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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n 03. 2024

문희옥의 <평행선>

작사 김현진 작곡 송광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문희옥'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qrs_0r7NgQ?si=UJ1yrpJb3Pr-HUYF

나는 나밖에 모르고

너는 너밖에 모르고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길을 걷지 평행선


나는 나밖에 몰랐지

너는 너밖에 몰랐지

그래서 우리는

만날 수 없는 거야 평행선


아직 사랑하고 있는데

서로 바라보고 싶은데

나는 다가서지 못하고

다른 길을 가고 있어


우리 서로 다시 만날 수 없는가

캄캄한 미로를 헤매이네

우리 서로 사랑할 수는 없는가

끝없는 평행선 걷고 있네


- 문희옥의 <평행선> 가사 중 -




문희옥은 1987년 데뷔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장기자랑에서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를 기가 막히게 불렀고 둘째 언니의 주선으로 작곡가 안치행 씨에게 발탁, 1년여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8도 디스코 사투리 메들리>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입문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셈이죠. 무려 360만 장이나 팔렸다네요. 하지만 당시 지상파에서는 사투리곡이 금기시되었다네요.

1988년 서울예대 실용음악학과에 입학한 후 대학생으로 가수 활동을 병행합니다. 1988년 2집 <사랑의 거리>가 인기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트로트 가수로의 가능성을 인정받죠. 1990년 <강남멋쟁이>를 발매했고, 현철 씨와 <잘했군 잘했어 메들리>를 부르게 되죠. 1991년에는 <성은 김이요>를 불러 인기가도를 이어갔고 14대 국회의원 선거와 겹쳐 김 씨 성을 가진 후보자들의 유세장에서 연일 들을 수 있는 노래였습니다.

1998년 <정 때문에>로 재기에 성공했고 2013년까지 총 11집을 발매했습니다. 예전에 SBS 오락 프로그램 <도전 1000곡>에서 여러 번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많은 노래를 알고 부를 줄 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9년 데뷔 32주년을 맞이해서 발매한 첫 싱글 앨범입니다. <평행선><꽃놀이><정읍사> 이렇게 3곡이 실려 있습니다. 정통 트로트에서 디스코가 가미된 곡이죠. 중간중간 개인사와 법적 분쟁 등으로 공백만 없었더라면 트로트 4대 천왕도 노려볼 만한 노래실력을 가진 가수입니다. 최근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것 같은데, 예전 명성을 되찾으시길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평행선'입니다.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선이 생각나시죠? 평행선의 속성은 두 선이 영영 만나지 않는다입니다. 이 노래에서는 그 한 선을 남자에, 다른 한 선을 여자에 비유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말하기 위해서요.

'나는 나밖에 모르고/ 너는 너밖에 모르고/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길을 걷지/ 평행선'이 첫 가사입니다. 평행선의 속성은 특정 선이 다른 선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걸 이 노래에서는 각자만 생각하는 모습으로 나타냈죠. 보기에는 두 선이 똑같이 보이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발동되지 않으니 영영 만날 수 없는 평행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밖에 몰랐지/ 너는 너밖에 몰랐지/ 그래서 우리는/ 만날 수 없는 거야/ 평행선' 부분입니다. 위 가사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모르고'와 '몰랐지' 부분일 텐데요. '모르고'는 현재 상태를 나타내고 '몰랐지'는 과거 상태를 나타냅니다. 2차 해석을 해 보면 과거에도 각자만 생각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정도가 되겠네요. 평행선긋기 시작한 시점부터 벌어진 사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걸 뜻하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아직 사랑하고 있는데/ 서로 바라보고 싶은데/ 나는 다가서지 못하고/ 다른 길을 가고 있어' 부분입니다. 화자는'평행선'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싶은 심정이죠. 하지만 주저주저하고 다가가지 못한 까닭에 겉으로 볼 때는 평행선 위를 걷고 있는 것과 동일한 모습으로 비칠 겁니다.

'우리 서로 다시 만날 수 없는가/ 캄캄한 미로를 헤매이네/ 우리 서로 사랑할 수는 없는가/ 끝없는 평행선 걷고 있네' 부분입니다. 아마도 사랑했던 관계에서 이별을 하는 단계로 전환된 게 아닐까 싶네요. 다시 만날 수 없냐고 되묻는 것을 봐서는 헤어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눈치고요. 자주 어긋나기만 하는 관계를 '캄캄한 미로'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이어지지 못하는 상태, 즉 사랑이 꽃피우지 못하는 상태가 화자에겐 끝없는 평행선을 연상시킨다고 봐야겠네요.


음. 오늘은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길을 걷지/... 그래서 우리는 만날 수 없는 거야'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좀 난이도가 있네요. 하하하.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가사는 '똑같은'입니다. 평행선에서 위와 아래에 그어진 두 개의 선이 똑같다고 말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각자에게 똑같은 모습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윗 선을 걷는 사람도 전과 똑같이 그 길 위를 걷고 있고, 아랫 선을 걷는 사람도 전과 똑같이 그 길 위를 걷고 있는 상태 말이죠. 서로가 자신밖에 모르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상태이니 걷는 길의 방향을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죠. 3자가 이 상황을 보면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 모습일 거고요. 결론은 이어지는 가사처럼 두 사람은 향후에 만날 일이 없게 되죠.

이 노래에서는 사랑하는 사이에서 서로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똑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을 '생각이 바뀌지 않음' 혹은 '기존 생각을 고수함'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죠. 어떤 사안이 안 풀릴 때 우린 '생각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기존의 생각으로는 해당 문제를 풀기에 역부족인 상태라고 판단해서죠.

그런데 생각을 바꾸는 문제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에는 한 사람의 삶의 값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일명 성공의 함정이라는 표현 들어보셨나요? 한 번 성공한 사람이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그때 성공한 방법을 고수하다가 화를 입는 걸 뜻합니다. 특정 조직에서 이런 분들과 함께 일하면 엄청 힘들죠.

그런 분들에겐 생각이라고 쓰고 '하고 싶은 바'라고 읽어야 하는 수준이죠. 문제를 풀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적용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까닭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면 죽는 줄 알거든요. 생각만 바꾸는 건데 자신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는 것과 동일시하죠. 그래서 영영 해결책과 만날 수 없게 되고요.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생각을 고수한 까닭에 어떤 일이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 말입니다. 단순히 타협이 되지 않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잠시 눈을 질끈 감는 방법도 있죠.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생각을 감추는 경우죠.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생각의 전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생각을 뒤집어 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나 밖에 모르던 상황에서 나만큼 소중한 너라는 존재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말이죠. 나와 타자, 긍정과 부정, 안과 밖, 어둠과 밝음 등 한 쪽에 픽스되어 있는 우리 생각의 깃발을 과감히 빼서 새로 꽂은 각오를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는 한 생각의 전복은 요원한 일이 되니까요.

똑같은 길은 편안함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뇌를 많이 쓰진 않죠. 수천수만 번을 지나쳤을 길에 대한 정보에 빠삭할 테니까요. 그 길을 이탈하는 시도, 생각의 전복은 반대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입니다. 편안했던 길보다 더 나은 길이 있는지를 따져 물어야 하거든요. 의심은 기본이고 새로운 시도로 인해 기회손실 비용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성공하면 남들이 안 가는 다른 길을 걷는 희열을 느낄 수 있죠.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려면 같은 생각만으로는 불가능할 겁니다. 생각의 전복을 도모해야만 다른 세상과 조우할 수 있죠. 내가 고수하던 세계가 다가 아니라는 발상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기존 생각에 작은 틈을 만들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후벼 팔 때  생각에 균열을 생기고 종국에는 단단했던 바위를 깰 수 있으니까요. 같은 길이 아니라 다채로운 삶의 길을 걷고 싶다면 말이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엄밀히 말하면 지구상에서 우리가 그리는 선은 직선이 아니죠. 두 선을 그리고 수천 수억 년이 지나면 만나게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그 시간을 살지 못하는 우리들이니 아무 쓸모가 없겠지만요. 평행선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는 선이죠. 상상은 생각을 통해 만들어지는 거고요. 그러니 생각을 바꾸면 상상하는 모습이 바뀌고 궁극적으로 현실도 바뀔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NO.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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