 올라갔죠. 레이드코드에서는 메인 보컬을 맡았습니다. 2014년 큰 교통사고로 멤버 중 2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이 사고로 본인도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하네요.

사태를 수습하고 2016년부터 활동을 재개하다고 3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하며 컴백했죠. 하지만 큰 사고의 여파인지 2020년 계약 기간 종료 때까지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습니다. 팀 활동이 재개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고 보이네요. 팬들도 이 부분에 큰 박수를 보여주었고요.

2017년 디지털싱글 <우린 왜 이별하는 걸까?>로 솔로 데뷔했습니다. 2018년 두 번째 싱글 솔로곡 <Stay Here>를 발매했고요. 이후 OST곡을 다수 불렀습니다. 2020년 솔로 앨범인 <ISLAND>를 선보였고 <싱어게인>에 출연해서 과거 그룹시절 겪었던 아픔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듯한 '나는 이제는 웃고 싶은 가수다'라는 소개말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종 4위까지 올라갔죠. 복면가왕 가왕 경력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21년 발매한 솔로곡입니다. 이후로도 <너와 나는 이제 남이니까><내가 제일 사랑했던 노래>를 싱글로 발매했죠. 걸그룹 초창기 뜻하지 않은 아픔을 겪은 만큼 그녀의 목소리는 구슬픕니다. 백지영 씨에게 느낄 수 있는 음색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함께 했는데 이별은 나 혼자인 거야'입니다. 저는 이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이별은 원래 혼자 하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더랬습니다. 사랑은 같이 하고 이별은 서로 각각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죠. 가사를 톱아보면서 추가 해설을 더 해 보겠습니다.

'이젠 누군갈 만나는 게 난/ 아직은 힘이 들 것 같아/ 다시는 믿고 싶지 않아/ 왜 난 사랑을 하면 할수록/ 뭐 그리도 어려운 건지/ 홀로 남겨질 내게 또 미안해'가 첫 가사입니다. 네 이별을 경험하고 나면 사랑하는 게 두려워집니다. 사랑이 식어버린 처참한 현장을 목격하게 되니까요. 거기엔 이별한 내가 혼자 남겨져 있죠. 원래 혼자였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말이죠.

2절에는 '애써 날 위해주는 척하는/ 너의 그 뻔한 표정에서/ 네 맘의 끝을 봤어/ 착각이길 바랐어/ 이러지 말아 줘/ 맘이 찢어질 것 같아' 부분이 나옵니다. 들키지나 말지. 이미 떠난 사람의 마음을 알아채는 순간의 비극이 찾아옵니다. 무엇을 해도 진심이 아라는 사실을 말이죠. 애써 부정을 해 보죠. '내가 알던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거야'라고요. 하지만 변심의 싸함은 쉽게 가시질 않고 화자의 마음을 후벼 팝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날 사랑한다며/ 절대 안 떠나겠다며/ 너를 많이 사랑했는데/ 모든 걸 함께 했었는데/ 이별은 나 혼자인 거야/ 왜 이런 거냐고/ 잠시 내가 미워진 거라면/ 기다릴 수 있어/ 네가 돌아올 때까지/ 날 놓지 말아 줘' 부분입니다.

이별을 한다는 건 하나였던 둘이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죠. 그런데 왜 화자는 이별을 혼자 한다고 생각할까요? 아마도 '시간차'가 원인이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사랑은 같은 시간대에 했을 거지만 이별은 타이밍이 달랐던 거요. 상대는 벌써 이별을 한 상태고 화자만 지금 그 이별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죠. 흔히 함께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정도의 표현이라고 봐야겠네요.

이 부분은 후렴구에서 '정말 많이 사랑했는데/ 네 품에 안기고 싶은데/ 다시 널 기다리는 내가/ 참 비참해 보여/ 다시 내게 돌아와 준다면/ 나 울지 않을게/ 그땐 내 곁에 있어줘/ 날 놓지 말아 줘'로 가사가 변하죠. 혼자 이별하는 설움은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끝까지 매달리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점은 옥에 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상대의 변심을 목도하고도 이런 자세를 유지한다는 게 다소 이해가 되지 않고요. 마지막 가사가 '그래 내가 널 보내야겠지/ 내가 부족한 탓일까'로 끝나는데요. 체념에 가깝죠. 그럴 맘이라면 왜 그리 물귀신 작전을 펼쳤는지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가사 전개는 아닌 듯한 느낌입니다. 하하하.


음. 오늘은 '이별은 혼자 하는 것일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제목을 적고 보니 오늘도 엄청난 도전이 앞을 턱 막고 서 있는 기분입니다. 어이쿠야. 하하하. 요즘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을 읽고 있습니다. 제목에 끌려서 가벼운 마음으로 보려고 펼쳤던 책이었는데요. 된통 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냥 보통 두께의 책인데 엄청 천천히 읽어야 이해가 되는 책이라서요. 그리고 책 내용이 전혀 소심하지가 않습니다. 대담의 극치라고 말해야 할까요. 철학자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도마질도 하고 비빔밥처럼 섞기도 하고 아주 요리 솜씨가 제법이더라고요. 여러분도 시간 되심 한 번 읽어보시어요.

제가 이 책을 보다가 느낀 한 가지 사실과 오늘의 주제를 연결하려고 장황한 설명을 드린 것인데요. 눈치채셨죠? 일명 '뒤집어 보기'가 저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뒤집어 보기'가 뭔고 하면요. 우리가 이별을 한다는 것은 말이죠. 외부적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사귀던 A와 B가 더 이상 만나지 않는 상황 정도가 될 겁니다. 그런데 그 시각적 포인트를 나 자신에게 돌려보면 어떨까요?

사랑했던 사람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것이 떠오르시죠. 이 책에서 제가 얻은 힌트로 풀어보면 이별이 슬픈 건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나의 마음' 때문인 것이 되는데요. 우리가 무언가를 사랑하거나 잃었다는 상실감 같은 것이 사실은 그 대상에 있지 않고 나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죠. 사랑하거나 상실감을 느끼는 대상을 통해 반사되는 나의 마음 말입니다. 이런 논리를 상대방에게도 똑같이 적용가능하고요. 그렇다면 우린 사랑도 이별도 나 자신과 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전개가 가능해지죠.

이 노래 제목의 앞부분 '함께 했는데'는 물리적 세계에서 물리적 실체로 대상으로 같이 한 부분을 언급하고 있는 듯하고요. 뒷부분 '이별은 나 혼자인 거야'는 정신적 세계에서 심리적 자아를 기점으로 말하고 있죠. 그러니 앞뒤가 뒤엉켜서 이런 애매한 제목이 뽑히지 않았을까 하는 저만의 구라가 성립되네요. 하하하.

실생활에서도 말이죠. 우리가 명품 같은 것을 같고 싶어 하잖아요. 명품도 하나의 상품인데 그것의 본래 목적은 상품으로써 우수해야 하는 것일 텐데요. 예를 들어 가방이라고 하면 들고 다니기 편하고 가죽이 튼튼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린 명품을 살 때 그걸 가치로 생각하며 사진 않습니다.

바로 그 명품을 들었을 때 다른 사람이 쉽게 못 가지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차이'라는 가치를 사는 것이죠. 그 차이라는 가치는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내가 제일 잘 나가' 혹은 '내가 너희보다 우월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시각적으로 한 방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유자의 감정을 격하게 만들곤 하죠.

명품이 원래 제품 품질도 아니고 차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한다면 명품을 사는 우리는 명품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비해 확실히 차별화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지 않나요? 명품에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런 우리의 마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닐까요? 올바른 방법은 아닙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저의 취향 따위가 바로 내 마음의 투영이고 그 투영을 잘 들여다보면 나란 존재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이 노래 제목을 빌어 이렇게 넋두리를 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든 이별은 혼자 하는 게 맞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위에서 소개한 책을 60% 정도 읽은 관계로 오늘 나머지 40%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전자책을 본 뒤로 책을 읽은 뒤 나중에 기억할 목적으로 별 표시를 꼭 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데요. 이번 책은 나머지 내용과 상관없이 별 5개를 줄 생각입니다. 인생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행운만큼 좋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도 못지않은 것 같아요. 벌써부터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원래 이런 내용은 <독서유감>으로 브런치를 해야 하는데, 여의치가 못한 관계로 여기에 남기게 되었네요. 하하하. 오늘은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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