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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n 18. 2024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작사/작곡 심현보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유리상자'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OzyHM3 Ocvk? si=wwqdsiKu3 FNSZrUO

조심스럽게 얘기할래요

용기 내 볼래요


나 오늘부터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처음인걸요

분명한 느낌 놓치고 싶지 않죠


사랑이 오려나 봐요

그대에겐 늘 좋은 것만 줄게요


-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가사 중 -




첫눈에 반해 버렸네

저 뒤에 보이는

뿌연 공은 뭐지


이미 판단은 끝나는데

가까이서 보니

눈까지 부셔


어디서 봤더라

쿵쾅쿵쾅

심장아 그만 좀 나대

사랑이 오는 건가

지금까지 참고 인내한

보람이었던가


이런 느낌 낯설다

놓치고 싶지 않다

살 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용기 내서 물어봐야겠다.


음... 음...

좋은 것만 주고 싶은데...

오늘부터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유리상자는 2인조 발라드 듀오로 1997년 데뷔했습니다. 멤버는 박승화, 이세준 씨입니다. 박승화 씨가 유리고 이세준 씨가 상자를 맡았다나 뭐라나. 하하하. 박승화 씨는 데뷔 전에 혼자 솔로로 2집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제대하고 돌아온 이세준 씨와 코러스 할 일이 있었는데 그게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두 사람은 기타 치는 모습을 빼놓을 수 없죠. 멤버 둘이 기타를 가지고 개인기를 발휘하는 장면이 많이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열곡 가까운 노래를 섞어서 부르는 식입니다. <불후의 명곡>에 같이 출연해서 우승 4회, 이세준 단독으로 4회를 했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죠.

두 사람 다 라이오 DJ 경력이 있습니다. 이세준 씨는 현재도 <국악방송>에서 저녁 10시 '이세준의 음악이 좋은 밤'을, 박승화 씨는 CBS의 '박승화의 가요 속으로'를 진행 중입니다. 노래만큼 입담도 되는 분들이죠.

1997년 정규 1집 <순애보>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무려 11집을 발매한 베테랑입니다. 유리상자의 노래는 결혼식장의 단골 노래죠. 특히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그렇습니다. 여기저기 불려 다녀서 1,000번 넘는 축가를 한 가수이고요. 하루에 7번까지 축가를 부르러 다녔다고 하네요. 남들 노래로 축가를 하다가 만든 노래가 '신부에게'라는 곡이기도 하죠.

유리 상자는 방송보다는 공연 위주로 음악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박승화 씨가 TV 출연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이세준 씨는 안경사업을 통해 개점 13년이 되는 2018년 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고 박승화 씨도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파악이 되지 않지만 웨딩 사업에 몸을 담기도 했습니다.

유리상자는 지금도 팀이 유지되고 있죠. 서로에 대해 터치 않는 것이 룰이라고 하는데요. 특유의 화음이 언제 들어도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그룹입니다. 두 분의 조화가 음악을 통해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사랑해도 될까요?'입니다. 설레죠? 근데 사랑을 물어보고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하하.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내 사람인 걸 알았죠/ 내 앞에 다가와/ 고개 숙이며/ 비친 얼굴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죠'가 첫 가사입니다. 일명 첫눈에 반하다는 스토리가 떠오르죠? 여러분들은 상대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반하시는 스타일이신가요? 아니면 이처럼 첫눈에 필이 팍 꼬치는 스타일신가요? 음.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하하하.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아요/ 설레고 있죠/ 내 맘을 모두 가져간 그대' 부분입니다. 네. 낯설지가 않다는 것은 그만큼 경계감을 늦출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합니다. 그런 가운데 상대를 향한 설렘이 샘솟는 거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조심스럽게 얘기할래요/ 용기 내 볼래요/ 나 오늘부터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처음인걸요 분명한 느낌/ 놓치고 싶지 않죠/ 사랑이 오려나 봐요/ 그대에겐 늘 좋은 것만 줄게요' 부분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오늘부터 1일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죠? 가사대로만 보면 이런 느낌이 처음이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데요. 전 너무 타락했나 봐요. 뻔하니 뻔한 구라 같은 느낌이 드네요. 하하하.

후렴구에는 '참 많은 이별/ 참 많은 눈물/ 잘 견뎌 냈기에/ 늦었지만/ 그대를 만나게 됐나 봐요/ 지금 내 앞에 앉은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요/ 두근거리는 맘으로/ 그대에게 고백할게요' 부분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상대를 만나기까지 참 많은 이별과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것을 봐선 첫사랑은 아닌 게 확실합니다. 그럼 그분들은 사귀면서 반하고 상대만 보자마자 반했다는 콘셉트가 일관되지 않은 것 같죠? 심현보라는 작사 분의 가사를 보면 듣기에는 좋은데 저처럼 왕 T가 볼 때 이렇게 말이 안 되는 구석이 자주 보입니다. 하하하.

물론 여기서 이별과 눈물이 이성적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이라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볼 여지가 그리 많지 않은 가사 전개여서요. 여러분들은 제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음. 오늘은 가사 중 '좋은 것만 줄게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이 노래에 구라가 좀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이 가사도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구라가 확실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드려보죠.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어서요.

행복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한 40년 정도 되었다고 하네요. 그전까지는 행복이 뭔지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다들 행복해지는 것을 지상 최대의 가치 내지는 과제로 삼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행복하면 좋은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장면을 많이 떠올리실 텐데요.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는 행복이라는 것이 목적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하나의 수단 혹은 기제라고 설명하더군요.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하루로 축약하면 인류가 출연한 시점은 고작 2시간 남짓이고 그래서 행복은 이성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에 더욱 가깝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역시도 다윈 선생의 진화론적 관점 다시 말해 생존이나 성선택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일명 좋은 것과 나쁜 것 중에 좋은 것을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의견이죠. 그래서 그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쪽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논리입니다. 뭔가 좋은 일을 했을 때 받는 피드백이 계속 그것을 추구하게 다는 설명이죠.

그런데 여기 나오는 가사에서처럼 상대에게 좋은 것만 주면 어떻게 될까요? 네. 결국 좋은 것이 좋은 것인지 모르게 됩니다. 바로 우리의 적응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죠. 마치 맛있던 음식을 주야장천 먹는다고 해서 먹을 때마다 맛있지는 않다는 말씀입니다. 어느 정도가 되면 질리게 되죠. 그래서 좋은 것만 주겠다는 표현은 그 의미는 알겠으나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망각'의 기능이었는데요. 살다 보면 좋은 것만 하며 살 수 없으니까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이를 커버하는 것이 망각이죠. 나쁜 것을 잊도록 해야 생존에 유리할 테니까요. 이런 식으로는 생각을 안 해봐서 기억과 망각의 의미를 다시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뇌의 시상 하부라는 곳이 육체적, 정신적 아픔을 동시에 관장하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이별의 상실로 아파하는 사람이 타이레놀을 먹으면 진정되는 것도 그런 연유라고 합니다. 결국 행복한 감정은 인간만이 추구하는 지고지순한 가치 같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을 위해 우리 유전자에 남아 있는 기록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과정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랑이라는 감정 역시도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쪽이 진화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사랑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은 마음에 드는 대목이네요.

사랑이 이성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고 사람만 할 수 있는 고귀한 행위가 아니라 동물도 다 하는 생존의 스킬이라니. 놀랍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사랑의 해석을 인정하시겠습니까? 사랑은 좋은 것만 주는 게 아니라 좋은 것을 같이 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원래 이 주제는 인순이 씨의 행복 같은 노래를 할 때 다루어야 하는데, 잊어버릴 것 같아 이렇게라도 내용을 남깁니다. 하하하. 그 책에서는 행복과 가장 연관성을 지닌 변수가 성격이라고 하더군요. 특히 외향성이요. 저 같은 내향형 인간 입장에서는 인정하고 싶진 않은데요. 내향인 성향은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의 시간이 싫은 거다라는 말이 위안이 되네요. 사회적 동물이라 관계 형성과정에서 가장 행복 감정이 극대화된다나 뭐라나. 좋은 사람 많이 만납시다~. 오늘은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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